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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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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약발’보다 경기가 시장 좌우

등록 2005-01-06 00:00 수정 2020-05-03 04:23

2005년 부동산 시장을 진단한다…지난해 하반기부터 하강세지만 정부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지난 한해 부동산 시장은 “강남 불패 신화가 깨지고 부동산 활황세가 6년 만에 완전히 꺾였다”는 말로 압축할 수 있다. 정부는 2003년 ‘10·29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과의 싸움에서 기선을 잡은 뒤 2004년 내내 잇단 후속 조처들을 쏟아내면서 시장을 압박했다. 올해 시행될 주요 부동산 정책은 △종합부동산세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임대주택건설 의무화)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 △주택가격 공시제도 △원가연동제(분양가 상한제) △1가구 3주택 이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60%) 등이다. 종합부동산세를 마지막으로 10·29 대책의 주요 내용이 부동산 시장에 모두 적용되는 것이다.

일반 아파트값은 시세 변동 없어

아파트값은 2004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서울 매맷값의 경우 2004년 하반기(7∼10월)에 재건축 아파트는 -4.2%, 일반 아파트는 -1.0% 떨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 아파트값은 지난 한해 동안 -3.18% 떨어져 강남 불패 신화도 종지부를 찍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아파트값 상승세가 2001년 6월 강남지역 재건축 대상 아파트부터 시작되었으나 3년 만에 다시 재건축 아파트부터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며 “2005년 아파트 가격은 매매 및 전세 가격 모두 3∼5% 정도 하락세가 예상되며, 전셋값 하락세가 매맷값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아파트 경기가 제3국면(거래량 감소, 가격보합세)을 벗어나 지난해 4분기부터 제4국면(거래량 감소, 가격하락)에 접어들었으며, 올 상반기에는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 부담을 회피하려는 거래가 급증하면서 제5국면(거래 증가, 가격하락)에 들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매맷값 하락세가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서 일반 아파트로 확산되고, 전셋값 하락세가 확대되면서 전셋집을 빼지 못해 이사를 못 가는 역전세난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강남권 재건축단지의 오름세는 잡혔지만, 실수요자들이 주로 찾는 일반 아파트값은 시세 변동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지난해 4월 말 이후 10월까지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평균 1.14% 떨어졌다. 그러나 각종 규제가 집중된 재건축단지 하락률이 -5.86%인 반면 일반 아파트는 평균 0.13% 내리는 데 그쳤다. 투기심리는 일단 잡았지만 집값은 거의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물론 참여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이 집값을 떨어뜨리기보다는 현재 수준에서 더 오르지 않도록 ‘안정’시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기는 하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부터 때려잡는가 하면, 정책의 초점을 실거래값 과세 등 주택 거래의 투명성 강화 및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에 맞추고 있는데, 투기를 차단해 집값 오름세를 꺾어놓겠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신후식 연구위원은 “주택은 투자재이면서도 주거서비스 소비재 성격을 갖고 있어서 가격의 하방경직성이 강하다”며 “10·29 대책은 이미 시장에 대부분 영향을 미쳤으며, 이제는 정책보다는 아파트 수급과 내수부진·가계 소득감소 등 경제상황이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수요자들의 기대소득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부동산 가격이 본격적으로 떨어지는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시장은 정책에 별다른 반응 안보여

그러나 “내수의 버팀목인 건설산업과 부동산 경기 위축이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논리가 확산되면서, 참여정부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부동산 규제를 푸는 쪽으로 방향을 틀지 않겠느냐는 기대심리도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8월 말 일부 지역을 처음으로 주택투기지역(양도세 실거래가 과세)에서 해제한 데 이어 11월 초에 서울 풍납동 등 7곳을 주택거래신고지역(실거래가 신고 의무화)에서 전격 해제하고, 투기과열지구(분양권 전매 제한)도 부산 등 6곳에 대해 분양권 전매기간을 ‘분양계약 후 1년 경과시까지’로 완화했다. 특히 정부가 최근 서울 중랑구 등 전국 11곳을 주택투기지역에서 추가로 해제하자, 이를 부동산 규제 완화가 본격화되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퍼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주택가격 안정은 다른 어떤 정책적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최우선 과제로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과도한 부동산 규제가 집값을 떨어뜨리고 내수를 위축시켜 경기불황을 장기화시킨다는 지적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가계의 전체 자산 중 실물자산(부동산 자산 및 전세금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은 83%(2001년)로, 미국(31%)·일본(46%)·대만(43%) 등에 비해 2배 가까이 높다. 따라서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 마이너스 자산효과로 내수심리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가 점점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규제를 추가로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하면서 아파트 구매를 늦추거나 청약을 뒤로 미루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2004년 9월 말까지 전국 아파트 거래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보유세 강화 대신 거래세가 인하되자 내린 거래세율을 적용받기 위한 주택 구입 지연이 지속되고, 판교지역 등 원가연동제 아파트를 노리고 청약을 미루는 대기수요로 분양시장도 침체되고 있는 것이다. 김현아 연구위원은 “거래세 인하와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기대하면서 건설업체들 역시 분양 시기를 연기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규제 완화는 죽어가는 건설 부동산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고육책”이라면서 “건설경기 연착륙을 위해 제도를 탄력 운영하는 것일 뿐 규제를 마구잡이로 완화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마저 중단되는 등 시장이 지나치게 위축되자 규제를 조금씩 완화하는 것일 뿐 투기 억제를 위한 고삐는 늦추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쪽도 “종합부동산세와 주택가격 공시제도 도입으로 실거래가 파악 체계가 갖춰지고 있기 때문에 주택거래신고지역을 부분 해제해도 큰 문제는 없다”며 “2001년 이후 아파트값 급등으로 주택 공급물량이 워낙 많은 상태인데, 이를 소진하기 위해서는 거래 물꼬를 터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거래세(취·등록세)율을 5.8%에서 4.6%로 낮추는 등 팔 사람은 팔게, 살 사람은 사게 해주는 차원에서 규제를 다소 풀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대표는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조금씩 완화해 숨통을 틔워주자 정부가 좌회전하는 것인지 우회전하는 것인지 실수요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는데, 하지만 이미 시장은 부분적인 규제 완화든 더 강력한 부동산 정책이 나오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태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경기불황으로 부동산 침체 깊어질 수도

정부의 부동산 연착륙 정책에다가 지방 균형발전·기업도시·미래형 혁신도시 등 각종 개발수요가 겹치면서 집값이 다시 뛸 것이라는 기대감도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은 주택시장 활성화가 아니라 사회간접자본 등 뉴딜형 인프라 프로젝트에 집중되고 있다. 따라서 각종 개발계획이 국지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는 있지만, 주택 부문은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에서 계속 제외되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집값이 다시 오르기는 어렵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강도 높은 정책보다는 내수침체 장기화, 가계소득 감소, 금융권의 가계대출 억제 등 ‘시장 여건’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개입해 시장 분위기를 선도하고 있지만 집값 동향은 주택 구매력이 결정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김현아 연구위원은 “정부 대책이 이미 대부분 시장에서 시행되고 있어서 정책에 따른 추가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주택거래신고제 등 정책 변수 이외의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주택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가 순환 주기상 침체기에 도래한 상태에서 경기불황으로 가계 소득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집값 하락세는 더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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