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를 포섭하라.’
지난 5월13일께 포스코는 본사와 계열사 임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냈다. ‘국회와 정부 쪽 지인에 대한 정보 및 그들과 접촉한 결과를 리포트하라’는 내용이었다. 포스코가 임원들에게 ‘정보를 수집하라’는 식의 전자우편을 보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취재에 들어가자 부랴부랴 이 내용을 취소한다는 전자우편을 다시 뿌린 것으로 확인됐다.
4월2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우제창 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이한구 예결특위 위원장(왼쪽)과 포스코 회장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 한겨레 김진수 기자
전자우편을 받은 임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우선, 선의의 해석이다. 지난 4월 우제창 민주당 의원이 ‘정권 핵심의 포스코 회장 인사 개입’ 의혹을 제기한 뒤 정치권 안팎의 정보를 얻기 위한 것으로, 조직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건 당연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 임원들이 본업보다 엉뚱한 정치적인 문제에 개입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비판이 거셌다. 포스코 내부 인사는 “이런 전자우편을 받고 가만히 있을 임원이 누가 있겠는가. 학연과 지연, 혈연을 모두 동원해 국회와 정부 쪽에 끈을 연결해 접촉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 기업 임원들이 경영에 집중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미 정보 수집 활동과 여론전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한 정계 인사는 “이 사람 저 사람한테 엄청나게 전화를 받았다. 포스코와 한 다리 건너 있는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내 휴대전화 번호를 알았는지 신기하다. 휴일엔 예전 대학원 다닐 때 같이 수업을 듣던 한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포스코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냐’며 이것저것 물어보더라”고 말했다.
한 야당 인사도 “포스코 사람들이 여러 가지 힘들고 아픈 소리를 하더라. ‘우제창 의원이 제기한 것이 포스코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며 하소연도 하고, ‘경제를 살리려면 포스코가 잘돼야 하지 않느냐’고 거듭 얘기하더라. 민주당의 진상조사단이 어떻게 움직이게 될지 많이 걱정하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우제창 의원실 관계자는 “포스코 사람들이 경제 불황인데다 더 이상 이 문제를 건드리면 나라 경제가 힘들어진다는 논리를 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내부 인사들의 입단속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포스코 인사는 “이번 포스코 인사 개입 문제에 연관된 사람들에게 ‘나서지 말라’는 식의 직·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포스코가 조직적으로 내부 입막음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자우편을 보낸 뒤 다시 취소 전자우편을 보내는 등 오락가락한 행보에 대해서도 비판이 잇따랐다. 이 전자우편은 포스코의 대외협력실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의 한 임원은 “내부적으로 ‘일을 이따위로 하느냐’는 말들이 많았다. ‘포스코가 삼성이냐’는 식의 비판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원은 “(정보 수집을) 하라는 전자우편과 하지 말라는 전자우편을 받다 보니, 정작 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정보 수집 차원에서 전자우편을 보냈으나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이를 취소한다는 전자우편을 다시 보냈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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