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size="4"><font color="#C21A8D">Q.</font></font> <font color="#C21A8D">오합지졸 군대를 왜 ‘당나라 군대’라고 하나요? 844호 ‘한국의 진보는 진정 전쟁에 반대하는가’ (박노자의 국가의 살인)에도 “이명박 대통령 집권 3년 만에 상승의 최정예 우리 군이 연전연패의 당나라 군대가 돼가고 있는…”이라는 대목이 나오던데요. 당나라 때는 중국 역사에서 가장 융성한 시기가 아니었나요? 무약문강했던 송나라도 있고 서양에 멸망해버린 청나라도 있는데, 왜 당나라가 이런 불명예를 안게 되었을까요?(백종수)</font>
<font size="4"><font color="#008ABD">A.</font></font> 이런 질문 참 곤혹스럽습니다. 대부분 아는 말이고 그럴듯한 어원을 가지고 있을 법한데…. 바이러스도 아니면서 변종이 많이 생겨나기도 하지요. 한나라당을 ‘당나라당’이라고 비꼬기도 하잖아요.
저도 언급하신 글에서부터 추적을 시작했습니다. 노르웨이 오슬로로 국제전화를 걸었지요. 박노자 교수는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의 블로그 글을 인용한 대목이라고 전제한 뒤 자신의 생각을 밝히시더군요. 핵심만 추리면 이렇습니다.
임의 말씀대로 당나라 군대도 한때 강군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왕조가 그렇듯이 후기로 갈수록 약해지지요. 이라는 북송시대의 역사책을 보면, 8세기 중반 이후 약화된 당나라의 군사적 패배를 안타깝게 기술한 대목이 많다고 합니다. 당시 당나라의 주변국, 특히 토번(티베트)과 돌궐(위구르) 등의 침략에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는군요. 토번의 공격에 수도 장안까지 함락된 적이 있다네요. 당나라 군이 ‘연전연패’의 상징처럼 역사책에 기술되면서 그런 불명예를 쓰게 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박 교수의 또 다른 가설은 일본 역사책입니다. 자신들이 조공을 바치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당나라의 약점을 크게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는군요.
인터넷에도 유사한 질문과 다양한 답변이 있습니다. 김인규 한림대 교수(경제학)는 한 언론에 실제 당나라군은 세계 최강이었다며 “서기 660년 신라군이 처음 만난 당나라군은 여러 민족으로 구성된 소란스러운 부대였던 모양이다. 단일민족으로 군기가 엄정했던 신라군의 눈에는 당나라군이 군기가 엉망인 군대로 보였을 거라는 설”을 소개했습니다. 이에 한 블로그(비겐의 군사문제 사진 블로그)에는, 일제시대 일본군이 무늬만 군대였던 중국군을 ‘가라 군대’라고 조롱했고 역사적으로 당과 그 이후 중국을 ‘가라’라고 표현했던 것이 뒤섞여 ‘당나라 군대’의 어원이 됐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오합지졸 중국군 → 가라(‘가짜’와 ‘당나라’ 모두 가라로 발음) 군대 → 당나라 군대’가 됐다는 주장인 셈이지요.
그럼에도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우선 한·중·일만 확인해봤더니 ‘당나라 군대’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만 쓰입니다. 중국 역사서에서 기원했거나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말이라면 중국이나 일본에도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할 텐데 말이지요. 그래서 “중국에는 없고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당나라 군대’를 누가,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는지를 확인해야 정확한 어원을 알 수 있다”는 중국전문가 이남주 교수(성공회대)의 지적에 공감이 갑니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있지요. 경제뿐 아니라 군사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당나라 군대” 운운했다가는 곤란한 일이 생길 수도 있지요.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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