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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을 30분 안에 재우자

등록 2008-07-04 00:00 수정 2020-05-03 04:25

버스 그룹 KD의 연비 절감 경영…개인별·노선별 평가하고 경제속도 지키고 급제동·급가속 자제하기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KD그룹(회장 허명회)은 경기고속·대원고속·대원운수·대원버스·대원여객·대원교통 등 11개 시내·외 버스와 고속버스 그룹이다. KD 소속 버스만 4233대(경유버스 3490대, CNG버스 743대)로, 4천 대를 넘는 버스를 소유하고 있는 민간 운수회사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다른 회사의 버스기사들과 달리 KD그룹 버스기사들은 누구나 자신의 연비를 알고 있다. ‘경유 1ℓ당 3.35km 운전자’ 식이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KD그룹이 주목받고 있다.

KD그룹은 승무원(버스기사)들의 ‘개인별·노선별 연비 현황’을 매월 평가해 연비 목표를 달성했는지 체크한다. KD그룹의 8개 권역 영업소 가운데 광주영업소 쪽을 보면, 지난 5월 한 달간 버스기사별· 노선별 연비 실적이 한눈에 보기 쉽게 표로 정리돼 있다. 같은 노선을 운행하더라도 연료를 가장 적게 쓴 사람과 가장 많이 쓴 사람의 경우 유류비가 한 달 7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즉, 1km당 0.075ℓ의 차이가 발생할 경우 하루 29.4ℓ(하루 340km 운행 기준)를 더 사용하는 것이고, 한 달에 14일을 운행하면 결국 70만원(경유 1ℓ당 1720원 기준)을 더 쓰는 셈이다. ‘유류 절감 우수 승무원’에게는 50만∼200만원의 포상도 이뤄진다.

월별·연간 연비 절감 목표 달성률도 제시되는데, 지난 5월에 광주권역은 3.7%, 용인권은 29.8%를 초과 달성했다. 용인권 버스들은 평균적으로 ℓ당 3.773km를 주행하고 있다. 지난해에 견줘 ℓ당 199m를 더 달리고 있는 것이다. KD그룹 이태규 홍보·교육이사는 “유류비 절감 노력을 통해 KD그룹 전체적으로 5월 한 달간 지난해에 비해 2억400만원의 연료비를 절감했다”며 “지난해부터 회사가 ‘1ℓ당 100m 더 가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지난해 경유 버스의 경우 1ℓ당 186m를 더 달렸다”고 말했다. 4월만 비교하면 KD그룹 소속 버스의 1ℓ당 운행 거리는 2004년 3.12km, 2007년 3.32km, 2008년 3.48km로 계속 향상되고 있다. 연료 절감 우수 운전자들이 연료를 많이 쓰는 동료 운전자들을 상대로 매월 운전기법 교육도 한다.

우수 운전사들이 운전기법 교육

KD그룹은 시내버스는 1ℓ당 3.4km 이상, 시외버스는 1ℓ당 4.5km 이상을 달리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이미 1986년부터 ‘경제속도 준수’를 천명해 산업도로는 시속 70km, 고속도로는 시속 100km 이내로 달리도록 하고 있다. 한석현 경기고속 시내버스사업본부장은 “처음에는 과속을 하지 않고 경제속도로 달리니까 다른 고속버스보다 늦게 목적지에 도착해 승객들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고, 다른 버스회사 기사들이 손가락질하면서 경제속도 준수를 비웃기도 했다”며 “그러나 고유가 시대가 되면서 지금은 모든 버스회사들이 우리를 따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속도 준수를 통해 버스 1대당 하루에 경유 3ℓ 정도를 절감하고 있다. 물이 든 종이컵을 운전석 옆에 놓고 운행하면서 자신의 운전 기법을 바꾸는 버스기사들도 있다고 한다.

KD그룹은 1981년부터 일찌감치 ‘출발 5분 전 시동’을 시작했다. 이태규 이사는 “당시 손님을 끌려고 버스회사들이 미리 시동을 걸어놓고 붕붕 소리를 내거나 에어컨·히터를 출발 전에 틀어놓곤 했다”며 “그러나 우리 회사는 당시부터 연료 절감을 실천해왔다”고 말했다. 또 KD그룹은 급출발·급가속·급제동 등 ‘3급’을 없애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윤원상 KD그룹 정비사업본부장은 “급가속·급제동은 연료도 많이 소요되고 사고도 많이 일으킨다”며 “이런 ‘급’을 없애면 승무원 피로도 줄어들고 안전운행도 보장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KD그룹의 안전운행 수범사례 발표 자료를 보면 ‘30분 안에 승객을 잠재운다’는 문구가 눈길를 끈다. 고속버스의 경우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급가속을 하지 않는 등 승객이 금방 잠들 정도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경제속도 안전운행’을 한다는 뜻이다.

유가 급등 때문에 KD그룹도 고전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태규 이사는 “유가 급등으로 올해 한 달 70억원가량의 비용이 추가됐다 ”며 “그래서 더욱 경제속도 준수 등 연비 절감 운전 기법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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