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누리꿈 스퀘어’ IT 관련 단체 강제 이주 논란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서울 송파구 가락본동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 빌딩에 입주해 있는 데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관련 기관들에 정보통신부에서 보낸 이메일이 도착한 것은 지난 6월15일 오후 1시반께였다.
‘장관 지시사항’은 강요가 아닌가
정통부 소프트웨어진흥단 소프트웨어진흥팀 소속 직원의 이름으로 작성된 이메일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지난주 금요일(6월8일)에 장관님께서 간담회 자리에서 ‘결정적인 사유가 없는 한’ 관련 시설을 ‘누리꿈 스퀘어’에 집적시키라고 하셨습니다. 이와 관련해 현황을 파악 중이며 첨부한 양식에 맞추어서 작성해주시면 됩니다.” 이메일에서 밝힌 간담회는 ‘누리꿈 스퀘어(서울 상암동에 설립될 정보기술(IT) 관련 집적시설)의 원활한 준공 및 기업유치 방안’을 토의한 자리로, 여기에는 정통부 장관을 비롯해 소프트웨어진흥원, 정보통신연구진흥원(IITA),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KIICA), 전파진흥원(Korpa) 등 IT 관련 기관의 책임자들이 참석했다.
누리꿈 스퀘어는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센터(DMC) 단지의 중심지인 약 5800평 규모의 터에 들어설 지하 4층, 지상 22층(연면적 4만6천여 평)짜리 복합건물로 비즈니스센터 및 연구개발(R&D) 시설을 갖추게 된다. 지난 2004년 착공해 올 11월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예산 3600여억원이 투입되는 정부 사업이다.
정통부로선 입주자들을 끌어모아 누리꿈 스퀘어를 꽉 채우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처지일지 모르지만, 이메일을 받은 당사자들은 상당히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메일을 받은 기관의 관계자는 “장관 지시사항임을 내세워 강제로 입주시키려는 것”이라며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장관의 이름을 빌려 지시나 마찬가지인 이메일을 보낸 건, 역학관계에 비춰 강요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메일에서는 “이 결과는 장관님께 간담회 후속 조치로 보고드릴 예정”이라며 “이전대상으로는 다음의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을 듯하다”며 세 가지 이전대상 후보군을 꼽고 있다. △현재 서울에 있고, 지방 이전 대상인 경우 서울사무소 설치 검토 때 누리꿈 스퀘어에 입주 △지방 이전 대상이 아닌 경우 기관 전체 이전 △교육시설 등 독자적으로 운영 중인 일부 관련 시설(예: 전파진흥원, 정보통신교육원).
누리꿈 스퀘어 입주 강요 논란에 대해 임차식 정통부 소프트웨어진흥단장은 “IT 트러스트(집적시설)를 만드는데 지원기관들이 들어오지 않으면 제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입주 수요 조사를 한 것”이라며 강요나 종용은 아님을 강조했다.
정치적 의혹에 특혜설도 끊이지 않아
누리꿈 스퀘어 입주를 앞두고 불협화음이 흘러나오는 배경에는 강요의 양상을 띤 정통부의 일처리 방식과 함께, 해당 시설의 위치와 임대료 문제가 깔려 있다. 입주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쪽에선 IT 관련 벤처기업들이 몰려 있는 곳은 서울지하철 2호선으로 연결되는 강남 테헤란로 일대와 구로 디지털단지여서 상암동의 지리적 매력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한다. 여기에 누리꿈 스퀘어의 월 임대료가 평당 3만4300원으로 책정된 것도 불만을 사는 요인이다. 정통부 쪽에선 비슷한 수준의 강남 건물(평당 8만~10만원 수준)보다 훨씬 낮고 여의도 지역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해당 기관들은 구로 지역의 건물 임대료(평당 2만~3만원 수준)보다는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에 추진된 상암동 IT 콤플렉스 사업을 두고는 진작부터 갖가지 의혹이 난무한 터였다. 정치적 의혹에 더해 최상위권 재벌이 추진하는 아파트 사업의 수익성과 관련돼 있다는 특혜설도 끊이지 않는다. 입주 강요 논란에 떫은 맛을 더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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