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23일 경기 일산에 있는 김광수경제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김광수 소장은 “돈 뿌려서 성장률 높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정책이라고 할 것도 없다”며 “성장률 1%, 2% 올리고 안 올리고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잠재력을 확충해 고용과 소득을 올려주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광수 소장은 1997년 외환위기가 불거지자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을 가장 먼저 내놓아 정부와 경제 전문가들을 놀라게 한 인물로, 지난 2000년 정부와 기업에 중립적인 민간 싱크탱크를 표방하며 자신의 이름을 딴 연구소를 설립했다.
정부의 대기업 중심 환율정책 등으로 서민의 호주머니는 더욱 얇아지고 있다. 2009년 9월 한산한 서울 남대문시장 모습. 한겨레 김봉규 기자
김 소장은 “2008년과 2009년에 매년 50조원씩 정부 지출이 늘어나고 있는데 대부분 재정적자다. 2010년에도 50조원이 늘어나면 3년간 재정적자가 150조원 가까이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만큼 정부 빚으로 돈을 끌어다 쓰면서도 괜찮은 일자리는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4대강 사업 등에 쓸 이 돈이면 5천만원씩 300만 가구에 나눠줄 수 있고, 4인 가구로 치면 우리나라 1200만 명이 5천만원씩의 혜택을 보게 된다. 그는 “돈 안 쓰고도 경제를 잘 운용하는 것이 경제정책이지 돈을 뿌려대면서 하는 건 정책도 뭐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제회복 속도가 가장 빠른 우등생이라면서 2010년에도 급속한 회복이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며 “그러면서도 금리를 올리고 재정긴축을 해야 할 때라면서 회복하기에는 아직 길이 멀다고 갑자기 말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 공식 실업률은 3%대에 불과하지만 불완전 취업자 등을 포함한 광의의 실업률 지표로 보면 실업률은 17∼18%에 이른다면서 “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가 다른 건 한국뿐이다. 이유는 정부가 작성하는 통계들이 서로 뒤죽박죽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겉으로는 성장하고 경기가 회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 빚이다. 정부가 국가 부채를 숨기고 4대강 사업비 등을 공기업의 부채로 떠넘기면서 분식하고 있다”며 “이는 공기업의 금융기관 차입은 국가 채무로 편입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기업 중심의 환율정책이 국민의 호주머니를 더욱 얇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개입으로 환율이 뛰어 대기업의 수출 가격경쟁력은 좋아졌지만, 우리 전체 국민 입장에서 보면 1시간 일해 벌어들인 돈이 해외에서 예전에는 1달러만큼 구매력을 가졌다면 이제 0.7달러밖에 못 쓰는 상황이 되어 가치가 그만큼 떨어진 격이다. 수출 대기업은 득이 되겠지만 환율 조작이 물가상승에 반영되면서 부담을 소비자가 뒤집어쓰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오히려 국민을 못살게 하고 있는 꼴이다.”
김 소장은 지금 한국 경제는 제2차 산업공동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성장잠재력이 훼손되고 일자리가 급속히 사라지는 등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이 급속히 나빠지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 초에 1차 산업공동화가 일어났다. 섬유·의류 등 주력 수출상품이 싼 인건비를 보고 중국으로 대거 나갔다가 거덜났고, 이처럼 의류업체가 중국으로 가니 직물산업이 따라가고 이어 실을 만드는 화섬업체와 실의 원료를 만드는 화학산업까지 중국으로 따라나갔다가 휘청거렸다. 지금은 자동차·디스플레이 등 주력 업종들이 다시 국내 공장을 뜯어다가 중국에 투자하고 있다. 바야흐로 2차 산업공동화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조계완 기자 k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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