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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스톡옵션 돈잔치!

등록 2007-07-26 00:00 수정 2020-05-03 04:25

그 많다는 연봉보다 더 많이 받은 주식… 증시 활황 속에 상장차익 대폭 증가

▣ 글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경영진과 직원의 급여 격차는 20 대 1을 넘지 말라”고 충고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은 늘 뜨거운 논란에 휩싸인다. 과연 경영자의 보수는 어느 정도가 적정한 것일까? 최근 증시 활황세를 타고 기업 임원들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가 꼬리를 물고, 여기저기서 스톡옵션 대박이 터지면서 경영자 보수에 대한 논란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삼성전자 임원·직원 보수 격차 80.7배

대개 경영자가 받는 총보상 체계는 패키지로 구성된다. 즉. 월급·상여금 등 현금 보수에다 스톡옵션 인센티브를 적정 비율로 섞는다. 이경태 연세대 교수 등이 1999∼2002년에 상장 제조업 중 스톡옵션을 부여한 64개 기업을 대상으로 따져본 결과 사업보고서에 제시된 임원 총보수(월급+상여금) 평균은 30억원으로 나타났다. 임원 총보수가 가장 높은 기업은 500억원이었다. 스톡옵션의 경우 스톡옵션 총보상 금액(스톡옵션 부여 주식 수×행사가격)의 평균은 189억원이었고, 스톡옵션 총보상 금액이 가장 많은 기업은 7296억원이었다. 이때 스톡옵션 보상 금액은 현재가치로 평가한 것인데, 급여보다 스톡옵션 보상 금액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임원(CEO 포함) 보상 시스템 중에서 스톡옵션을 빼고 현금 보수만 따져보자. 〈월간 CEO〉에 따르면, 2006년 매출액 기준 100대 국내 상장기업들의 사업보고서를 기초로 살펴본 결과 100대 기업 임원(사내 등기이사로 제한) 한 명의 평균 연봉은 5억3840만원이었다. 100대 기업 직원 평균 연봉은 5050만원으로 임원과 직원 간 보수 격차는 10.7배로 나타났다. 임원 급여 총액 상위 20개사만 보면 1개 회사당 평균 59억7810만원을 임원 급여로 지급했다. 임원 급여 총액이 가장 높은 기업은 삼성전자, SK(주), 현대자동차, GS건설, 삼성물산 순이었다. 또 임원 1인당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기업은 삼성전자로 43억원에 달했는데, 삼성전자 임원과 직원 간 보수 격차는 80.7배로 국내 기업 중 가장 격차가 크다. 삼성전자의 사내 등기이사 평균 연봉은 2005년 81억5천만원, 2004년 89억7천만원으로 2005년의 경우 삼성전자의 임원과 직원 간 보수 격차는 무려 160.7배에 달했다. 물론 경영자 자본주의가 뿌리내린 미국은 CEO와 일반 직원 간 평균 임금 격차가 500배를 넘기도 한다.

스톡옵션 비하면 연봉은 코 묻은 돈

임원 중에서 CEO의 현금 보수가 얼마인지는 알기 어렵다. 미국은 임원 보수 상위 5명의 개별 보수액을 공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경영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이유로 개별 보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등기 임원에 연봉이 보통 5천만원 안팎인 사외이사들까지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CEO가 받는 보수는 해당 기업 임원의 평균액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정도의 임원 현금 보수는 과연 적정한 것일까? 물론 임원이 이룩한 경영 성과를 정확히 측정해 보수의 적정성을 판단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와 관련해 흥미롭게도 오정일 경북대 교수와 임형록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2006년도 매출액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임원 보수의 ‘절대적 거품’(경영 성과에 비해 과도한 보수를 지급한 경우·이때 경영능력의 지표는 주식 시가총액 변화)과 ‘상대적 거품’(종업원 임금과 대비해 거품 여부 판단)을 조사한 바 있다. 이 조사에서 절대적 임금 거품과 상대적 임금 거품이 동시에 존재하는 기업으로 삼성전자·현대자동차·국민은행·기아차·현대중공업·삼성물산·대한항공·현대모비스·LG화학·신세계·하이닉스 등이 꼽혔다. 반면 절대적 임금 거품과 상대적 임금 거품이 모두 존재하지 않는 기업은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포스코·KT·기업은행·대우인터내셔날·대우조선해양 등 공기업이거나 정부 공적 지분이 많은 기업들이 대부분이었다. 임원 1인당 평균 연봉과 종업원 1인당 평균 연봉의 격차가 20배 이상인 곳은 삼성전자(160배)·현대자동차(27배)·삼성물산(29배)·신세계(40배)·CJ(22배)·현대산업개발(21배)·두산(26배) 등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임원 보수 중에서 연봉은 사실 코 묻은 돈에 불과하고 스톡옵션 보상이 훨씬 더 크다. 이는 1998년 한국주택은행 CEO로 취임하면서 ‘연봉 1원’을 받는 대신 대규모 스톡옵션(40만 주)을 받아 4년 만에 110억원가량을 벌어들인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의 사례가 극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요즘 증시 활황을 타고 상장기업 임원들의 스톡옵션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두산건설 임원들은 올 2·4·6월 지속적으로 수십만 주씩 스톡옵션을 행사(행사 가격 6600원·7월20일 주가 1만8천원선)해 수백억원의 차익을 내고 있다. CJ 임직원들도 올 들어 세 차례나 스톡옵션을 행사(행사 가격 4만∼7만원대·7월20일 주가는 13만원대)했고, 유한양행 임원들도 올 들어 다섯 차례 스톡옵션을 행사(행사 가격 5만원대·7월20일 주가는 19만원대)해 막대한 차익을 냈다. 올 7월 들어 20일까지 증권선물거래소 상장·등록 기업 중 뉴프렉스·컴투스·아비코전자·오리콤·NHN·한국하이네트 등에서 임직원들이 수만 주 혹은 수십만 주씩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있는데, 대부분 행사 가격이 현재 주가보다 크게 낮아 큰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CEO로서는 손복조 전 대우증권 사장, 김한 메리츠증권 전 부회장, 강찬수 서울증권 회장 등이 수십만 주의 스톡옵션을 보유·행사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평가차익을 내고 있다.

미행사 스톡옵션 평가 차익 3조2천억

2006년 이후 삼성·SK·포스코 등 대형 법인에서 스톡옵션 부여를 폐지했지만, 스톡옵션 행사 주식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매년 1∼7월에 스톡옵션이 행사된 유가증권시장 상장 주식은 2003년 89만 주(발행 금액 33억원), 2004년 260만 주(197억원), 2005년 561만 주(475억원), 2006년 813만 주(340억원)였다. 스톡옵션은 1997년 국내에 도입돼 2000년부터 본격화됐는데, 대략 2003∼2004년부터 스톡옵션 행사 기간(스톡옵션 부여일로부터 2년 이상 재직한 뒤에 행사 가능)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1999∼2006년 6월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12월 결산법인 582개사 중 116개사가 스톡옵션 부여)의 스톡옵션 부여 주식은 총 1억1779만 주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이미 행사된 주식은 1318만9천 주이고, 미행사 스톡옵션(9849만4천 주)의 평가 금액은 4조7986억원(2006년 9월20일 종가 기준)에 달했다. 여기서 행사 가격을 뺀 미행사 스톡옵션의 평가이익만 2조2863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2006년 9월20일 코스피 지수는 1366.4였다. 7월20일 현재 코스피 지수가 1983으로 600포인트(약 45%) 이상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행사 스톡옵션의 평가차익은 약 3조2천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 주가 급등, 공적자금 효과 큰데…

코스닥 등록기업들 역시 스톡옵션을 통해 임원들이 엄청난 차익을 벌어들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매년 1∼9월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코스닥 등록법인의 신주 상장 건수는 2004년 62건(358만 주·발행 금액 119억원·상장차익은 403억원), 2005년 122건(1193만 주·상장차익 537억원), 2006년은 160건(1219만 주·발행 금액 383억원·상장차익 922억원)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주가 흐름이 좋은 고가 주식에 스톡옵션 행사가 집중되면서 상장차익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물론 스톡옵션은 기업 임원뿐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부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금융회사(은행·증권·보험·기타)의 스톡옵션 부여 현황을 보면 2002∼2007년 5월까지 CEO 1274만 주(전체 스톡옵션의 28%), 임원 1646만 주(36%), 상근감사 176만 주(4%), 사외이사 128만 주(3%), 직원 1380만 주(30%)로 나타났다. 은행들만 보면, 은행들의 실적 향상으로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2002년부터 지난 5월까지 338명이 1581만 주(총 부여 주식 수의 17.5%)의 스톡옵션을 행사해 막대한 차익을 벌어들였다.

그런데 주가는 경영진의 경영 노력 이외에 금리 등 다른 요인에도 큰 영향을 받게 마련이고, 전체 주식시장이나 업종의 전반적 활황에 따라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바꿔 말하면 임원들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스톡옵션 차익에는 경영 성과가 반영된 부분과 다른 요인에 의한 주가 상승분이 뒤섞여 있고, 그래서 과도한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늘 논란이 빚어진다. 미국의 엔론, 월드컴 사건처럼 경영자가 스톡옵션 차익을 누리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일도 벌어진다.

사실 국내 은행들의 주가 급등은 공적 자금 투입에 의한 효과라는 요인이 경영자의 노력에 의한 주가 상승분보다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금융연구원 구정한 연구위원은 “스톡옵션은 부여 시점에 행사 가격과 수량, 행사 기간이 고정되는 ‘고정형’과 경영 성과에 연동해 행사 가격과 수량, 행사 기간 등의 조건이 변동하는 ‘성과연동형’이 있다”며 “고정형 스톡옵션의 행사 가격이 부여 당시의 시가보다 지나치게 낮게 설정돼 있거나, 성과연동형을 채택하더라도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치를 설정하기 때문에 스톡옵션 차익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CEO 시장이 꿈틀거린다

활성화되면 전체 경제 활력… 오너 체제, 단기 실적 중시 풍토가 걸림돌

미국처럼 한국에도 과연 ‘CEO 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일까? CEO 노동시장은 거래 대상이 되는 인적 상품으로서 CEO의 수가 어느 정도 존재하고, 거래되는 횟수도 일정한 수준 이상은 돼야 형성돼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드러나는 현상만 보면 해마다 연말에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CEO를 교체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 조사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기업 중 대표이사를 교체한 기업(매년 1∼7월 기준)은 2002년 177개에서 2006년 250개 기업으로 증가했다.
국내 기업들에서 새로운 변화와 돌파구 모색을 위한 ‘CEO 모셔오기’ 현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건 분명하다. LG생활건강 차석용 사장이 대표적인데, 그는 쌍용제지·한국P&G·해태제과 등 여러 기업에서 뛰어난 실적을 올린, 검증된 CEO로 각광받고 있다. 삼성전자 이승일 전무도 CEO 시장에서 역량을 인정받아 스카우트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다. 이 전무는 제약회사인 브리스톨메이어 시퀴브 지역본부 사장, 펩시콜라 지역본부 사장을 거쳐 야후코리아 사장을 지낸 바 있다. 내부 승진이 여전히 지배적이긴 하지만, 이른바 ‘CEO 브랜드’와 ‘CEO 리더십’을 갖춘 경험 있는 CEO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CEO 자신도 두 번 이상 사장 자리를 연임하기 쉽지 않고 고용 사장의 자리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CEO 상품으로서 자신의 브랜드를 관리하려는 동기를 갖게 된다. LG경제연구원 박지원 연구원은 “민간기업에서 CEO 스카우트 현상이 있고, 관료 출신이 독차지해왔던 공기업 CEO도 외부 공모가 늘고 있는 등 국내 CEO 시장이 막 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CEO 리쿠르팅 업체로는 유니코써어치, 유앤파트너스, 탑경영컨설팅, 영국계 콘페리 인터내셔널, 미국계 하이드릭&스트러글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유니코써어치 한상신 사장은 “역량을 검증받은 능력 있는 CEO가 한 산업이나 기업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자꾸 다른 산업이나 기업으로 이동하도록 해줘야 경제 전체의 수준도 향상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외부에서 CEO를 스카우트하는 경우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과 사기 저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다 영업기밀 유출 우려까지 있어서 CEO의 외부 시장 영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기업의 경우 경영과 소유의 분리가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점도 CEO 시장 활성화의 제약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너 체제에서는 전문경영인으로서 CEO들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고 CEO 가치를 상품화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LG경제연구원 최병권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기업의 단기 성과를 강조하면서 빨리 실적을 못 내면 CEO가 경질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소신을 갖고 오랫동안 일해서 CEO로서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이 드물다”며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턴어라운드하는 탁월한 역량을 지닌 CEO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도 CEO 시장 형성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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