백혈병 등 직업성 질병 발생, 무노조 정책, 불법파견과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노동기본권 무시, 인권침해와 환경파괴가 동반된 해외 제철소 건설….
이해관계자와 정례적 대화 드물어
좋은 기업 만들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좋은기업센터가 올해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을 상대로 기업의 사회책임과 관련해 제기한 이슈들이다. 센터는 지난 3월 한 달 동안 삼성전자·현대차·SKT·포스코·롯데쇼핑·KT 등 국내 대기업들을 상대로 사회책임 관련 질의서를 보낸 결과를 잇달아 발표했다. 센터의 유정 팀장은 “상당수 기업들이 질의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책임을 회피했다”며 “국내 기업들은 사회책임의 국제표준인 ISO 26000의 핵심 주제인 인권, 노동 관행, 공정운영 관행을 위반하거나 무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회공헌의 토대는 사회책임경영(CSR)이다. 기업의 사회공헌이 글로벌 사회의 대세가 되고 있는 사회책임경영 위에서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대기업의 홍보 수단이나 일회성 선심 조처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을 위험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이 삼성·현대차·SK·LG·포스코·GS·KT·한화·금호·CJ·이랜드·교보생명·YK 등 13개 그룹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이런 취약점이 드러났다. ISO 26000이 사회책임경영의 핵심으로 제시하는 것은 기업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그들과 긴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느냐다. 13개 그룹은 ‘회사의 주요 이해관계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임직원과 가족, 주주, 소비자, 협력업체, 지역사회, 일반 국민, 환경 등 폭넓게 답변했다.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긴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대로 응답한 기업이 많지 않았다. 특히 사회책임 관련 쟁점들과 관련한 이해관계자 대화는 거의 전무하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매년 1회 이상 정례적으로 긴밀한 대화를 하는 기업으로는 유한킴벌리·GS·LG·포스코·교보 등이 있다. 유한킴벌리는 연간 2회 정기적으로 이해관계자위원회를 열고 있다. GS칼텍스는 지역 시민사회단체 간부들과 간담회를 하고, LG전자는 연간 2회 주제별로 이해관계자들을 초청해 자문회의를 연다. 포스코는 매년 ‘NGO데이’ 행사를 열어 비정부기구(NGO)와 함께 사회공헌 활동을 점검한 뒤 개선 방향을 모색한다. 교보는 연간 1~2회 이해관계자 간담회를 한다. 양용희 호서대(사회복지학) 교수는 “이해관계자와의 대화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부족한 내용을 듣고 개선점을 찾아 시행한 뒤 재평가를 받는 전 과정이 충실히 이행돼야 진정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GS, 2005년부터 CSR위원회 운영
국내 대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 수준은 관련 조직 현황에서도 확인된다. 선진국 대기업들은 전체 회사를 아우르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의 하나로 사회책임위원회를 두고, 최고경영자가 위원회의 책임자를 맡아 경영 전반에 사회책임경영 원칙을 구현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 가운데 이런 사례는 극히 드물다. GS는 2005년부터 최고경영자를 의장으로 하는 CSR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유한킴벌리는 지난 2월 대표이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사회책임위원회를 구성했다. 현대차는 2008년 정몽구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사회책임위원회를 구성했다.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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