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 화폐인 위안화를 절상(위안화 강세)할지 말지가 최근 세간의 주요 관심사다. 각 언론이 지난 3월6일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행장이 “현재의 환율정책은 위기 상황에서 특수한 것이며, 조만간 그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한 발언을 중국 당국이 위안화 절상을 시사한 것이라고 대서특필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경기 연착륙 추진언론들이 ‘호들갑’을 떠는 데 이유가 없지 않다. 실제로 중국은 2005년 고정과 변동환율제의 중간 격인, 몇 개의 통화로 구성된 바스켓에 환율을 연동시키는 통화 바스켓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때부터 위안화는 20%가량 절상되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수출 급감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사실상 환율을 고정시켰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특히 중국의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자, 언제 중국이 다시 위안화 절상을 할지가 궁금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 언론들도 이야기하듯, 너무 뻔한 문제를 해외 언론이 과도하게 해석하는 측면이 강하다.
위안화 절상 문제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몇 가지 문제의 정리가 필요하다. 먼저, 전체적인 방향과 중국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중국은 위안화를 왜 절상하려는 것일까? 국제사회에서 완전한 ‘시민권’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강대국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다. 국제사회의 시민권은 중국이 경제 규모와 실력에 걸맞은 수준의 위안화 절상을 감행했을 때 ‘완전하게’ 주어진다 할 수 있다.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현재 위안화는 약 20~30%는 평가절하돼 있다고 평가된다. 글로벌 경제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리다.
중국 내적 측면에서는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의 시행 이후 연평균 10%가량의 급속 성장이 장기적인 경기과열과 사회불안 등 부작용을 가져온 점을 생각해야 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은 경제의 완만한 성장과 경기의 연착륙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수출 지향형에서 내수 중심형으로 경제성장 모델을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위안화 절상은 수출 감소와 수입 증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국내 및 국제적 측면에서 위안화 절상은 중국이 꾸준히 추진하는 전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어떤 잣대로 위안화 절상을 바라봐야 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일단 중국은 종국적으로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물론 현재 수준에서는 위안화가 본격적인 국제화에 나섰다기보다는 주변화·지역화 추진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 주요한 예로서 중국은 주변국과의 무역 결제에서 위안화 비중을 높이고, 주변국들과의 통화 스와프를 확대하고, 지역 금융 협력기구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위협에는 굴복하지 않아
그러나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중국은 위안화 절상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었다. 전세계적 경기 침체로 중국의 수출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중국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 물건을 살 능력이 극도로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2009년에는 중국 수출이 전년 대비 16%나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위안화 절상을 지속할 수 없었다. 수출 감소는 곧바로 기업 도산과 실업 증가 그리고 사회불안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펴온 긴축 재정 정책도 마찬가지였다. 경제 연착륙과 대척점에 서 있는 정부 차원의 재정과 투자 확대 조처가 2009년 목표인 8% 성장률을 달성한 주요 원인이었다.
결국 이렇게 보면, 중국의 위안화 절상은 세계경제의 회복과 궤를 같이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문제는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중국의 인식이다. 외국 언론의 위안화 절상 보도를 촉발한 장본인인 저우샤오촨 행장의 말을 통해 본다면 “회복 조짐은 보이지만, 위기의 영향은 여전히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단기간 내에 중국은 위안화 절상을 감행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설사 절상한다 하더라도 2~5% 이내의 소폭으로, 점진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올 초에 나타난 물가와 부동산 가격의 상승, 인플레이션 위협 등은 위안화 절상의 변수다. 그러나 물가·부동산 등 국내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 당국의 위기관리 능력으로 미루어봤을 때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에 꾸준히 위안화 절상을 요구해왔다. 4월로 예정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시도 등이 중국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구글 사태,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 오바마의 달라이라마 접견 등으로 냉각된 최근의 중-미 관계로 볼 때 중국은 미국의 위협에 쉽사리 굴복하지 않을 태세다. 실제로 왕치산 부총리는 지난 3월8일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만약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면) 중국은 미국 국채 보유를 줄일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중 수출에 대해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먼저 위안화가 절상되면 우리 기업의 대외 수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보는 것은 오산이다. 위안화 절상은 달러의 상대적 약세와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 통화의 상대적 강세 효과를 가져와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 다변화 전략 수립·추진해야이보다 더 중요한 건 국제 정치·경제 질서의 변화 조짐을 간파하고 준비해나가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외환시장 및 외환보유고 다변화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또 아시아 지역의 무역·금융거래에서 위안화 거래가 증가할 전망이므로 현재의 원-달러 거래 중심인 외환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달러화·유로화의 이원적 구조인 국제 통화 질서에 위안화가 가세할 전망이므로 외환보유고에서 통화별 보유 비중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주장환 한신대 교수·중국지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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