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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낙선, 계란이 바위를 부순다

등록 2004-01-15 00:00 수정 2020-05-03 04:23

[491호 표지이야기, 그 뒤]

491호 표지이야기 ‘2004 세계의 희망, 굿바이 부시’는 한반도의 경계를 넘어, 미국인을 포함한 세계인의 염원을 담은 대형 기획물이었다. 오는 11월에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적이 없었다. 그만큼 부시가 재당선되어 세계를 쥐락펴락할 ‘또 다른 4년’은 끔찍하기 때문이다.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의 여망을 받들어 에서는 새해 첫 화두로 ‘부시 낙선’ 메시지를 띄웠다. 왜 ‘전쟁광’ 부시가 재선되어서는 안 되는지, 그의 재집권시 불러올 인류의 암울한 미래, 그리고 그의 지난 집권 기간 3년이 실제로 세계인들의 심신을 얼마나 지치고 황폐하게 만들었는지를 꼼꼼히 제시했다.

때마침 표지이야기 이후 잇달아 국내에서는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함께하는 시민행동, 민교협 등의 시민사회단체가 반부시 운동에 동참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300여명의 국내 시민운동가들은 1월16일부터 인도 뭄바이에서 열릴 ‘세계사회포럼’에서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부시 미 대통령의 낙선운동을 의제로 제안해 세계 시민사회운동 단체들의 연대를 이끈다. ‘부시낙선네트워크’(Defeat Bush Network)라는 범세계적 부시 낙선운동을 위한 연대에 월든 벨로 필리핀대 교수가 이끄는 FOCUS와 APA(Asian Peace Alliance) 등 아시아의 대표적 평화단체들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최근에는 촘스키 교수를 포함해 미국의 진보적·좌파적 지식인 43명이 ‘부시의 낙선이 가능하다’(Bush Can be Stopped)라는 네트워크를 만들고, 행동을 촉구하는 ‘좌파에 대한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부시 낙선운동의 실효성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세계인들이 남의 나라인 미국의 “대통령을 떨어뜨려라, 말라”고 요구한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부시 혐오증이 얼마나 극에 달해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일부 독자들은 세계적인 부시 낙선운동이 오히려 그의 지지세력을 결집시켜 부시가 반사이익을 보게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견해를 보내오기도 했다. 어떤 이는 인터넷을 통한 ‘On-line 부시 낙선운동’ 등 마이너리티들의 움직임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는 냉소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낙숫물이 바위에 구멍을 내듯이, 부시 낙선을 주장하는 목소리나 글들이 인터넷이라는 자유의 공간에서 홍수를 이루고, 세계의 지성인들이 힘을 보태는데도 미국의 유권자들이 흔들리지 않고, 부시가 건재를 과시할 수 있을까.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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