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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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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전·현직 임원들, 크레듀 대박잔치

등록 2007-11-23 00:00 수정 2020-05-03 04:25

평가차익 이학수 40억원, 김인주 20억원 등… 급성장 배경에는 e러닝산업발전법과 OPIc가…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요즘 코스닥 시장에서 ‘크레듀’라는 주식이 한창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크레듀는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유일한 코스닥 등록기업으로 지난해 11월 상장됐다. ‘법인 설립 이후 7년 만에 무려 200배 수익이 터졌다!’ 시선이 집중되는 표면적인 이유다. 크레듀 주가(액면가 500원)는 최근 15만원을 돌파하는 등 연일 상승 랠리를 펼치면서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13위에 올라섰다.

그룹 내 유일한 코스닥 등록기업

그렇지만 크레듀가 이목을 끄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지분을 대거 보유한 특수관계인들의 면면이다. ‘크레듀 대박’이 터진 개인들 중 여럿이 삼성그룹 옛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임원들인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이 불거진 터라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크레듀 대박잔치는 더욱 눈길을 끈다.

크레듀는 2000년 삼성그룹 내 인터넷 관련 기업들을 모아 출범시켰던 ‘e삼성’(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주도해 설립한 인터넷·벤처 관련 회사군)에서 떨어져나와 설립된 e러닝(인터넷을 통한 교육·인력개발) 서비스 전문기업이다. 크레듀의 최대주주는 e삼성 지분을 떠안은 제일기획(36.24%)이고, 삼성경제연구소·삼성에버랜드·삼성네트웍스·삼성SDS 등 계열사 법인주주가 8∼14%를 보유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대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이학수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부회장(보유주식 4만 주)과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보유주식 2만 주) 등 삼성 계열사 전·현직 임원 23명이 크레듀 주식 38만4천 주(6.82%)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두 사람 외에 신응환·김관동·이우희·조문성·윤종만·고인수·노인식·방인배·성인희·강신장 등 나머지 21명도 대부분 삼성 옛 구조본 재무팀, 인사팀 등의 임원이었다. 이들은 크레듀 주식을 1인당 2천∼2만8천 주까지 갖고 있다. 크레듀 관계자는 “지난해 말 상장 직후 며칠간 상한가를 기록할 때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이 투자했다는 말이 많이 퍼져 회사로서도 부담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평가차익은 얼마나 될까? 2000년 당시 액면가 500원에 투자했던 삼성 임원들의 투자수익은 현 시가로 200배를 넘는다. 이학수 부회장은 2천만원을 투자해 평가차익 40억원, 김인주 사장도 20억원이다. 삼성 전·현직 임원 21명의 크레듀 보유주식 평가액은 380억원으로 회사 설립 당시의 출자액(1억9천만원)을 뺀 평가차익은 378억원에 이른다. 또 제일기획 등 삼성 계열사 4곳이 거둔 평가차익만 수천억원에 이른다. 이들 임원 외에도 지난해 말 현재 크레듀 구주주 106명이 54만4천 주(9.67%)를 갖고 있었는데, 이들도 대부분 설립 당시 지분 투자에 참여한 계열사 임직원이다. 삼성 계열사 및 전·현직 임원 지분을 모두 합치면 크레듀 대박의 이익은 4천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학수 부회장 등 삼성 임원 21명은 어떻게 크레듀 주식을 많이 보유하게 된 것일까?

2000년 당시 신응환씨 등 삼성 구조본의 많은 임원들이 e삼성 임원으로 이동했다. 이재용씨가 이끄는 e삼성을 그룹 차원에서 도운 것인데, 이재용씨가 뛰어난 경영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바깥에 과시할 목적이었다. 그러나 e삼성의 대다수 사업부문은 지지부진한 실적을 내다가 1년 만에 청산됐고, 마지막 남은 크레듀만 황금알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 쪽은 “2000년 당시 ‘e러닝’은 아직 낯선 사업이었고, 구조본 임원들이 비전이 뚜렷하지 않고 별 볼일 없던 크레듀에 ‘버리는 돈’ 셈치고 지분투자를 했다”고 말한다. 당시 사업 구조조정에 관여했던 주요 임원들이 책임지고 짐을 떠안듯 지분 투자를 했다는 설명이다. 과연 그랬을까?

거들떠보지 않던 사업?

크레듀는 독립 법인화하기 이전인 지난 1996년에 국내 최초로 사이버교육(비즈니스 영어, 마케팅 과정)을 실시하고, 1999년에 ‘삼성사이버유니버시티’를 오픈해 연간 삼성그룹 직원 6만여 명이 수강하는 등 성장성이 이미 확인된 기업이었다. 크레듀는 2000년 독립법인으로 출발한 뒤 삼성 계열사들의 e러닝 교육을 전부 도맡아 하는 등 그룹 내부거래 매출을 통해 급속히 성장했다. “거들떠보지도 않던 사업”이라는 삼성 쪽의 설명과 달리, 설립 첫해인 2000년에 이미 매출액 32억원, 경상이익 12억원을 올렸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e러닝 사업은 진입장벽이 높은데, 시작하기는 쉬워도 규모를 키우는 게 무척 어려운 사업이다. 크레듀는 삼성그룹을 배경에 업고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코스닥 시장에서 ‘제2의 메가스터디’로 불린다”고 말했다. 삼성의 계열사인 (주)가치네트는 2002년 7억원을 받고 교육사업 부문을 크레듀에 넘겼다. 크레듀와 사업이 겹쳐 내부 경쟁이 예상되던 가치네트의 금융부문 영업권을 판 것이다. 반면 삼성SDS의 온라인 교육콘텐츠인 ‘멀티캠퍼스’(2006년 온라인 매출액 약 200억원)도 크레듀의 사업과 중복되는데 삼성그룹은 아직 교통정리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크레듀 쪽은 “SDS와 경쟁 관계가 있지만 아직은 양쪽이 다 같이 발전하면서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이 크레듀에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룹 차원의 크레듀 지원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어느 시점이 되면 크레듀가 멀티캠퍼스 사업도 인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크레듀의 매출액은 2001년 81억원, 2002년 133억원, 2003년 207억원, 2006년 491억원, 올 3분기까지 446억원을 기록하는 등 경이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06년 경상이익 115억원에 영업이익률이 무려 20%대를 넘는다. 크레듀가 ‘기업 간(B2B) 온라인 교육시장의 블루오션 개척자’로 불리면서 급성장한 또 다른 배경에는 ‘e러닝산업발전법’(2004년 제정)도 있다. 크레듀의 사업보고서는 “당사가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제정한 산업자원부의 e러닝산업발전법이 산업 활성화에 결정적인 토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히고 있다. 크레듀 관계자는 “e러닝산업발전법이 크레듀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며 “e러닝협회 등을 통해 우리가 역동적으로 나서 법안 제정에 힘을 기울인 건 맞다”고 말했다. e러닝산업발전법은 공공기관이 교육훈련의 20% 이상을 e러닝으로 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이 법안에 따라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에 정부 부처 합동으로 e러닝산업발전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크레듀는 삼성그룹을 포함한 민간 기업들뿐만 아니라 여러 공공기관에도 교육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요즘 크레듀 주가가 폭등한 ‘재료’로 거론되는 것이 이른바 ‘OPIc’(영어말하기 능력평가 시험) 신규사업이다. 그런데 크레듀의 OPIc 사업과 주가 급등을 둘러싸고 삼성 계열사들의 주가 띄우기가 아니냐는 눈초리도 있다. 크레듀는 지난 10월23일 OPIc의 주관사인 미국 LTI사를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는데 뒤이어 전격적으로 삼성그룹이 입사·승진 시험에서 토익시험 대신 OPIc를 채택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폭등세를 연출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기존의 B2B e러닝 서비스뿐 아니라 OPIc 관련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약 7만여 명에 이를 삼성 신입사원 공채 응시자들이 당장 OPIc을 준비할 것이고, 20만여 명의 취업 준비생들까지 OPIc 준비에 나서면 수백억원의 관련 매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로부터 며칠 뒤인 지난 11월16일 삼성 계열사와 전·현직 임원들이 보유한 지분 62%(351만5천 주)에 대한 보호예수가 풀렸다. 당장 매각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매수 추천을 자제해달라”…

그런데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 와중이라 그런지 삼성 쪽은 크레듀 대박을 오히려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크레듀 쪽에서 ‘요즘 주가 급등이 부담스럽다. 매수 추천을 자제해달라. (매수·매도 의견을) ‘중립’으로 낮춰주면 좋겠다’고 요청하고 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회사가 시끄러운 상태인데,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해서 보호예수가 풀린 뒤에 계열사들이 곧장 팔아버리면 ‘주가 올려놓고 판다’는 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임원들이 개인적으로 가진 물량들만 시간외 거래를 통해 외국인 등한테 블록세일로 처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겉으로야 곤혹스러워하지만, 이학수 부회장 등 전·현직 임원들은 이번에 지분을 매각해 막대한 차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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