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농산물로 빵 · 국수 등 만드는 (주)더불어식품… 국내 최초로 개발한 감자라면 생산 현장을 가다
인천= 글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해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비하는 각종 라면을 모두 합치면 약 37억개에 이른다. 1인당 평균 80개 정도를 먹어치우는 셈이다. 국내 라면시장은 연간 약 1조3천억원 규모로 150여종의 제품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라면은 밀가루로 만든다고 다들 생각하지만, 최근 국산 감자로 만든 감자라면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0월 첫 출시된 농심 감자면은 웰빙 바람을 타고 지난해 90억원어치가 팔렸다. 올해 매출목표는 약 400억원어치다. 삼양식품·오뚜기식품도 농심과 엇비슷한 시기에 감자라면을 새로 내놓고 대대적인 광고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감자라면의 원조는 인천에 있는 한 중소기업이다.
주문 생산으로 단가 낮춰
지난 4월1일, 인천 남동공단에 자리잡은 (주)더불어식품(대표이사 안희석). 종업원 180여명인 더불어식품은 2001년 국내 최초로 감자라면을 개발한 우리농산물 전문 제조업체다. 지난해 이 회사가 생산·판매한 라면은 감자라면을 비롯해 2200만개(매출액 150억원)로 전체 라면시장의 0.6%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감자라면은 이제 막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생산공장에 들어가려면 반도체공장에서나 볼 수 있는 에어샤워를 거쳐야 한다. 식품에 먼지 하나라도 묻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공장 안에는 고소한 빵냄새가 은근하게 퍼져 있다. 이곳 남동공단 공장에서 생산되는 품목은 식빵·빵·케이크·만두·스낵·과자·국수류 등 무려 80∼90여개에 이른다.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식품의 생산공장은 모두 4군데로 전북 완주군에 있는 완주공장에서는 라면 및 냉면류가, 경기도 화성의 발안공장에서는 두부·콩나물류가 생산된다. 라면과 두부류는 대규모 생산라인에서 자동화로 이뤄지는 데 반해, 인천공장은 거의 가내수공업 수준이다. 생산라인이래봐야 작은 생산설비 한두대에 서너명의 종업원이 달라붙어 일하는데, 대부분의 생산과정은 손으로 이뤄진다. 한쪽에서는 종업원 몇명이 비닐장갑을 낀 채 손작업으로 일일이 봉지에 과자를 담은 뒤 저울로 무게를 달아 포장하고 있었다.
‘쌀식빵 20개, 마늘빵 58박스, 땅콩과자 160, 우동 42, 칼국수 3….’ 벽 표지판에 나붙은 이날치 생산량이다. 100여개 더불어식품의 제품은 모두 주문생산으로 만들어지는데 소비자들의 전화와 인터넷(www.derbuler.co.kr) 주문, 생활협동조합과 한겨레 초록마을 같은 거래처 주문으로 나뉜다. 제품 납품처도 전국의 생협·한살림·한겨레초록마을·유기농마트·농협하나로클럽·농수산홈쇼핑 등이라서 일반 소매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더불어식품 마케팅팀 성종승씨는 “중간에 유통업체가 끼면 국산 농산물 가격을 감안할 때 감자라면 한 봉지당 1400원 정도를 받아야 하는데, 그때그때 주문받아 택배로 발송하는 방식이라서 우리가 감자라면을 소비자가격 1천원에 팔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방부제를 쓰지 않기 때문에서 제품의 유통기한이 짧아 재고보관 창고도 따로 없다.
농심 감자면은 수입감자를 사용하지만 더불어식품의 모든 제품은 100% 국산 농산물로 생산된다. 공장 한쪽 창고에는 북제주도 구좌감자·함평 적두(팥)·정선 옥수수·우리밀 고추장 등 국산 농산물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팔당유기농공동체·구례우리밀·청암농장·산골농장 등 유기농, 무농약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가들로부터 계약재배를 통해 조달받은 것들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라면의 대부분은 방부제나 합성착색물, 화학조미료(MSG)를 쓰지만 더불어식품은 자체 개발한 천연조미료를 사용해 스프를 만든다. 회사 이름에 ‘더불어’가 들어가는 것도 수입농산물이 넘쳐나는 때에 우리농산물 생산자와 가공업체, 소비자가 더불어 살자는 뜻이라고 한다. 더불어식품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우리밀가루의 20%가량을 소비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4년째 일하는 제빵부 심우섭(32)씨는 “주변 사람들한테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가져다주면 먹어보고 나서 처음에 맛이 없다고 한마디씩 하는데, 우리농산물로 만든 유기농 식품이라서 방부제와 인공조미료 같은 첨가제를 안 넣고 설탕도 최소한의 양만 넣었기 때문”이라며 “웰빙 바람 탓인지 지난해 여름부터 주문이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존 밀가루 라면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감자라면에 뭔가 빠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몇번 먹어보고 나서는 오히려 “기존 라면은 밀가루 냄새가 나서 더 이상 못 먹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게 더불어식품쪽의 설명이다.
감자라면 개발은 기적이었다
더불어식품이 우리농산물을 이용해 감자라면을 만드는 데 뛰어든 건 지난 2000년. 우리밀로 라면을 생산해오다 감자값이 크게 폭락하자 이때부터 감자라면 연구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수차례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실패만 되풀이했다. 그런데 실험용으로 구입한 막대한 양의 감자가 모두 바닥나기 며칠 전에 “신의 선물처럼” 기적적으로 감자라면 개발에 성공했다고 한다. 성종승씨는 “완주에 있는 감자라면 생산라인은 2교대로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감자라면은 밀가루라면과 무엇이 다를까? 더불어식품의 감자라면은 국산 감자전분 55%, 국산 감자분말 5%를 넣어 만들어진다. 감자라면은 다른 라면에 비해 쫄깃쫄깃하고 푸짐한 식감을 내고, 먹고 난 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편하다. 감자전분이 다른 전분류에 비해 소화 흡수가 잘되기 때문이다. 특히 감자에는 탄수화물 함량도 많지만, 단백질·미네랄·비타민 같은 다른 영양소도 많이 포함하고 있다. 감자는 식단 균형을 맞춰주는 기능도 한다. 고혈압·뇌졸중 발생을 억제하려면 나트륨과 칼륨이 1 대 1에 가까운 식사가 좋은데 한국인은 서구인에 비해 나트륨 섭취가 많은 편이다. 나트륨보다 칼륨이 훨씬 더 많이 들어 있는 감자가 이런 불균형을 줄여주는 것이다.
“대기업이 특허 취득 방해한다” |
[감자라면 제조기법 모방 논란] 더불어식품은 지난 2001년 11월 특허청에 감자라면 제조 특허를 출원했다. 출원 내용은 ‘감자분말 및 전분을 주원료로 제조한 라면 및 그 제조방법’과 ‘강제 탈유방식에 의한 기름 함유량 최소화 공정’이다. “감자라면 개발은 세계 최초”라는 게 더불어식품쪽의 주장이다. 특허심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그런데 심사 도중에 농심, 오뚜기식품, 삼양식품 등 대기업에서도 감자라면을 잇따라 출시해 치열한 시장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더불어식품쪽은 “농심, 오뚜기 등 대기업에서 우리가 특허 출원한 감자라면 제조기술을 그대로 베껴서 감자라면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나중에 특허가 나오면 특허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허 출원 이후 일반적인 특허심사 절차에 따라 더불어식품이 낸 출원 내용은 2003년 3월 모두 일반에 공개됐다. 웰빙 바람을 타면서 감자라면이 소비자들 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때였다. 더불어식품은 “감자라면으로 돈 벌 수 있다고 생각한 대기업들이 공개된 우리 회사의 제조기법을 모방해 단기간에 감자라면 개발에 성공한 것 같다”며 “한발 더 나아가 대기업들이 우리의 특허 취득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농심 등 대기업들은 더불어식품의 특허 출원에 맞서 “중국·일본 등지에서 유사한 방법으로 이미 감자를 넣은 식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감자라면은 특허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자료를 정보제출서 형태로 특허청에 제출해둔 상태다. 농심쪽은 “감자라면 시장이 형성돼 있기만 하다면, 우리가 수십년간 축적된 라면생산 노하우를 동원해 감자라면을 금방 만들어낼 수 있다”며 “더불어식품쪽의 특허 출원 내용을 모방했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감자를 라면 면발에 넣는 기술이 예전에 없던 독특하고 산뜻한 맛을 내는 효과를 지녔다는 점에서 특허심사 대상은 된다”며 “다만 더불어식품 이전에 외국에서 이미 같은 제조방법으로 라면 같은 감자를 이용한 식품을 생산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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