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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친구는 네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스마트폰 열풍에 위치 기반 서비스 진화…
주변 교통·맛집 정보에 이어 흔적 공유하는 소셜 네크워크 서비스까지
등록 2010-08-12 17:14 수정 2020-05-03 04:26
증강현실 기술이 구현된 스마트폰. 건물을 카메라로 비추면 다양한 정보가 쏟아진다. 한겨레 박미향 기자

증강현실 기술이 구현된 스마트폰. 건물을 카메라로 비추면 다양한 정보가 쏟아진다. 한겨레 박미향 기자

‘나 여기 있다.’

3개의 단어다. ‘여기’가 네팔 히말라야의 고봉 칸첸중가이거나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라면 읽는 이들로부터 놀라움이나 부러움을 가져올 수 있다. 반면 ‘여기’가 동네 식당이나 가게라면 큰 의미가 없다. 만약 이 문장을 쓰거나 읽는 사람이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어떻게 될까?

‘친구찾기’로 불거졌던 외도 논란

스마트폰 사용자에게는 위치가 유용한 정보다. 현재 위치를 근거로 주변의 맛집이나 가볼 만한 곳을 찾아본다. 또 이미 그곳에 다녀간 사람들의 평가를 공유한다.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과 여기에 탑재된 ‘위치 기반 서비스’(Location Based Service) 애플리케이션 덕분이다.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는 4900만여 명이며, 이 가운데 300만 명(6.1%)이 스마트폰을 쓴다. 지난해 11월 아이폰이 처음 등장한 이후 1년도 안 돼 스마트폰 사용자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위치 기반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이 가장 각광받는 스마트폰 기능으로 뜨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애플리케이션 가운데 60%를 차지한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정대중 로컬서비스팀장은 “스마트폰의 위치 기반 서비스가 인기 있는 것은 ‘즉시성’에 있다”며 “내가 있는 위치에서 궁금한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장점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위치 기반 서비스는 스마트폰 이전에도 있었다. 일반 휴대전화를 이용한 ‘친구찾기’가 대표적이다. 상대방을 친구로 등록해놓으면 휴대전화를 통해 그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 카페 ‘배우자의 외도, 그 한가운데 선 사람들’에 오른 글 가운데는 ‘친구찾기’를 활용해 배우자의 외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 방식은 휴대전화 사용자가 통화할 때 이용하는 기지국(휴대전화를 연결해주는 장치)을 통해 위치를 파악하는 것으로, 적게는 500m에서 크게는 2km 오차 범위가 있다. 이 때문에 등록된 ‘친구’가 다른 일로 모텔촌을 지나갔는데 외도를 한다는 오해를 사는 일도 벌어졌다.

구글과 다음 등이 지도 서비스를 제공해 위치기반서비스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다음 지도 애플리케이션.

구글과 다음 등이 지도 서비스를 제공해 위치기반서비스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다음 지도 애플리케이션.

증강현실, 카메라로 비추면 정보 쏟아져

위치가 더 정확한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한 서비스도 있었다. GPS는 인공위성을 이용해 좌표를 찾기 때문에 오차 범위가 50m 안팎으로 기지국 방식보다 훨씬 정확했다. SK텔레콤이나 KTF(현 KT), LG텔레콤 등이 편리한 길찾기를 위해 내놓은 ‘텔레매틱스 서비스가 GPS를 이용한다. 목적지까지 가는 경로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가는 곳까지의 교통량까지 분석해 좀더 빠른 길을 찾아준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사용할 때마다 데이터 사용료가 발생하고, GPS를 이용한 부가 서비스가 적어 발전하지 못했다.

수년간 진전이 없던 위치 기반 서비스는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위상이 달라졌다. GPS 수신기가 휴대전화에 내장된데다 사용료 부담은 줄고 서비스 영역은 늘어났다. GPS와 무선 인터넷 접속점(Wi-Fi AP)을 이용해 위치가 정확해졌고, 정액 데이터요금제 활성화로 비용이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버스 도착 시각 확인이나 맛집 찾기는 물론 주변에 위치한 병원·약국 찾기, 커피 전문점 검색 등 일상생활에 유용한 서비스가 잇따라 나왔다.

스마트폰 초기의 위치 기반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은 사용자의 위치에 따라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형식이었다. 고등학생 유주완(18)군이 만든 ‘서울버스’는 스마트폰 사용자 수십만 명이 사용하는 필수 애플리케이션이 됐다. 사용자가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버스가 언제쯤 도착한다는 것까지 알려줬다. 그 덕에 ‘출근 때마다 뛰어갈 일이 없어졌다’ 등의 호평을 받았다. 카이스트(KAIST) 학생 이정열(25)씨가 선보인 ‘기름값 조회 애플리케이션’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을 소지한 운전자의 반경 1~10km 안에 있는 주유소·충전소 위치와 주유소별 기름 가격을 알려준다. 덕분에 운전자는 자신이 사용하는 기름의 종류나 브랜드별로 가격을 검색한 뒤 싼 곳을 찾아가 기름을 넣을 수 있게 됐다. 맛집을 안내해주는 애플리케이션 ‘라스트 서퍼’ 역시 위치를 기반으로 한다. 기존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맛집 정보가 양식·중식 등 음식 종류나 삼청동·가로수길 등 유명 장소를 기초로 안내했다면, 라스트 서퍼는 사용자의 위치를 중심으로 한다. 사용자가 있는 장소에서 0.5m~30km 범위 안의 종류별 음식점 위치와 가격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음식점에 다녀온 사용자들의 평가까지 볼 수 있다.

여기에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 추가되면서 서비스 영역은 훨씬 넓어졌다. 증강현실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스마트폰으로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비추면 공연 정보는 물론 예약전화나 홈페이지로 연결하는 식이다. 증강현실이 위치 정보 서비스와 연결돼 각종 공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그곳에 가는 길까지 정확하게 안내해준다. 최근 LG전자가 선보인 스마트폰 ‘옵티머스Q’ 광고에서 탤런트 공유는 “길이 말했다. 지금 좌회전하라고”라고 말한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켜고 길을 비추면 목적지까지 어떻게 가는지 알려준다는 것이다. 또 구글과 다음 등이 구글맵·다음맵 등 지도 서비스를 제공한 것도 서비스의 영역 확장에 보탬이 됐다.

가까운 대리운전 기사 찾아주기 서비스도

최근에는 한 단계 더 발전해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결합하고 있다. 이미 미국 업체가 개발한 ‘포스퀘어’(Foursquare) 서비스는 위치 기반 서비스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연결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나 여기 있다’고 트위터 등을 통해 알리고, 그 장소에 대한 각종 정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다. 특정 장소에 자주 들른 흔적을 남길 경우 지위가 올라가는 게임 요소까지 갖췄다. 국내에서도 포털 사이트 다음과 파란이 ‘다음플레이스’와 ‘아임인’ 애플리케이션을 최근 선보이면서 위치 기반 서비스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연결했다. 다음의 정대중 팀장은 “스마트폰 사용자는 ‘인증샷’(다녀감을 확인하는 사진), ‘직찍’(사용자가 손수 촬영) 등 특정 장소에 다녀간 것을 알리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이런 족적이 지도상에 바로 나타나고, 그 족적을 확인할 수 있어 사용자끼리 좋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기존 인터넷 블로그와는 달리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어 신뢰도가 높고, 쌓인 족적의 양에 따라 해당 장소에 대한 대중의 정확한 선호도가 나타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위치 기반 서비스가 영역을 확장하면서 기업들도 이를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개발업체들은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데, 일반 기업들은 마케팅에 활용하려고 애쓴다. 신용카드사인 씨티카드는 지난 6월 위치 기반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현재 위치를 제공하면 주변 업체의 씨티카드 제휴 여부와 이벤트 정보를 제공해 사용자가 가맹점을 방문해 좀더 많은 카드 포인트를 쌓거나 할인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 SK마케팅앤컴퍼니 역시 OK캐시백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가게의 위치를 알려주는 ‘OK캐시백 터치’ 애플리케이션을 내놨다.

중소기업도 위치 기반 서비스 개발에 적극적이다. 디엠일렉은 이미 대리운전과 퀵서비스를 위한 무인 중계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서비스는 고객의 위치 정보를 이용해 주변에 있는 대리운전·퀵서비스 기사와 직접 연결해준다. 이 회사 최인찬 대표는 “무인 중계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와 기사를 직접 이어주기 때문에 중간에 연결해주는 회사가 없어 가격이 저렴하다”며 “이미 윈도 모바일폰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고, 이달 안에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위치 기반 서비스가 스마트폰을 통해 폭넓게 쓰이면서 기업에는 새로운 사업 영역이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 업체인 제너시스템즈의 조준성 서비스디자인팀장도 “과거 인터넷 검색광고 시장에서 대기업이 기여하는 매출보다 수많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로부터 발생하는 매출이 더 많은 이른바 ‘롱테일 효과’(상위 20% 기업이나 상품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파레토 법칙과 달리 다수의 작은 기업이나 제품이 모이면 대기업이나 히트 상품 매출을 앞지르는 효과)를 가져온 것처럼 위치 기반 서비스 역시 앞으로 많은 업체들이 참여해 같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 흔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서비스도 나왔다. 파란의 ’아임인’ 애플리케이션.

내 흔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서비스도 나왔다. 파란의 ’아임인’ 애플리케이션.

 

“GPS 탑재 의무화하면 인권침해”

정부 역시 위치 기반 서비스 산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6월 ‘위치정보서비스 산업육성 및 사회안전망 고도화를 위한 위치정보 이용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위치정보서비스 사업자 가운데 개인정보 침해 위협이 낮은 경우 허가·신고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방통위 허은영 사무관은 “스마트폰의 위치정보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은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이용하기는 하지만 이동통신사처럼 그 사용자의 인적사항 등에 대한 정보는 갖고 있지 않고, 단말기 고유 번호도 중계망을 통해 변형돼 제공되기 때문에 해당 사용자를 특정할 수 없다. 이처럼 프라이버시 침해 위협이 낮은 사업자에 대해 허가·신고 규정을 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휴대전화에 GPS 기능 탑재를 의무화하고 긴급신고에 한해 경찰이 위치정보를 이용할 권한을 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건물 비상구 유도등에 와이파이 전파 발신 장치를 달아 휴대전화 화면에서 비상구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이같은 정책으로 2012년까지 936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인권침해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모든 휴대전화에 GPS 기능 탑재를 의무화하면, 상하 관계가 있는 조직에서는 개인의 위치를 확인해 감시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GPS 탑재를 의무화하면 노동자와 사업주 등 권력관계 속에서 위치정보 공개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GPS가 없는 휴대전화를 택할 수 있는 노동자의 자유를 뺏는 것이어서 철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긴급구조를 빌미로 위치정보를 오·남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참고 사이트: 제너시스템즈 기업블로그(xenerdo.com),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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