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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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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에 퍼주고 노동자 뺨 때리는 현대

현대건설 인수전의 이면… 인수가의 2.2%로 가능한 정규직화 거부하는 현대차그룹,

과도한 인수가로 투기자본 배불리는 현대그룹
등록 2010-11-24 11:24 수정 2020-05-03 04:26

현대차그룹은 11월1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 마련된 접수처에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입찰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같은 날 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울산공장 조합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현대차 쪽에 지난 9월 이후 정규직화를 위한 특별교섭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해왔다. 그리고 이날 아침 하청업체인 동성기업 소속 조합원들이 출근을 저지당하자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의 발단이 된 동성기업 노조원들은 모두 2년 넘게 일해온 이들이다. 정규직이 될 자격이 있다. 대법원은 지난 7월 ‘사내하청 업체에서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비정규직 노조는 정규직화를 위한 교섭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동성기업은 석연찮은 이유로 폐업했고, 이를 청문기업이 인수했다. 새 회사는 노조원들에게 고용 승계의 조건으로 노조 탈퇴와 새 근로계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현대차가 ‘하청업체 바꾸기’ 수법으로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돈이 남아 돌아도 정규직화 안 된다?

»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지난 11월15일부터 파업 중이다. 울산시 효문동에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던 중 경찰이 최루액을 발사하고 있다.연합

»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지난 11월15일부터 파업 중이다. 울산시 효문동에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던 중 경찰이 최루액을 발사하고 있다.연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바람은 끊이지 않는 요구이자 숙명이다. 임금은 물론 복지에서도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노조가 파업 결정을 내린 지 몇시간 만에 조합원 1500명 가운데 800여 명이 울산1공장에 집결한 것은 그 바람의 절실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대차는 이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법파업이라고 규정하고, 이상수 지회장 등 52명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차 강호돈 대표이사 부사장(울산공장장)은 담화문을 내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조업 단축과 휴업 조처까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타협의 뜻이 없음을 밝혔다.

그럼 현대차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데 얼마나 돈이 들까? 금속노조는 연 1121억원에 불과하다고 본다. 강호돈 부사장이 지난 9월 노동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제출한 ‘제조업 경쟁력과 노동유연성-사내하청 관련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 자료를 보면, 정규직 생산직(4년차 기준)은 월평균 352만253원을, 사내하청 생산직(4.1년차 기준)은 73% 수준인 월 258만6183원을 받는다.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회사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따져보면 1만 명으로 추산되는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비용은 1121억원”이라고 말했다. 반면 회사 쪽은 비정규직 전환비용으로 2600억원을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정도의 비용은 현대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제시한 5조1천억원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노조 추산 정규직화 비용은 인수 금액의 2.2%에 불과하다. 여기에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2006년 비자금 사건에 대한 사면 조건으로 국민에게 약속한 사회공헌기금(8400억원)과 비교해도 13% 수준이다. 더욱이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드러난 현대차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12조원에 달한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이 많은 돈을 ‘곳간’에 쌓아두면서도 비용과 경쟁력을 이유로 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현대차는 직접 교섭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이 탐내던 현대건설은 4100억원 더 많은 5조5100억원을 ‘베팅’한 현대그룹에 우선협상대상 자격이 주어졌다. 하지만 현대그룹도 상처를 입었다. 당장 현대건설 주가가 11월15일 주당 7만3100원에서 18일에는 5만9800원으로 급락했고, 현대그룹 최대 계열사인 현대상선 주가도 같은 기간 1만원 이상이 떨어져 3만5천원을 기록했다. 현대그룹의 인수금액 가운데 4조원가량이 빌린 돈이라는 점을 시장이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정작 인수전의 승자는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라는 평가다. 시아주버니와 제수 간의 다툼으로 현대건설 인수가는 애초 3조5천억~4조5천억원이라는 전망을 깨고 5조원을 훌쩍 넘겼다. 높아진 몸값은 ‘먹튀’ 비판을 받는 론스타의 이익이 된다. 론스타가 절반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외환은행은 정책금융공사(11.13%)에 이어 8.72%의 지분을 가진 현대건설 2대 주주다. 주식을 넘기는 대가로 약 1조2천억원을 벌어들이게 됐다. 최근에는 외환은행 인수에 하나은행과 산업은행이 뛰어들어 외환은행 몸값이 더 치솟는 바람에 론스타가 챙겨가는 돈은 훨씬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는 이미 외환은행 인수에 든 원금 2조1548억원의 95%인 2조487억원을 지분 일부 매각과 높은 현금배당으로 회수했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은 지분 일부 매각으로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 세금 한 푼 걷지 못하고 있다. 론스타는 법인 소재지가 벨기에인데, 한-벨기에 조세조약은 ‘주식매매 차익은 법인의 소재지 국가가 과세권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론스타, 이번에도 현금 배당으로 수익 챙길 것”

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 운영위원장은 “론스타는 현대건설 지분 매각으로 더 많아질 외환은행 수익을 지금까지 한 것처럼 현금 배당으로 챙겨갈 것”이라며 “그 전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더라도 현대건설 지분 매각 대금이 수익으로 잡히기 때문에 그만큼 높은 값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의 웃음과 반대로 노동자들은 고용을 걱정한다. 현대건설과 외환은행 노동자들이다. 현대건설 임동진 노조위원장은 “현대그룹이 4조원 넘는 돈을 빌려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며 “과도한 차입으로 직원들 사이에 인수 후 우량자산을 매각하거나 임금 삭감 등으로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조 김보헌 전문위원도 “하나은행이 인수할 경우 국내 영업 지점이 겹치는 등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며 “이로 인해 구조조정 등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 있어 하나은행의 인수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수개월간 경쟁을 벌여온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시장 예상가격보다 1조원 이상 웃도는 5조원대를 쓰겠다고 나선 한편에선, 현대차 비정규직들이 1121억원의 정규직화 비용을 우려하는 회사와 맞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또 피인수기업이 될 위기에 처한 현대건설·외환은행 정규직들은 비정규직으로 떨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전의 이면은 이렇게 서글프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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