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을 대변하는 대표 이익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010년 초 일자리 창출 부진을 해결하려고 매년 40만 개씩 향후 8년간 총 3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내놓았다. 재벌이 규제 완화, 감세, 저금리, 고환율 등과 같은 이명박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에 힘입어 연간 수천억~수조원씩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도 정작 일자리 창출은 등한시한다는 여론의 질타를 의식한 행보였다.
대기업, 매출 60% 증가에 고용은 8% 늘어하지만 전경련의 자체 집계에 따르더라도 30대 그룹의 지난해 신규 고용 규모는 10만7천 명에 그쳤다. 전경련이 내건 40만 명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마저도 눈속임에 가깝다. 지난해 30대 그룹에서 실제 늘어난 노동자 수는 6만1천 명에 불과하다. 앞에서는 11만 명 정도를 새로 뽑았지만, 뒤로는 기존 직원 5만 명 정도를 집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강창일 의원은 6월29일 국회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공청회에서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 등과 같은 불공정 하도급거래와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을 포함한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하고서도 일자리 창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느냐”고 질타했다.
평소 달변을 자랑하는 이승철 전경련 전무의 답변이 걸작이다. “40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모두 대기업이 만들겠다는 취지는 아니었다.” 나머지는 하위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부문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하위 대기업에서의 고용 창출은 크게 기대할 게 없다. 전 산업 기준으로 199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중소기업 종사자 수는 346만8천 명(41.9%)이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대기업 종사자는 오히려 49만5천 명(23.1%)이 줄었다. 결국 대기업의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된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 일자리 창출의 주역은 중소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삼성전자·현대차와 중소 협력사들의 고용 추이는 당면한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잘 보여준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2010년 말 현재 전체 종업원 수는 15만1791명이다. 두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 합계는 149조189억원이다. 기업의 고용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고용유발계수(매출 10억원당 고용인원)를 계산하면 정확히 1명이다. 경제위기 직전인 2007년 말에는 1.5명이던 것이 불과 3년 사이 3분의 2로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60% 급증했는데, 고용은 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기업들의 성장세에 고용증가세가 따라가지 못함을 보여준다.
중소 협력사들의 사정은 어땠을까? 종업원 수를 알 수 있는 689개 협력사들의 지난해 말 현재 종업원 수는 10만7954명이다. 매출액 합계는 40조4161억원이다. 고용유발계수가 1.87명으로, 삼성전자·현대차의 거의 두 배에 가깝다. 같은 매출을 올리더라도 중소 협력사들이 고용을 두 배 정도 더 많이 한다는 뜻이다. 중소 협력사들의 2007년 말 고용유발계수는 2.8명이다.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3년 새 3분의 1 정도가 줄어 고용 창출 능력이 약화됐다. 같은 기간 중소 협력사의 매출액은 42%가 늘고, 고용은 2.6%가 증가했다.
중소기업 숨통을 틔우자중소 협력사들의 고용 증가율은 수치만으로는 대기업보다 낮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게 있다. 만약 중소 협력사들이 대기업의 과도한 납품단가 인하 압력에서 벗어나 최소 7~8%의 적정 이익률을 올리고, 기술·인력 개발에 제대로 투자를 할 여력을 갖게 된다면 고용 창출 능력이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명확하다. 대기업에만 의존해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고용 문제가 풀리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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