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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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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들의 기대섞인 희망, 집값 바닥론

[경제] ‘전셋값 상승’ 호들갑 떨지만 대세 하락기의 특징일 뿐…

아파트 거래량 증가 수치의 미미한 변화를 ‘비율’로 부풀린 착시 효과
등록 2010-11-03 15:16 수정 2020-05-03 04:26
» 최근 전셋값이 오르면서 ‘집값 바닥론’이 일부 언론을 통해 제기되고 있지만 확실한 근거는 없다. 오히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주택담보대출이 감소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국내 주택시장은 긴 흐름에서 볼 때 대세 하락기의 전반부라고 할 수 있다.한겨레 김진수

» 최근 전셋값이 오르면서 ‘집값 바닥론’이 일부 언론을 통해 제기되고 있지만 확실한 근거는 없다. 오히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주택담보대출이 감소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국내 주택시장은 긴 흐름에서 볼 때 대세 하락기의 전반부라고 할 수 있다.한겨레 김진수

최근 주택시장이 바닥에 이른 것 아니냐는 언론 보도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10월25일 SBS가 보도한 ‘집값 바닥론 솔솔… 부동산 시장 꿈틀’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대표적이다. 사실 SBS뿐만 아니라 상당수 언론이 갑자기 ‘집값 바닥론’을 설파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며 아우성치던 언론들인가 싶을 정도다. 이렇게 쉽게 시장이 반등할 것이라면 왜 그토록 정부에 갖은 부양책을 요구했는지 의문이다.

필자가 최근 패널로 참석한 문화방송 의 주제도 ‘부동산, 바닥인가?’였던 것을 보면 ‘부동산 바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면 ‘집값 바닥론’은 얼마나 근거가 있을까?

» 표1.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 추이 비교/ 표2.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 추이/ 표3. 권역별 미분양 주택 추이/ 표4.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추이/ 표5. 부산 지역 아파트 거래량 추이

» 표1.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 추이 비교/ 표2.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 추이/ 표3. 권역별 미분양 주택 추이/ 표4.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추이/ 표5. 부산 지역 아파트 거래량 추이

미·일 거품 붕괴 초기에도 임대료 올라

우선, ‘집값 바닥론’의 첫 단서를 제공한 것은 9월 이후 거세진 전셋값 앙등 현상이었다. 전세난이 심해지자 군소 경제신문들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올라 매매가도 오를 것”이라는 식으로 예단하는 기사가 나왔다. 이같은 주장은 이미 지난해 이사철에도 등장했지만 이후 근거가 없음이 드러난 바 있다. 그런데 또다시 비슷한 선동 보도가 일부지만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전세난은 주택 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올 하반기 수도권 입주 물량은 2007년 말 ‘밀어내기’ 분양 여파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공공임대주택 물량 역시 올해 전국적으로 10만 호가 넘을 정도다.

그러면 왜 전셋값이 뛸까? 현재의 전셋값 상승은 주택가격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주택을 매도한 뒤 전세로 전환하거나 매입을 포기한 이들의 전세 수요가 늘어난 측면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또 △주택가격이 가라앉으면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는 데 문제가 없는 ‘안전한 전세’에 대한 수요 증가 △일부 지역의 월세 전환 증가로 인한 전세 물량의 상대적 부족 △수도권 입주 아파트에서 잔금을 치르지 못해 전세로 내놓지 못하는 입주 물량의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 정부의 전세자금 지원으로 인한 전세시장 유동성 증가와 언론의 선동 보도, 주택 소유자들의 전셋값 끌어올리기도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전셋값 상승의 배경을 감안하면 지금의 현상은 집값 대세 하락기에 나타나는 특징이며, 이를 집값 상승으로 연결짓는 것은 무리다. 과거 1991~92년 집값이 떨어질 때도 전셋값은 상당 기간 강세를 띠었고,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버블의 정점이나 버블 붕괴 초기에 임대료가 올랐던 점이 이를 방증한다. 물론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면 판단의 경계선상에 있는 일부 가계가 저가 소형 위주의 주택 매수세로 유입될 수는 있다. 하지만 주택시장의 주력인 중·대형 아파트 매수세로 옮겨붙기에는 매매가와 전셋값의 괴리가 너무 크다. 이같은 괴리를 과거 대세 상승기 때는 주택대출로 메웠지만, 이제는 가계부채도 거의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다.

전셋값 상승세에 이어 ‘집값 바닥론’의 단서를 제공한 것이 9월 아파트 거래량이다. 국토해양부 발표를 토대로 일부 언론에서는 9월의 아파트 거래량이 서울·수도권·전국별로 5.9~11.5%가량 늘어났다고 전했다. 일부 성급한 언론은 ‘9월 아파트 거래량 8.6%↑… 8·29 대책 약발?’ ‘전세 수요 매매로 돌아서나… 9월 아파트 거래 증가’라는 식의 제목을 뽑았다. 뭔가 주택시장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9월 거래량, 과거 4년 평균보다 65% 감소

그런데 9월 아파트 거래량의 실상은 어떨까? 거래량이 바닥에 이르면 약간의 거래량 변화로도 ‘비율’로는 상당 폭의 거래량 증감이 나타나는 것처럼 비칠 때가 있다. 9월의 아파트 거래량이 그런 경우다. 그런데 을 보면 아파트 거래량이 구조적 거래 침체기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거래량은 한두 달 정도의 추이로 판단할 수 없고, 구조적 추세를 보아야 한다. 서울의 경우 8월 2123건에서 9월 2248건으로 5.9%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눈에 띄는 변화라고 하기는 힘들 정도로 미미하다. 9월이 전통적인 이사철임을 감안하면 더더욱 미미한 수치다. 2006~2009년 4년간의 같은 달 평균과 비교하면 65.5%나 감소한 수치다. 구조적 침체 추세가 변하지 않은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국토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하는 아파트 거래량과 달리, 국토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위탁해 운영하는 온나라부동산정보통합포털(www.onnara.go.kr)상의 9월 거래량은 오히려 소폭 줄었다는 점이다(역시 큰 흐름에서 보면 미미한 변화여서 도표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온나라부동산정보통합포털의 거래량은 매매 거래 외에 증여·신탁 등의 사유로 발생한 거래량도 모두 포함하는 반면, 국토부가 직접 발표하는 거래량은 국토부 공무원이 매매 거래량 가운데도 일정한 기준(국토부 담당자와 통화해봤으나 그 기준이 뭔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을 적용해 발표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태에서는 두 가지 거래량을 상호 보완적으로 살펴보는 게 현명하다. 어쨌든 어느 쪽 거래량을 보더라도 아파트 거래가 구조적 침체 추세에서 벗어났다는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

주택담보대출 감소는 심각한 시장 위축 의미

조심스럽게나마 이렇게 판단하려면 최소 2~3개월 정도 아파트 거래량이 상당 수준 더 늘어나야 한다. 필자가 추정한 2006년 이전의 분기별 아파트 거래량까지 포함해 나타낸 를 보면,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구조적 추세를 볼 줄 모르고 한 달 만의 거래량 변화를 놓고 일부 언론이 예단성 기사를 내보내는 것이다. 한 달간의 거래량 변화를 보면 지난해 말의 일시적 거래량 반등이 훨씬 더 큰 편이다. 하지만 이후 주택가격은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집값 바닥론’의 또 다른 근거로 거론되는 것이 전국 기준 미분양 물량의 감소다. 하지만 에서 알 수 있듯이 지방의 미분양만 줄었을 뿐이다. 그렇게 줄어든 물량 대부분도 정부의 미분양 물량 매입 조처에 따른 것이다. 반면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은 건설업체들이 허위·축소 신고를 했음에도 연초보다 2천 호 이상 증가했다( 참조). 더구나 악성 미분양이라고 할 수 있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건설업계가 분양 실패를 두려워해 분양을 중단한 상태인데도 이 정도다. 국내 주택시장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의 미분양 사태가 악화되고 있는데, 전국 기준의 자료를 바탕으로 집값 바닥론을 논하는 것은 눈속임에 가깝다.

또한 앞서 언급한 SBS 보도가 집값 바닥론의 근거로 삼고 있는 지방 주택가격 상승세도 주의해서 봐야 한다. 최근까지 지방 주택가격 상승세를 주도한 부산에서는 이미 에서 보듯이 지난해 말 이후 아파트 거래량이 빠르게 줄고 있다. 부산은 수도권에 비해 2005년 이후 상당한 조정기를 거치기도 했고, 대규모 재개발사업이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에서 일시적 수급 미스매치가 일어난 가운데 투기가 가세해 주택가격이 한동안 올랐다. 하지만 부산의 지속적인 인구 감소나 취약한 경제력 등을 고려할 때 상승세가 지속되기는 어렵다. 거래량이 주택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부산의 집값 하락 가능성이 커지는 근거로 봐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의 최신 발표치인 올 8월의 주택담보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현재 국내 주택시장의 이면에는 공식적으로만 350조원에 이르는 주택담보대출이 있다. 그런데 2000년대 내내 늘기만 하던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들었다는 점은 그만큼 시장 위축이 심각함을 나타낸다. 물론 9월 이후의 주택담보대출 추이가 어떻게 나타날지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 대세 상승기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흐름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주택가격의 추가 하락을 예고하는 지표에 가깝다.

업계와 일부 언론의 어설픈 ‘집값 띄우기’

이처럼 몇 가지 지표만 간단히 살펴보더라도 최근의 집값 바닥론이 얼마나 빈약한 토대 위에 서 있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집값 바닥론은 부동산업계나 부동산 광고에 목맨 일부 언론의 ‘기대 섞인 희망’일 뿐이다.

국내 주택시장의 거품은 주택담보대출의 위기 구조와 직결돼 있다. 주택담보대출, 더 나아가 가계부채 위기 구조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가격이 대세 상승으로 다시 접어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한국 경제가 지금보다 훨씬 더 위태로운 상태로 치닫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심 없는 상당수의 금융경제 전문가들이 한국 부동산 시장과 주택담보대출 구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얼마 전 개최된 세미나에서 한국금융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한국은행의 연구원들이 이구동성으로 국내 주택담보대출 구조의 위험성을 경고한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내 주택시장은 긴 흐름에서 볼 때 여전히 대세 하락기의 전반부에 있다. 정부의 억지 부양책과 일부 언론의 선동 보도 때문에 이같은 상황이 가려져 있을 뿐이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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