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올 상반기 홈쇼핑 히트상품 목록을 보면 모든 홈쇼핑 업체에서 ‘스팀청소기’가 10위 안에 포진하고 있다. 스팀청소기는 이미 지난해부터 홈쇼핑 업계 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여러 스팀청소기 상품이 나와 있지만 국내 최초의 스팀청소기는 2001년에 출시된 한경희 스팀청소기 ‘스티미’다.
한경희 스팀청소기(사장 한경희)는 지난해 매출 150억원, 올 1분기 매출 150억원을 기록하는 등 청소기 하나로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경희(42)씨가 스팀청소기라는 아이디어에 착안해 ‘사고를 친’ 건 맞벌이 주부생활 3년차 때였다. “집안 청소를 하던 중 문득 ‘쪼그리고 앉아 손걸레질하는 것 좀 안 하고 살 수 없을까’ 생각했어요. 남편이 무릎 꿇고 하는 걸레질은 절대로 못 도와주겠다고 한 것도 한 이유가 됐죠.” 편하게 서서 대걸레질하듯 청소할 수 있는 기구가 없을까? 찬물보다 세척력이 좋아서 뜨거운 물로 청소를 많이 했던 그는 스팀청소기를 떠올렸다. “예전에 미국에서 이런 제품을 본 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 온돌 생활에 맞게 바꾸면 되겠다 싶었죠. 100도를 넘는 고온 스팀청소기로 하면 간편하게 걸레질을 하면서도 진드기·곰팡이·세균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때가 1999년. 당시 교육부 사무관이었던 한씨는 직장를 때려치우고 주부 사업가로 나섰다.
막상 개발에 착수했지만 제품 개발의 길은 험난했다. 몇몇 대학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에 실험을 의뢰하는 등 2001년까지 꼬박 3년간 새로운 개념의 청소기 개발에 매달렸다. 부품을 하나씩 만들어 일일이 붙여보면서 수없이 설계를 바꿨다. 당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서 판매되는 카펫 스팀청소기를 본뜬 제품을 개발하려다 실패해 손을 뗀 상태였다. 처음에는 5천∼6천만원이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제품을 개발하는 데 약 10억원이 들었다. 빚도 많이 졌다. 개발자금 대출 때문에 처음엔 자기 집을 잡혔는데 나중에는 친정집과 시부모집까지 죄다 담보로 제공해야 했다. 2001년에 첫 작품 ‘스티미’가 나왔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다시 연구하고 실험에 나섰다. 될 듯 될 듯하면서도 번번이 실험에 실패하는 일이 계속됐다. “사업에 뛰어들었다 언제든 길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다고 처음부터 각오하고 끝까지 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지난해 새로운 ‘한경희 스팀청소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홈쇼핑 방송을 타면서 대박이 터졌다.
스팀청소기의 원리는 청소기에 달린 히터로 물을 가열해 여기서 나온 스팀이 걸레를 통과하면서 바닥의 때를 불린 뒤 초극세사 패드(천조각)로 닦아내는 방식이다. 증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청소 뒤 바닥에 물기가 남지 않고 금방 뽀송뽀송해진다. 스팀청소기의 무게는 1.5kg. 소비자들의 불만은 너무 무거워 밀기에 힘에 부친다는 것인데, 한씨는 “원목 바닥은 슬슬 밀리지만 장판 바닥은 무겁다는 반응이 있어서 원목용과 장판용 스팀청소기를 따로따로 내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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