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1990년대를 뜨겁게 살아낸 이 땅의 젊음들을 분노케 했던 이름이 있다. 케네스 마클(34). 그는 1992년 10월28일 동두천에서 성매매 여성 윤금이씨를 처참하게 죽인 죄로 15년형을 선고받았고, 지난 8월 형기를 1년 반쯤 남기고 가석방됐다. 우리가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난달 국정감사 때 나온 법무부의 자료를 통해서다. 그때 동두천 민주시민회 의장으로 지역 투쟁을 이끌었던 이교정(46)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전무는 “오랜만에 마클의 이름을 들으니 옛 투쟁 기억들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윤씨의 사건은 10년 뒤 효순·미선이 때와 마찬가지로 중앙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렇게 참혹한 일이 터졌는데도, 언론들은 이 사건을 지방면 1단 기사로 처리합니다.” 경찰은 윤씨가 숨진 지 이틀 만에 주검 화장을 허용했고, 그 다음날 마클을 잡고도 별다른 조사 없이 미군 현병대에 넘겼다.
“윤씨 사고가 나기 한 달 전에 미군들이 부대 앞 보산동 상가 일대에서 술을 마시고 한국 사람들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등 난동을 피운 일이 있었거든요. 그때 사람들이 그 미군들을 잡아 경찰에게 넘겼는데 미 헌병들에게 넘겨주더라고요.” 그 광경을 지켜본 시민 100여 명이 보산동의 미군 헌병초소에 돌을 던지며 크게 항의했다. “아마 그 사건이 윤씨 사고의 서막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클의 참혹한 범죄와 이후 한국 사법당국의 행동을 지켜본 동두천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하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택시 기사들은 미군들의 승차를 거부했고, 시내에서 장사하는 일부 상인들도 미군 출입을 거부했다. 동두천 시민 400명은 두 번이나 대규모 집회를 열어 “마클 처벌”을 외치며 미군에 항의했다. 투쟁은 전국에 들불처럼 번졌고 마침내 미 2사단 사단장은 시민들에게 공개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때 사건으로 대중들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미군 범죄에 각성하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주한미군의 윤금이씨 살해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로 이름을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이스라엘 반발에, 이 대통령 “반인권적 행동 지적한 건데...실망”

업무시간 술마시고 노래방…대법, 오창훈 부장판사 사직서 수리

54년 만의 달 왕복…아르테미스가 세운 ‘최초의 기록들’

최대 60만원 ‘고유가 지원금’ 27일 지급 시작…8월까지 사용해야

“10시 이후에 출근”…정부, 노인일자리 ‘출·퇴근 시간’ 조정한다

HD현대중 잠수함 화재 고립 노동자, 33시간 만에 주검으로 수습

일본인들, 한국어로 ‘다만세’ 시위…“다카이치 퇴진!” 손엔 K응원봉

트럼프 “호르무즈 꽤 빨리 열릴 것…통행료 용납 못 해”

“보수 꼴통” 이진숙, 진행자에 날 선 반응…무슨 질문 받았길래?

경찰, 전한길 구속영장 신청…‘이 대통령·이준석 명예훼손’ 혐의

![[단독] 에어건 ‘장기 손상’ 피해자 “사장, 내가 괴로워하자 만족한 듯 웃어” [단독] 에어건 ‘장기 손상’ 피해자 “사장, 내가 괴로워하자 만족한 듯 웃어”](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6/0410/2026041050121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