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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사태에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등록 2007-07-20 00:00 수정 2020-05-03 04:25

<font color="darkblue"> 비정규직법 주도한 이목희 의원…차별 시정 정착되면 문제 풀릴 것</font>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 사진 이종찬 기자rhee@hani.co.kr

이랜드그룹 비정규직 사태가 터진 뒤 노동계를 중심으로 벌써부터 비정규직법 개정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이랜드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이 ‘2년 뒤 정규직 전환’과 ‘차별 시정’이라는 법 취지를 회피하면서 오히려 비정규직을 대량 계약 해지하고 제3의 업체로 외주화하는 현상에 대해 노동계는 “비정규직법이 무기력하다는 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은 비정규직법 제정 과정을 주도한 이목희 의원(열린우리당 탈당파)을 만나 이랜드 사태와 비정규직법 개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의원은 “비정규직법의 핵심은 차별 시정인데 차별 시정이 정착될 때가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다. (그때까지 진통이 있을 수 있지만) 차별 시정이 일반화되면 비정규직 문제는 상당 부분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법 시행 이후 이랜드 등에 확산되고 있는 외주용역화 전환 문제는 정부와 노동위원회 등에서 적극 나서되, 문제가 지속되면 외주화 같은 간접고용을 규제하는 새로운 법안 마련을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 노동계 좌파들이 부추긴다

<font color="#216B9C">이랜드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7월1일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일부 사업장에서 터지고 있는 일시적 문제인가.</font>

=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간제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으로 정규직화하는 흐름도 분명히 있다. 물론 완벽하게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도 있고, 은행창구 직무를 분리직군이란 형태로 바꿔서 고용을 안정화한 사례도 있다. 분리직군 형태도 전향적인 방식인 것은 분명하다. 노동계가 분리직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가? 1년마다 계약이 해지될까 가슴 쿵쾅거리면서 걱정해온 것을 생각해보라. 분리직군이라 해도 고용은 안정되지 않는가. 이랜드 사태는 노사관계와 고용관계가 매우 나쁜 사업장에서 벌어진 일인데 이것만 너무 크게 부각되고 있다.

<font color="#216B9C"> 비정규직법 때문에 이랜드 사태가 초래됐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용자들이 비정규직법을 빌미로 오히려 대량 계약 해지하거나 외주화로 돌릴 것이라고 전혀 예측 못한 것인가.</font>

= 비정규직 법은 당시의 고용 현실과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을 고려해서 적절하게 만든 것이다. 시행된 지 며칠이나 됐는가? 지금은 법이 노동시장에 착근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font color="#216B9C"> 기간제 계약기간 2년을 3년으로 더 늘리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도 최근 “계약기간 3년을 보완책으로 제시하는 전문가들이 있다”고 말했다. </font>

= 비정규직 법안 마련 과정에서 원래 3년으로 늘리자고 주장한 쪽이 어디인가. 사용자 쪽이다. 비정규직법 때문에 이랜드 사태가 터졌다고 주장하면 자칫 사용자 논리에 휘말려들 수 있다. 일부 대선 예비주자들도 계약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면서 법을 흔들고 있다. 3년으로 늘리면 편리할 수 있을지 모르나 노동계와 사용자 쪽이 일단 합의해 2년으로 된 것 아닌가? 도대체 법을 집행하는 장관이 법을 시행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말을 하는가. 이는 국회 입법권에 대한 도전으로 볼 수도 있다. 특히 계약기간을 늘리는 것을 노동계 쪽이 반대하고 있지 않나.

<font color="#216B9C"> 이랜드 사태는 법을 악용하는 몇몇 기업의 문제인가? 비정규직법 자체에 허점이 있었던 건 아닌지.</font>

= 솔직히 말하자. 비정규직 본인들은 대다수가 지금 시행되고 있는 법을 환영하는데, 일부 노동계 좌파들이 “너희는 속고 있다”면서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법안을 너무 흔들면 사용자들만 돕고 또 소수 노동계 좌파만 돕는 꼴이 된다.

외주용역화 규제하는 법 만들 수도

<font color="#216B9C"> 당장 이랜드 사태를 풀 수 있는 해법은 뭔가. 민주노총은 이랜드 사태를 ‘비정규직의 미래가 걸린 싸움’으로 규정하고 있다.</font>

= 노동부는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도 없고, 취할 만한 마땅한 수단이 없다”고 말하는데, 사실 의지만 확고하면 정부가 개입해 풀 수 있다. 법이 없어도 민간을 지도·감독할 수 있는 것이 정부 아닌가. 노동부 외에 이랜드 사태 해결에 동원할 수 있는 다른 정부 부처도 많이 있다. 부처 간 협의를 통해 회사를 설득해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일단 어느 정도 선까지 물러서도록 (정부가) 환경을 만든 다음 이랜드 노사가 협상을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도대체 어떤 세상인데 아직까지도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고, 계약기간을 ‘0개월’로 하거나 빈칸으로 놔두고 회사가 마음대로 고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이랜드가 계약기간 만료 이전에 계약 해지하는 건 부당해고로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다.

<font color="#216B9C"> 비정규직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외주화에 대한 규제 논의는 빠졌던 것인가.</font>

= 법을 만들 때 외주용역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못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외주용역화에 대한 어떤 기준을 만드는 건 대단히 어렵다. 사실 간접고용을 노동법으로 규제하는 국가는 어느 곳도 없다. 잘못 만들면 시비가 크게 붙을 수도 있다.

<font color="#216B9C"> 비정규 인력·업무에 대한 ‘외주화 남용’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말인가.</font>

= 일단 지금은 정부가 최종 심판자로 나서야 한다. 법적으로 외주용역화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노동부가 행정력을 동원해서 부당노동행위를 단속하고, 노동위원회의가 심의·조사 등을 통해 기업들이 비정규직법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외주화를 남용하지 않도록 규율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외주용역화했더라도 노동위원회나 법원이 ‘외주 노동자의 실질적인 교섭 당사자는 이랜드 홈에버다’라고 정리해주면 문제가 풀릴 수 있다. 물론 그래도 외주용역화가 큰 문제로 지속된다면, 비록 법 논리상 조문화가 어렵긴 하지만, 필요하면 이에 대한 별도의 입법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우리나라 사용자들이 이랜드 같은 행태를 지속한다면 사상 초유의 외주 간접고용을 규율하는 별도의 법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font color="#216B9C"> 혹시 정부가 암묵적으로 사용자들에게 외주화의 길을 터준 건 아닌가.</font>

= 비정규직법 시행 이전에도 직접고용을 용역·파견·사내하청 등의 간접고용으로 전환하는 등 외주화는 끊임없이 진행돼왔다. 그런데 선진국의 직접고용 노동자와 간접고용 노동자는 임금과 근로조건에서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업무 성격은 상관없이 오직 인건비 줄이고 노사관계 당사자로서의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에서 기업들이 외주화를 하고 있다. 이런 간접고용 문제는 국회가 대정부 결의안을 만들어서 정부에 해결 노력을 촉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간접고용을 남용하지 않은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현재 고용보험기금이 9조원 이상인데, 세금을 쓰지 않고 이 재원을 인센티브에 활용할 수도 있다.

사용사유 제한하면 대부분 내몰릴 것

<font color="#216B9C"> 비정규직법이 무력한 이유는 계약기간 제한(2년)만 둔 채 ‘사용사유 제한’을 넣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는데….</font>

= 생각해보자.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직접고용이든 간접고용이든 임금과 근로조건에서 차별이 없다면 사유 제한은 필요 없어진다. 비정규직 사용을 임신·출산·계절적 업무 등 몇 가지로 제한할 경우 과연 몇 명이나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인가? 비정규직 대다수가 중소영세 기업에 있다. 대부분 길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다.

<font color="#216B9C"> 외환위기 이후 이미 마음껏 비정규직을 활용해왔는데, 비정규 노동을 규율하는 법이 너무 늦게 제정·시행된 건 아닌가.</font>

= 만약 이 법을 10년 전에 만들었다면 사용사유 제한을 법에 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 노동계가 자신들의 주장 관철만 고집하면서 법안 제정이 늦어진 측면이 크다. 비정규직법의 가장 큰 취지는 ‘2년 뒤 정규직화’ 못지않게 ‘차별 시정’에 있다. 물론 차별 시정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 기간이 상당히 걸린다. 양식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차별 시정이 정착하는데 한 5∼6년 걸리지 않을까? 그동안 기업들은 비정규직법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갈 것이다. 그리고 차별 시정 효과가 전 사회적으로 나타나 일반화되면 노동조건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가 별로 없어지고, 이것이 실제로 정규직화를 촉진하게 될 것이다. 이 차별 시정 효과가 본격화되면 비정규직법의 힘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font color="#216B9C">하지만 차별 시정 효과를 피하기 위해 영리한(?) 기업들이 일찌감치 외주화 등 간접고용으로 바꿔버리고 있지 않은가. 차별 시정도 무력화되고 있는 판인데….</font>

= 그래서 정부의 의지와 감독이 더욱 중요한 때다. 사용자들도 비정규 노동자들의 의식수준이 크게 높아져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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