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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중형차 ‘막판장사’ 시작된다

등록 2005-09-01 00:00 수정 2020-05-03 04:24

경차 및 소형에서 준중형으로 이동하고 있는 ‘엔트리카 시장’ 판도
마지막 성수기인 9월 맞아 업체마다 디자인 대폭 개선한 신차 출시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현재 국내 소형승용차 내수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모델은 현대차의 아반떼XD다. 아반떼XD(1500cc·1600cc)는 소형과 중형 사이의 준중형이라고도 하지만, 모델별로는 소형차에 속한다. 아반떼XD는 올 1∼7월 4만8천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3만6천대)에 견줘 34%가 늘었다. 7월 한달 판매량만 봐도 지난해 7월 4500대에서 올 7월 8200대로 82%나 늘었다. 이런 가운데 완성차 메이커들이 가을에 소형 신차를 쏟아내면서 아반떼XD의 압도적인 우위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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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소형차도 준중형급으로 개조

승용차를 처음 구입하는 ‘엔트리카 시장’은 경차 및 소형에서 아반떼급 준중형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 출시되는 신차들도 외형은 소형이지만 준중형 수준으로 배기량을 높이고 디자인도 대폭 개선했다. 르노삼성은 지난 24일 ‘SM3 뉴 제너레이션’을 내놓고 가장 먼저 가을 소형차 경쟁에 시동을 걸었다. 뉴 제너레이션은 SM3 출시 뒤 3년 만에 새로 내놓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새 모델로 디자인과 성능을 일부 바꿨지만 풀 체인지 수준으로 외형과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배기량(1500cc·1600cc)은 기존 SM3를 그대로 두고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했다. 1500cc 모델 1개 트림(PE)과 1600cc 모델 3개 트림(SE16/XE16/LE16)이 생산되며, 판매가격은 1천만∼1466만원이다. 르노삼성쪽은 “뉴제너레이션은 외형에서부터 역동적인 힘이 느껴지도록 변화와 파격을 꾀했다”며 “젊은 세대를 위한 준중형 세단”이라고 설명했다. SM3 판매량은 지난해 1∼7월 1만900대에서 올 1∼7월 1만3500대로 늘어났지만, 르노삼성쪽은 일찌감치 새 모델을 선보여 SM 돌풍을 계속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르노삼성은 11월에 SM3 1500cc 수동변속기 디젤 모델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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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르노삼성은 ‘신차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대형차 시장을 타깃으로 한 신개념 대형차 SM7을, 올 1월에는 뉴SM5를 새로 출시했다. SM7은 올 1∼7월까지 1만7천대가 팔려 상반기에 돌풍을 일으켰고 뉴SM5도 7월까지 2만6천대가 팔렸다. 이런 신차 효과에 따라 르노삼성차의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1∼7월 4만5930대에서 올해 같은 기간에 6만4833대로 늘어 시장점유율 10.2%로 뛰어올랐다. GM대우와 쌍용을 제치고 내수시장 3위로 올라선 것이다.

GM대우는 칼로스의 후속 모델로 ‘젠트라’(프로젝트명 T-250)를 개발, 9월 초 국내 판매를 시작한다. GM대우쪽은 “젠트라는 기존 소형차를 뛰어넘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스타일의 프리미엄 소형 세단을 표방한다”며 “외부 디자인은 강인하면서 세련된 멋과 역동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젠트라는 1500cc급으로 넓은 트렁크와 접을 수 있는 뒷좌석 시트를 채택해 적재 공간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차량 크기가 커진 것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볼륨감이 있고 중형차급에서 느낄 수 있는 럭셔리한 분위기도 느껴진다. 젠트라는 지난 4월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서 ‘시보레 아베오’로 일반에 첫 공개돼 큰 호응을 얻었다. 연말에는 GM대우의 매그너스 후속 모델도 나온다.

지난해 8월 스포티지 출시 이후 매월 5천대 정도의 판매기록을 올리며 내수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기아자동차도 신차 효과 기세 몰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기아차가 지난 4월 출시한 프라이드는 7월까지 7282대가 팔렸다. 프라이드는 국내 소형차로서는 처음으로 배기량을 기존 소형차보다 100cc 높여, 소형차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던 엔진출력을 112마력까지 향상시켜 준중형급 출력을 실현했다.

‘신차 효과’는 ‘대기 수요’ 때문

기아자동차는 그동안 취약했던 중형 승용차 시장에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 개발한 야심작 ‘로체’를 9월에 출시한다. 이에 따라 쏘나타와 SM5가 장악하고 있는 중형차 시장에 판도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로체는 국내 승용차 시장이 소형에서 준중형으로 이동하면서 업체마다 신차를 내놓을 때 준·중형 라인업을 강화하는 흐름에 맞춘 것이다. 로체는 옵티마 후속으로 5년 만에 선보이는 모델인데, 현대차 NF쏘나타에 탑재된 세타엔진을 장착하는 등 플랫폼을 일부 공유한다. 국내에서는 1800cc, 2천cc 등 기존 옵티마급 모델에 2400cc 모델이 추가된다. 1800cc는 중형차종의 베스트셀러인 NF쏘나타와 SM5에는 없는 배기량 모델로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로체는 내년 상반기 중 유럽에서는 ‘마젠티스’, 미국 등 다른 지역에서는 ‘옵티마’로 판매될 예정이다. 기아차는 또 10월에 해외에서 판매되던 칼로스 3도어 해치백 모델(1200cc·1500cc)을 국내 시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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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신차 효과는 신차 출시 이후 갑자기 판매가 늘어나는 현상이라기보다는 조만간 신차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비자들이 일단 차를 안 사고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구입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는 것보다 “이왕 살 거라면 신차로 사겠다”는 ‘대기 수요’가 더 큰 셈이다. 자동차 판매시장은 5∼9월이 성수기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메이커마다 대개 여름과 가을에 전략 차종을 내놓는데, 여름철 휴가를 가면서 차를 바꾸는 고객과 가을 행락철과 추석 때 새 차로 바꾸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며 “경쟁적으로 다들 9월에 신차를 내놓는 건 올해 막판 장사를 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이사는 “신차가 쏟아지면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신차를 제외한 구모델은 대부분 차값을 깎아주는 할인판매에 들어가고, 현재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36개월 무이자 할부 등 파격적인 할인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헌 차를 새 차로 바꾸려는 고객은 구입 시기를 잘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 NF쏘나타를 출시하며 국산 신차 출시 붐에 불을 붙였던 현대자동차도 9월 초에 베르나 후속 신차(프로젝트명 MC)를 내놓는다. 이 모델은 가솔린 엔진의 경우 1400㏄와 1600㏄로, 기존 베르나(1300㏄·1500㏄)에 비해 100cc씩 높아졌다. MC에는 최고출력 110마력의 신형 알파2 엔진이 탑재되며, 디젤엔진은 1500㏄가 선보인다. 현대차는 “새 모델은 소형차이지만 기존 베르나에 비해 차 높이는 76mm, 길이는 50mm를 키워 실내 공간이 동급 최대 수준으로 확대됐다”며 “베르나라는 이름은 그대로 사용하고, 엔진과 기본 차체는 기아차 프라이드와 같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베르나 후속으로 MC를 선보여 아반떼XD와 함께 쌍두마차를 이끌면서 시장을 지킨다는 전략이다.



소형차·레저용차 판매 감소

국내 자동차 내수판매, 중·대형차와 휘발유차 판매는 급증

올해 1∼7월까지 국내 자동차 내수판매를 보면 중·대형차와 휘발유차 판매 급증, 레저용차의 판매 감소가 뚜렷하다.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7월까지 대형차(2천cc 이상) 가운데 현대 그랜저TG(1만7천대)와 르노삼성 SM7(1만6천대), 쌍용 체어맨(8800대)의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 대형차는 신규등록 대수 기준으로 지난해 1∼7월 6만4338대(승용차 시장의 9.5%)에서 올해 같은 기간 8만4228대(12.7%)로 늘었다. 중형(1500∼2천cc)은 현대 NF쏘나타, 르노삼성 뉴SM5, 기아 옵티마를 중심으로 많이 팔려, 지난해 12만848대(17.8%)에서 올해 20만2061대(30.4%)로 대폭 늘었다. 반면 소형차는 2004년 1∼7월 10만4535대(15.4%)에서 올해는 6만1137대(9.2%)로 크게 줄었다. 경차는 지난해 1∼7월 2만8317대에서 올해 7월까지 2만7842대로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특히 레저용 차(RV)는 경유값 인상과 자동차세 인상에 따라 판매가 크게 줄었다. 스포츠실용차(SUV)는 지난해 1∼7월까지 15만2천대에서 올해는 같은 기간에 12만4천대로, 미니밴(CDV)은 5만1천대에서 2만7천대로 대폭 줄었다. 7∼10인승 자동차세가 일반 승용차와 동일하게 오르고 경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오르면서 레저용 차량이 누려왔던 장점들이 사라졌고, 이에 따라 싼타페·테라칸·카니발·무쏘 등 인기 차종 판매가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쌍용차 판매는 지난해 1∼7월까지 6만1931대에서 올해는 3만9263대로 대폭 줄었다. 쌍용차는 올해 무쏘 후속 모델인 카이런을 출시하며 SUV 명가의 명성 회복에 나서고 있다.
사용 연료별로 휘발유차는 지난해 1∼7월까지 승용차 내수판매에서 25만2천대(48.8%)였는데 올해는 7월까지 30만6천대(59.6%)로 대폭 증가했다. 반면 경유차는 지난해 1∼7월까지 18만9천대(36.5%)에서 올해는 13만4천대(26.1%)로 줄었다. 그러나 레저용 차량 중에서 유류비가 상대적으로 싼 LPG 차량은 지난해 1∼7월 7만5천대에서 올해 같은 기간에 7만3천대로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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