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양극화가 수그러들었다.
지난 2월 말 2010년 ‘가계동향’ 통계 자료를 받아든 정부 관료들은 당황했다. 그럴 만도 했다. 통계를 보면, 1990년대 이후 계속 벌어지던 가계소득 격차가 뚜렷하게 좁혀졌다. 앞선 김대중·노무현 정권도 잡지 못한 양극화가 ‘친재벌·부자 감세’를 앞세운 이명박 정권 들어 주춤했다는 건, 하나의 사건이었다. 아니, 양극화는 주춤하는 수준을 넘어서 오히려 반전했다. 믿기 어려운 통계였다.
뉴스가 되지 못한 소득분배의 호전
무엇보다 소득불평등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기준인 지니계수가 줄었다. 도시 2인 이상 가구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2009년 0.295까지 올랐지만, 2010년에 0.289로 떨어졌다. 지니계수는 보통 0~1을 오가는 지수로, 모든 사람이 똑같이 소득을 나누면 0, 단 한 사람이 모든 소득을 챙기면 1이 된다. 한 사회에서 소득이 일부에게 쏠릴수록 지수는 1에 가깝게 접근한다. 노무현 정권 때는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지수가 1 쪽으로 조금씩 이동했다. 시장소득 지니계수가 5년 사이 0.024 올랐다(표1 참조). 그 지니계수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2009년에는 옆으로 느슨하게 이동하더니, 2010년에는 0.006만큼 떨어졌다. 놀라운, 이해하기 힘든 반전이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다른 소득분배 통계도 일제히 호전됐다. 상대적 빈곤율도 12.5%로 2009년(13.0%)보다 눈에 띄게 내려갔다. 2000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상대적 빈곤율’이란 가계소득이 ‘중위소득’의 50%에 못 미치는 가구 비율을 가리킨다. 중위소득이란, 예를 들어 1천 명을 소득순으로 나란히 줄 세웠을 때, 딱 가운데, 곧 500번째 서 있는 사람의 소득수준을 뜻한다. 따라서 ‘상대적 빈곤층’은 500번째 서 있는 사람의 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벌이를 가진 집단이다. 통계대로라면, 2009년에는 1천 명의 줄 맨 끝에 서 있던 130명 가운데 5명이 상대적 빈곤에서 벗어나 중산층에 끼어들었다는 뜻이다. 1년 사이의 변화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참고로, 노무현 재임 기간에 상대적 빈곤 인구는 1천 명당 114명에서 129명으로 늘어났다. 그 밖에 상위 20%(5분위)의 벌이를 하위 20%(1분위)의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도 2008년 4.98배로 정점을 찍은 뒤, 2009년과 2010년에 4.95배와 4.81배로 점차 떨어졌다. 어느 모로 봐도 양극화는 2009년 둔화하기 시작한 뒤, 2010년부터는 오히려 완화했다.
놀라운 성과였다. 기획재정부는 통계청의 자료가 나온 날에 함께 보도자료를 냈다. “소득분배가 비교적 뚜렷하게 호전”됐다는 내용이었다. 집권 3년차를 맞은 이명박 정권의 ‘친서민’ 정책의 결실이 맺는 듯했다. 정부가 즐겨 쓴 ‘낙수(落水) 효과’, 곧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부를 만들어내면 그 효과가 하류층에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 입증되는 자료로도 비쳤다. 정부 관계자는 “언론이 크게 보도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적자 가구’ 늘었다”(), “실질소득 5분기 만에 감소”(), “실질 가계소득 쪼그라들었다”() “작년 4분기 실질소득 5분기 만에 ‘마이너스’”()
다음날 일간지들이 전한 뉴스였다. 양극화가 완화했다는 소식은 헤드라인에 실리지 못했다. 일부 신문에서는 아예 관련 기사를 싣지 않았다. 현상은 있었지만 그것을 시원하게 설명할 만한 근거가 없었다. 해석하기 힘든 뉴스는 언론사의 게이트키핑 과정에서 버려졌다. 심지어 정부 관료들도 통계에 자신이 없었다. 현상을 명쾌하게 짚어내지 못했다. 한 관료는 “뜻밖의 결과가 나와서 원인을 아직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 역시 “이런 경향이 앞으로 계속될지 의구심이 있어서, 정권에서도 자신 있게 성과로 내세우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복지 혜택·정규직 증가가 빈자 주머니 채워
가늠하기 힘든 통계의 이면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가계동향 자료를 재분석한 자료를 넘겨받았다. 여기에 통계청의 분석 자료, 국세청의 자료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소득분배의 지형을 그려보았다.
우선, 소득불평등이 완화한 표면적인 이유는 단순명쾌했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크게 증가했고, 고소득층의 소득은 적게 증가했다. 계층에 따라 소득 증가율 속도가 달랐다.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1분위(소득 하위 20%)의 월평균 수입은 57만8천원으로 2009년보다 6.9% 올랐다. 5분위(상위 20%)의 2010년 월평균 소득(327만원)이 2009년보다 5.2% 늘어난 것에 견줘 상승폭이 더 컸다.
모든 계층의 소득 총합에서 1분위의 비중은 2009년보다 0.1%포인트 늘어 6.7%가 됐다. 반대로 부유한 5분위의 소득 비중은 38.1%에서 37.8%로 떨어졌다. 빈자들의 소득 비중이 느는 동안, 부자들이 벌어들이는 몫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빈익빈 부익부의 추세는 뚜렷이 반전했다.
이런 경향은 빈부의 양쪽 극단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국세청이 내놓은 2009년 를 보면, 2008년 종합소득 신고액이 5억원이 넘는 ‘슈퍼리치’와 1천만원 이하 극빈층의 소득 추이도 ‘빈익부 부익빈’으로 변했다. 최고 부유층의 2008년 1인당 평균소득은 13억3400만원이었지만, 2009년에는 13억1500만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극빈층의 1인당 평균 수입액은 465만원에서 482만원으로 늘었다. 1990년대 이후 브레이크 없이 달려온 ‘소득 양극화’의 반전은 국세청 통계에서도 선명했다.
도대체 무엇이 양극화의 흐름을 바꿨을까. 우선 빈곤층의 수입이 크게 늘어난 이유를 보면 두 가지가 부각된다. 첫째, 빈곤층에 대한 사회복지 혜택이 커졌다. 실업급여, 희망근로, 근로소득장려세제(EITC·Earned Income Tax Credit) 등이 경기가 침체한 때 가난한 이들의 주머니를 채웠다. 실업급여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구직급여 지급액은 2008년 2조4731억원이었지만 2009년에는 3조5911억원, 2010년에는 3조4884억원으로 불었다. 희망근로사업(2009년 1조3278억원, 2010년 4456억원)이나 EITC(2009년 4537억원, 2010년 4369억원)도 빈곤층의 소득을 보탰다.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2010년 하위 20%의 소득 가운데서도 ‘이전소득’이 2010년에 무려 20.8% 증가했다. 이전소득은 경제적인 생산활동에 직접 기여하지 않고 개인이 정부나 기업에서 받는 수입을 뜻한다. 곧, 주로 정부로부터 받은 사회복지 급여가 그만큼 증가했다는 뜻이다.
저소득층 가운데 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늘어난 점도 저소득층의 주머니 사정을 도왔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9~2010년 가난한 1분위 계층 가운데 가구주가 상용근로자인 가구 비중이 14.0%에서 17.6%로 늘어났다. 소득 하위 20~40%인 2분위에서 상용근로자의 비율도 같은 기간 31.2%에서 39.2%로 늘었다. 즉 1·2분위 가운데 상용직 인구 비율이 1년 사이 26% 늘었다. 같은 이치로, 빈곤층 가운데 임시·일용직의 비율은 줄었다. 무려 54.1%에 이르던 1분위 비정규직 비율은 52.2%로 떨어졌고, 2분위에서도 비슷한 하락세(35.0%→29.0%)가 나타났다. 특히 2분위에서 정규직 유입 인구가 많았다. 지위가 달라지면서 벌이도 늘었다. 2분위의 근로소득은 지난해 무려 13.3% 올랐다. 여기에는 2007년 1월 발효된 ‘비정규직보호법’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이 법에 따라 2009년 7월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됐다. 2009년 정부와 재계는 법이 집행되면 비정규직이 오히려 회사에서 대량 해고될 수 있다며 법 개정을 요구했지만, 4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현재 결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났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은 2007년 8월 35.9%에서 2010년 8월 기준 33.3%로 줄었다. 비정규직 보호법의 혜택은 특히 2분위에 많이 퍼졌다.
부동산 가격, 금리, 임금 하락으로 부 감소
가난한 이들의 소득이 뛰는 동안, 부자들의 벌이가 상대적으로 시원찮았던 까닭도 살펴보면 흥미롭다. 원인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떨어졌다. 국토해양부의 아파트실거래가격지수를 보면,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은 2009년 12월 141.2였지만, 지난해 말에는 136.8까지 떨어졌다. 1년 사이 아파트 가격은 3.2% 정도 떨어졌다. 낮은 금리 수준도 부유층의 이자 수익을 낮췄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008년 8월 5.25% 수준이었지만, 경기침체와 함께 계속 떨어져 2009년 2월에는 역대 최저 수준인 2.0%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그 뒤로도 15개월 동안 낮은 금리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상위 20%의 재산소득은 2007년 19.5% 증가했지만, 2010년에는 3.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경제학)는 “2008~2009년 고소득층의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이 크게 줄었고, 2010년에도 소득은 크게 회복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둘째, 대기업들이 임금을 크게 내린 것도 중요한 변수였다. 2009년 초 대기업들은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그 첫 절차는 임원진의 임금 동결·삭감이었다. 삼성그룹은 경영진과 임원들의 2009년 연봉을 10~20%씩 줄였다. 현대·기아차 그룹도 임원 급여를 10% 줄이고, 관리직 임금을 동결했다. SK, 한화, 금호, 대한항공 등 대기업도 임원 연봉을 줄줄이 줄였다. 금융권에서도 대부분 2009년 연봉이 5% 줄었다. 공기업도 금융위기 이후 2년 이상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했다. 특히 공기업 신입사원의 연봉이 20% 가까이 삭감됐다. 기업들의 결정은 통계 수치도 끌어내렸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소득 5분위의 근로소득은 2007~2008년 해마다 9% 이상 증가하다가 2009년에는 2.8% 줄었다. 지난해에는 3.2%로 찔끔 늘었을 뿐이다. 5분위의 2010년 근로소득은 2008년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소득 4분위(상위 20~40%)의 근로소득은 0.8%, 3.4% 늘었고, 소득 3분위(중간 20%)의 근로소득은 6.0%, 6.5%씩 늘었다. 부유층의 소득은 다른 계층과 비교하면 더욱 분명하게 정체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소득 양극화는 앞으로도 계속 완화할까. 단정하기 이르지만, 원인들을 오밀조밀 분석해보면 낙관하기는 어렵다. 이 대목에서 LG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낸 보고서는 다시 한번 펼쳐볼 만하다.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2009년 이후 소득 격차 완화는 일시적 현상.’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소득 격차는 조만간 다시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적인 변수 때문에 양극화가 잠시 완화될 뿐이라는 해석이다. 이를테면 정부는 2009년부터 2년 동안 희망근로사업에 2조7734억원을 썼는데, 어차피 한시적인 고용 대책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빈곤층의 고통을 덜어주는 단기적인 정책 효과는 있었지만, 소득 불평등을 구조적으로 완화하지는 못했다는 말이다. 실제로 올해 1분위의 소득증가율 8.8% 가운데 절반이 넘는 5.6%포인트는 복지급여 등을 포함한 이전소득에서 생겨났다. 윤상하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정책 효과로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었지만, 대부분 정책은 한시적이거나 금융위기에 따라 잠시 지출을 늘리는 사업들로 이뤄졌다. 따라서 경기가 풀리면 양극화는 다시 반복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2년 동안 임금을 올리지 않은 대기업과 공기업이 월급을 한꺼번에 올릴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소득 격차가 다시 벌어지게 된다.
이전 정권 소득재분배 정책 효과 드러나
물론 소득 격차를 좁힌 데는 단기 요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소득 격차를 좁힌 구조적·장기적인 요인도 있다. 특히 정부의 사회복지 지출 증가는 강력한 구조적인 변화였다. 그러나 이 부분도 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의 이전소득이 늘어난 이유는 정부의 늘어난 사회복지 지출 덕이 컸다. 2006~2009년 복지예산 증가율은 해마다 10%를 넘겼다. 그 ‘실탄’을 배경으로 늘어나는 실업급여를 대고, EITC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이후 시장의 양극화로 소득 격차가 늘어난 몫을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을 통해 상쇄한 측면이 있었다. 이번 양극화 완화도 오래 누적된 사회복지 정책의 결실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문제는 사회복지 예산 증가율은 현 정권 들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에 증가율이 8.8%로 떨어졌고, 올해에는 6.6%였다. 정부가 맡았던 ‘양극화 완화’라는 역할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정권에 따른 ‘소득재분배 효과’를 주목하라고 설명했다. 약간 복잡하지만, 내용을 살펴보자. 정부는 개인이 벌어들이는 시장소득에 세금을 물리거나, 사회복지 급여를 주는 형식으로 ‘결과의 평등’을 늘린다. 이런 조절 과정을 통해 부유층이 실제로 챙기는 가처분소득은 시장소득보다 줄어들게 된다. 동시에 빈곤층의 가처분소득은 늘게 된다. 따라서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시장소득 지니계수보다 낮게 나타난다. 정부의 개입으로 불평등도가 그만큼 낮아진다는 뜻이다. 정권별로 보면, 지난 김대중 정권은 임기의 마지막 해인 2003년에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를 시장소득 지니계수보다 4.8% 정도 낮은 수준까지 끌어내렸다. 사회복지 제도 개선과 예산 증액을 통해서였다. 노무현 정권도 마지막 해인 2003년에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를 시장소득 지니계수보다 8.5% 낮아지도록 소득재분배 정책을 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2010년에는 가처분소득 지니계수가 8.9%만 낮았다. 가처분소득 지니계수의 낙폭이 앞선 정권의 수준에서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정우 교수는 “소득재분배 효과가 지난 정권 동안 꾸준히 증가했는데, 이명박 정권 들어 그 상승 속도가 확실히 둔화했다”고 풀이했다.
빈곤층의 소득이 느는 데 일조했던 ‘비정규직보호법’도 바뀔 위험에 처했다. 정부가 기간제 근로자에 한해 ‘사용시간 제한 예외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4월6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신설 기업 등에 한해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2년) 제한의 예외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저소득층 정규직 비율도 언제든지 다시 떨어질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2010년 소득 양극화는 분명히 완화했다. 그 배경에는 앞선 정권의 소득재분배 정책이 끼친 장기적·구조적 영향이 있었다. 단기적·한시적 요인도 함께 이바지했다. 현 정권은 소득재분배 정책 분야에서 이전 정권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꾸준히 늘던 사회복지 예산도 주춤한다. 정규직 노동자 비율을 늘리는 데 이바지했던 고용정책도 ‘유연화’를 중심으로 방향 전환하고 있다.
미래의 역사학자들은 어쩌면 2010년을 일컬어, ‘아주 잠시’ 양극화의 광풍이 잠잠해졌던 해로 기록할지 모른다. 정부 정책의 변화에 따라 계층을 가르는 찬 바람이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를 일이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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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1153A4">가계동향 엇갈린 해석의 교차점</font>
<font size="4"><font color="#008ABD">1인 가구 상대적 빈곤 시달릴 확률 높아</font></font>
통계청은 해마다 가계의 소득 동향을 집계한 ‘가계동향’을 발표한다. 지난 2월에 나온 ‘가계동향’을 보면, 소득불평등도를 알리는 지니계수와 5분위배율, 상대적 빈곤율의 통계가 2010년 모두 호전됐다. 입체적인 접근을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유경준 박사에게도 같은 자료를 분석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유 박사에게서 넘겨받은 자료 분석 결과는 통계청의 그것과 약간 달랐다.
우선 지니계수와 5분위배율에서 수치는 약간 달랐지만 결론은 같았다. 빈부격차는 지난해 분명히 좁혀졌다. 차이점은 상대적 빈곤율에서 나타났다. 통계청 자료에서는 상대적 빈곤율이 줄었지만, 유 박사의 자료에서는 상대적 빈곤율이 반대로 늘었다. 자세히 보면, ‘가계동향’에서는 도시 2인 이상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이 2009년 15.4%에서 지난해 14.9%로 감소했다. 반면에 유 박사의 자료에서는 상대적 빈곤율이 19.22%에서 19.29%로 오히려 증가했다. 상대적 빈곤율의 절대 수치뿐 아니라 변화 추이도 달랐다.
왜 엇갈린 해석이 나왔을까. 원인은 두 기관의 다른 셈법에 있었다. 통계청이 세는 단위는 ‘사람’이고, 유 박사의 셈 단위는 ‘가구’였다. 어느 분석이 더 정확하다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두 자료를 한꺼번에 보면 빈곤의 현상은 더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사람 기준으로 보면 상대적 빈곤 인구는 1천 명 중 149명이었고, 가구 기준으로는 1천 가구 중 193가구가 상대적 빈곤층에 속한다는 뜻이다. 두 통계를 합해 추정하면, 1인 가구가 상대적 빈곤층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잠정적 판단이 가능하다. 실제로 200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1인 가구 가운데 33.3%가 상대적 빈곤층에 속하지만 4인 가구가 상대적 빈곤에 시달릴 확률은 12.8%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1인 가구 비중은 1980년 4.5%, 2000년 16.3%를 거쳐, 2010년 23.8%에 이른다. 외로움과 가난을 모두 짊어진 이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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