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SK텔레콤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를 토대로 1천억원이 넘는 세금 추징액을 최종 확정하고, 세금 고지서를 SK 쪽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의 세금 추징 대상에는 SK텔레콤 외에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부회장이 포함됐고, 최 회장은 추징 세액이 미미하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6월10일 “최근 관할 남대문세무서에서 SK텔레콤 등에 세금 고지서를 발송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도 “곧 세금을 납부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이를 확인해줬다. SK텔레콤은 국세청으로부터 세금 고지서를 받기 전에 거치는 ‘과세적부심 신청 과정’에서 별도의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국세청의 추징 세액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세청은 세금 추징 외에 고발 등 별도의 사법적 조처는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font size="3"><font color="#006699"> SK, 국세청에 이의신청 않아</font></font>국세청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SK텔레콤과 최태원 회장 등을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였다. 특히 겉으로는 5년 만에 한 번씩 하는 정기 법인세 조사를 표방했지만, 서울지방국세청의 조사1국과 별도로 특별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조사4국도 함께 투입돼 조사 배경과 관련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SK 쪽은 법인과 총수 일가에 대한 세금 추징액과 관련해 “사안의 성격상 외부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세청과 SK그룹 소식통의 말을 종합하면, SK텔레콤의 추징 세액은 1천억원대 규모로 알려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법인에 대한 추징 세액은 증시에 공시해야 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가증권 시장의 공시 규정에 따르면, SK텔레콤 같은 대규모 법인은 자기자본의 2.5% 이상의 벌금·과태료·추징금·과징금 등이 부과되면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1천억원은 지난해 말 기준 SK텔레콤 자기자본의 1% 수준이다. 또 다른 SK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연간 매출이 10조원을 넘기 때문에, 회계 처리에서 작은 차이가 있더라도 몇 년치 세금을 합하면 꽤 큰 규모가 나올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하면 추징세액은 많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최태원 SK 회장은 국세청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해외 선물거래에 투자했다가 1천억원대의 대규모 손실을 본 사실이 드러나 거액의 세금 추징이 예상됐으나, 최종적으로 추징 세액이 미미하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시장에서는 그동안 최 회장의 투자 손실 규모가 실제로는 5천억~1조원에 달하고, 추징 세액이 최소 1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를 두고 국세청과 SK그룹 간에 모종의 절충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오는데, 양쪽 모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펄쩍 뛴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 개인적인 일이라 그룹에서도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서도 “최 회장의 투자가 회삿돈과 상관없는 순수한 개인 차원이라는 게 확인된 것 아니냐”고 의미를 설명했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투자자금 출처와 관련해 최근 몇 년간 SK(주)와 SK케미칼 등의 보유 주식을 팔고, SKC&C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5천억~6천억원의 자금을 마련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font size="3"><font color="#006699"> 악재가 겹친 SK</font></font>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세무조사가 그런 의문점들을 깨끗히 정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최 회장의 투자는 다른 대기업 총수들이 회삿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일단 대규모 해외 선물투자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한 대외적 이미지 훼손과 그룹 내 리더십에 대한 타격을 만회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SK그룹 안에서는 2003년 글로벌 분식회계 사태와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 이후 8년 만에 최대 고비라는 시각이 있다. 최태원 회장은 1998년 부친인 최종현 회장이 지병으로 타개해 SK 회장직에 올랐지만, 나이가 어린데다 선대 회장 때부터 활동해온 가신 그룹들의 영향력이 여전히 건재했고, 핵심 계열사의 지분마저 적어 그룹 총수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한 계열사 임원은 “그룹 안에서는 최 회장의 해외 선물투자 손실이나 세무조사를 화제로 삼는 것이 금기처럼 돼 있다”면서도 “과거 SK증권의 파생금융상품 손실과 SK해운의 해외 선물투자 손실이라는 쓰라린 과오를 되풀이했다는 점에서 모두 큰 충격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SK이노베이션의 휘발유 가격 리터당 100원 인하, SK텔레콤의 이동통신요금 인하 등과 같이 최근 SK에 닥친 악재와도 맞물려 있어 그룹 임직원의 마음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font size="3"><font color="#006699"> 최 회장, 리더십과 이미지에 상처</font></font>최 회장은 이런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당분간 대외 활동을 일체 삼가고, 사업에만 매진하는 모습을 보이는 쪽으로 대응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관계자는 “이제는 이미 난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최 회장이 사업에 매진해 좋은 경영 실적으로 만회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으냐”고 말했다. SK 안팎에서는 지주회사제에 관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처리가 늦어지면서 당면 과제가 된 SK증권 지분 처리와, 총수 일가의 형제간 및 사촌형제간 계열 분리, 최 회장의 주변 인물 정리 등 해묵은 과제도 해결을 서둘러 말썽의 소지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세무 조사 과정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최재원 부회장에게도 적잖은 액수의 세금이 추징된 것으로 알려져,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이 많다. 최 부회장에 대한 세금 추징은 해외 투자와 관련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SK 쪽에서는 ‘사실 무근’이라며 회사와 전혀 관련 없다고 설명했다.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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