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포스코 회장은 누가 될까?
이구택 포스코 회장의 후임으로, 정준양 (61·왼쪽) 포스코건설 사장과 윤석만 (61·오른쪽) 포스코 사장이 물망에 오른다.
정준양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포스코에서 생산기술 부문장을 담당했다. 서울대 공업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입사(공채 8기)해 2007년 포스코 사장까지 지냈다. 지난해 11월부터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포스코가 전통적으로 엔지니어 출신 회장의 계보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정 사장이 낙점될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다른 목소리도 있다. 한 포스코 관계자는 “CEO가 철강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앞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철강 수요가 줄어드는 것을 감안해 마케팅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CEO를 맡는 것도 포스코 처지에선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마케팅 부문장(대표이사)인 윤석만 사장은 중앙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1974년 입사(공채 6기)했다. 그는 30년 가까이 홍보 및 마케팅 업무를 맡아왔다. ‘홍보맨’ 출신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자리에 올랐다는 평을 듣는다. 윤 사장은 비록 엔지니어 출신은 아니지만 경영 전반을 관리하며 시야를 넓혀온 것이 강점이다. 하지만 윤 사장은 제철소 경험이 없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 회장은 연간 6조원을 제철 사업에 투자한다. 그래서 포스코의 정서는 쇳물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CEO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사장은 쇳물에 대해 잘 모른다. 쇳물 경험이 없는 것이 윤 사장에겐 치명적이다”고 말했다.
박태준 명예회장과 이구택 회장의 의중도 변수다. 박 명예회장은 윤 사장한테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정 사장이 포스코건설로 나가면서 내부 인사로 윤 사장의 입지가 한층 강화된 것으로 관측됐다. 일부에선 박 명예회장이 포스트 이 회장에 윤 사장을 꼽았다는 신호로 여겼다.
하지만 이구택 회장은 내심 정 사장에게 마음이 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같은 엔지니어 출신인 정 사장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이 회장이 윤 사장에게 “정 사장 밑에서 그냥 일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말도 나돈다.
정치권에선 다른 얘기도 들린다. 포스코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의 반TJ(박 명예회장의 애칭) 세력은 TJ에 대한 적절한 제어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TJ가 원하는 사람을 선임해줘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왜냐하면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 당시, YS(김 전 대통령의 애칭)는 MB를 지지했다. TJ와 YS는 악연이 있다. 결국 TJ는 박근혜 후보를 내심 지지했다. 이에 대한 앙금이 MB 사람들 주변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MB정권 특기 ‘올드보이’ 부활 가능성도회장 선임 과정에서 정치권이 보수 언론을 활용해 언론플레이를 시도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일부에선 현 정권과 코드가 맞는 ‘올드보이’의 영입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전·현직 장·차관급 외부 인사로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사공일 대통령경제특보,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철강 사업에 문외한이라는 단점을 안고 있다. 1981년 포스코 회장직이 생긴 뒤 지금까지 외부 출신 회장이 영입된 것은 1994년 김만제 전 회장뿐이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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