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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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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탈출 자동차업계의 ‘질주’

미국 업체들 몰락 속 한국차 선전…
업계 순위 대변동 상황 ‘중국’ ‘소형차’ ‘친환경차’ 새 화두로 경쟁 가열
등록 2009-12-09 14:04 수정 2020-05-03 04:25

올 초 전세계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휘청거렸다. 어떤 업종도 예외는 없었다. 하지만 소비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산업은 그 파장이 더욱 컸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자동차 판매는 가파른 내리막길이었다. 브레이크를 잡기 힘들 지경이었다. 자동차 회사들마다 공장폐쇄와 감원 등 구조조정 한파가 덮쳤다.

11월23일 중국 광저우의 수출입 상품 교역회 전시관에서 열린 ‘2009 광저우 모터쇼’에서 현대자동차 모델들이 소형 SUV ‘ix35’(국내명 투싼ix)를 중국 시장 최초로 선보이고 있다. 연합

11월23일 중국 광저우의 수출입 상품 교역회 전시관에서 열린 ‘2009 광저우 모터쇼’에서 현대자동차 모델들이 소형 SUV ‘ix35’(국내명 투싼ix)를 중국 시장 최초로 선보이고 있다. 연합

78년 만에 순위 바뀐 세계 자동차 1위 업체

하지만 올해 전세계적으로 가장 드라마틱한 업종 역시 자동차 업계였다. 78년 만에 전세계 자동차 1위 순위가 바뀌는가 하면, 미국 빅3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의 경영권이 이탈리아 피아트로 넘어갔다.

지난 1월 도요타는 78년 만에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누르고 세계 자동차 1위 업체로 올랐다. 당시 등 주요 외신들은 도요타가 전세계에서 2008년 신차를 897만 대 판매해 GM을 약 62만 대 앞섰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세계 1위 도요타마저 지난 4월 2008 회계연도에 4500억엔 규모의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수요가 크게 줄어든 스포츠실용차(SUV) 감산을 결정한 데 이어 내년 3월까지 규슈 공장에서 3천 명가량의 파견직 및 계약직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다.

충격은 이어졌다. 6월1일 GM이 미국 역사상 네 번째로 큰 규모의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GM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서도 퇴출당했다. 무너진 미국 경제의 상징을 고스란히 보여준 셈이다. 이탈리아의 피아트는 6월 크라이슬러의 경영권을 손에 넣으며, 그토록 염원하던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세계 자동차 시장 판매 추이 및 전망

세계 자동차 시장 판매 추이 및 전망

글로벌 경기침체가 깊어지면서 국내에서도 판매 부진이 예상됐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잘나갔고, 르노삼성자동차는 선방했다. 현대·기아차는 올 1분기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현대차는 1분기 영업이익(1538억원)과 당기순이익(2250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각각 70.9%, 42.7% 줄었다. 기아차도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 1020억원보다 12.8% 감소한 88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지난 3분기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현대차가 5868억원, 기아차가 3135억원을 올렸다.

해외 판매도 괜찮았다. 미국 은 GM과 크라이슬러에 ‘현대자동차의 성공에서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9월14일 폴 인그라시아 디트로이트 지부장의 기고문을 통해 “최근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자동차 산업 경기침체에도 5%대로 뛰어올랐다. 지난 몇 년 동안 현대차는 주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었다”며 “GM과 크라이슬러가 배워야 할 점은 간단하다. 먼저 품질을 개선하라. 두 회사는 최근 ‘그저 그런’(so-so)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올해 내수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보이며 현대차와 기아차에 이어 3위 자리를 굳혔다. SM5와 SM3 등 주력 차종의 판매가 순조로웠고, 뉴SM3이 인기를 끌었다. 이같은 판매 호조는, 지난 5월부터 실시된 노후차 교체 세제지원과 개별소비세(옛 특별소비세) 탄력세율 감면이 크게 기여했다.

반면 GM대우는 본사가 휘청거리는 바람에 올해는 힘든 한 해였다. GM대우는 올 초부터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다. 외환관리 실패로 지난해에만 8700억원에 이르는 당기 순손실을 기록한 탓이다.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올 1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는 노사 갈등으로 한때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현대차 ‘깜짝’, 르노삼성 ‘선방’, GM대우 ‘고전’

올해 털털댔던 전세계 자동차 업계는 내년에는 싱싱 달리게 될까? 내년 자동차 시장의 관전 포인트는 중국, 소형차, 친환경차로 모아진다.

내년 중국 자동차 시장은 1360만 대에 이르러 미국(1180만 대)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내년에 중국을 최대 승부처로 보고 있다. 중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불꽃 튀는 생산확충 경쟁을 벌이고 있다.

GM은 중국에서 생산능력을 166만 대에서 172만 대로 늘릴 계획이다. 폴크스바겐도 난징 공장을 30만 대로, 청두 공장을 35만 대로 증설할 예정이다. 도요타는 중국 시장 생산능력을 2013년까지 102만 대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43만 대를 판 데 이어 올해는 80만 대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5.5%로 중국 시장 7위였던 현대차의 점유율은 올 9월 말 7.2%로 4위로 뛰어올랐다. 현대차도 중국 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베이징 1·2공장에 이어 제3공장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소형차에서도 희망을 찾고 있다. 피아트에 인수된 크라이슬러는 그동안 지나치게 트럭, SUV, 대형차에 의존하면서 부실을 키워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선진국 시장에서 소형차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업체들은 고가의 럭셔리 세단에서 소형차로 판매전략을 발 빠르게 선회 중이다. 자동차 업계는 전세계 소형차 비중이 2007년 44.1%에서 2012년 47.3%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드는 소형차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고 고연비 친환경차 모델을 2010년까지 출시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공장 폐쇄와 인원 감축은 물론 3개 공장을 소형차 중심의 생산 변경에 들어갔다. GM대우를 통해 소형차를 조달해온 GM도 내년 중소형차와 소형 SUV를 중심으로 9개 차종의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체코 노소비체 공장을 애초 계획보다 빠른 11월부터 가동해 유럽 소형차 시장을 겨냥한 i30 생산에 돌입했다.

‘불황 터널’ 지나자 치열한 생존 경쟁

친환경차 개발은 불황을 뚫고 살아남을 해법이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들은 친환경 차량 연구·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각 회사들도 하이브리드카와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GM은 2010년 글로벌 전기차 시보레 볼트를 양산하기로 했다. 도요타는 프리우스 등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하이브리드차를 양산해 성과를 거둔 업체답게 지속적으로 하이브리드카 기술을 업그레이드 중이다. 현대차는 2010 쏘나타 가솔린 하이브리드카를 출시해 미국 등 주요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기업들이 불황이라는 긴 터널을 뚫고 나가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누가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는 기업이 될까?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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