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된 아이디어]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광동제약의 ‘비타500’은 무카페인 성분의 ‘마시는 비타민C 음료’다. 지난해에 연간 5억 병가량 팔렸는데 국민 한 사람당 한 달에 1병을 먹은 셈이다. 드링크 시장의 전통적인 강자인 ‘박카스’와 견주면 비타500의 돌풍을 쉽게 알 수 있다. 팔린 병 수를 보면 지난해 10월 이후 박카스를 제쳤다는 것이 광동제약의 설명이다. 박카스 매출액이 매월 90억∼100억원인 반면, 비타500은 지난 5월 107억원을 기록한 뒤 매월 130억∼140억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비타500은 처음 선보일 당시에 ‘미에로화이바’를 1차 공략 타깃으로 삼았다. 그런데 놀라운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불과 몇 년 만에, 지난 40년간 부동의 드링크 1위 자리를 지켜온 박카스의 아성마저 위협하더니 이제 박카스를 따라잡아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타500은 일반의약품이 아니라 ‘의약외품’(기능성 음료)이다. 원료 자체가 약품 성분을 쓰지 않기 때문에 식품으로 분류된다. 기존의 비타민C 과립과 정제, 자양강장 드링크는 약국 판매에만 의존하고 있으나 비타500은 기능성 음료라서 약국뿐 아니라 슈퍼마켓·편의점·사우나·헬스클럽·골프장·열차 등 다양한 채널에서 유통되고 있다. 이런 폭넓은 유통망은 비타500을 순식간에 빅히트 상품으로 끌어올린 한 성공요인으로 작용했다.
광동제약은 기존 과립이나 정제 대신 ‘마시는 비타민’이라는 콘셉트를 어떻게 착안한 것일까? 기존 비타민C 시장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고 있는 ‘레모나’ ‘엘씨500’ 같은 과립·정제 형태의 선발주자들과 차별화되고, 자양강장 드링크 시장의 선두주자인 박카스·원비디와 직접 경쟁하지 않고 비켜갈 수 있는 시장이 무엇일까 고민을 거듭했다. 답은 ‘거의 불가능하다’였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기존의 과열 경쟁시장인 ‘레드오션’을 피하고 ‘블루오션’을 찾아야 했다. 궁리 끝에 ‘마시는 비타민C’를 한번 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웰빙 트렌드가 만들어놓은 새로운 시장이었다. 물론 비타500이 세계 최초의 ‘마시는 비타민’은 아니다. 일본 오츠카제약의 마시는 비타민 ‘오로나민C’는 1965년 발매된 이후 연간 2억5천만 병이 팔리고 있다.
“비타민C는 맛이 시큼텁텁해서 음료수로 만들기가 어려웠다. 제조공법상 비타민C 고유의 맛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먹기 좋은 맛으로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웠다.” 광동제약 쪽의 설명이다. 마시는 비타민은 기존의 비타민에 비해 먹기도 쉽고 어디에서든 구입하기도 편하다. 또 비타민C는 필수 영양소이면서 청량감을 준다. 비타500은 100㎖, 210㎖, 250㎖ 제품이 나오는데 약국에 들어가는 상품과 슈퍼마켓에 들어가는 제품은 병 모양과 라벨이 다르다. 골프장·사우나 등에서는 특정 제품만 유통시키고 있다. 시장에서의 덤핑과 유통 문란를 막기 위해서다. 성인의 비타민C 하루 적정 섭취량은 70mg인데, 비타500 한 병에는 비타민C 700mg이 들어 있다. 담배를 한 개비 피울 때마다 약 100mg의 비타민C가 파괴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500원짜리 동전 하나로 사먹을 수 있고, 5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뜻에서 ‘비타500’으로 이름 지었다고 한다. 한편, 동아제약은 지난해 박카스에서 카페인을 제거한 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의약외품’으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다. 의약품 딱지를 떼고 약국을 벗어나 유통망을 확대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그동안 박카스를 독점 판매해온 약사들이 반대하고, 박카스가 슈퍼마켓에서 팔릴 경우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허가를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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