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5년,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이 공상과학(SF)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를 출간할 때만 해도 우주여행은 아득한 상상 속 이야기였다.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한 것은 1903년이 되어서였다. 베른이 처음 묘사한 우주 비행체는 초대형 대포로 쏘아 올린 포탄선이었다. 이런 구상은 포탄선이 여러 개의 탑승칸을 줄줄이 매달고 날아가는 형태로 발전했다.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와 꼭 닮았다.
우주여행의 꿈은 역설적이게도 전쟁무기로 개량을 거듭했던 로켓 기술과 20세기 후반 미-소 냉전 대결로 촉진됐다.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1957년)와 유인 우주선 보스토크 1호(1961년)의 지구 궤도 비행에 연거푸 성공하면서 우주 시대를 먼저 열었다. 미국은 1969년 아폴로 11호의 우주비행사들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발을 내딛는 것으로 만회했다. 우주를 향한 인간의 발길은 위성(달)을 넘어 태양계의 또 다른 행성들로 향한 지 오래다.
‘로버’ 실은 중국 우주선, 화성 착륙할까
지금 지구에서 그리 멀리 않은 우주 공간에는 우주선 3대가 나란히 같은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7월 말, 불과 열흘 새 잇따라 지구를 박차 오른 화성 탐사선들이다. 7월20일 아침, 아랍에미리트연합의 화성 탐사선이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솟구쳐 올랐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발사체(로켓) ‘H2A’에 실린 중동 최초의 화성 탐사선의 명칭은 ‘아말’, 우리말로 ‘희망’이란 뜻이다. 사흘 뒤인 23일에는 중국 하이난성 원창 우주발사장에서 중국의 첫 화성 탐사선 톈원-1호가 창정 5호 로켓에 탑재돼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그 일주일 뒤인 30일에는 미국의 다섯 번째 화성 탐사선 퍼시비어런스를 실은 로켓 아틀라스 5호가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불꽃을 내뿜었다.
화성은 지구와 바로 이웃한데다 태양계에선 지구와 환경이 가장 비슷한 행성이다. 얇은 대기층이 형성돼 있으며, 다량의 물이 얼음 상태로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과 중국의 이번 탐사선은 화성 지표면에서 임무를 수행할 로버(로봇차량)까지 탑재했다. 중국이 성공하면 러시아(옛소련),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화성에 착륙하는 나라가 된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아말호는 착륙선이나 로버를 싣지 않아 지표면 탐사는 하지 않는 대신, 화성 궤도를 돌며 다양한 관측 자료를 전송할 계획이다.
이들 우주선이 거의 같은 시기에 발사된 건 천체의 운동과 위치를 계산한 결과다. 태양계 행성들은 서로 다른 공전 주기로 태양 주위를 도는데, 지구와 화성은 26개월에 한 번씩 가장 가까운 거리로 접근한다. 2020년 7월 하순이 그 시기였다. 연료 소비와 비행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기다. 그래도 화성까지는 약 5억㎞에 이르는 머나먼 여행이다. 시속 5만㎞(초속 14㎞)로 날아가도 꼬박 7~8개월이 걸린다. 2021년 봄에나 화성에서 보내오는 사진과 데이터를 지구에서 받아 볼 수 있다
근접비행, 궤도 비행, 지면 착륙, 지상 탐색…
인류의 화성 탐사 역사는 올해로 꼭 60년을 맞았다. 맨 처음엔 최대한 가까이 지나쳐 가는 근접비행(플라이바이·flyby)으로 시작해 궤도 비행, 지면 착륙, 로봇차량을 이용한 지상 탐색 활동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화성 여행은 ‘꽃길’이 아니다. 지금까지 모두 56차례 시도했으나 임무 성공은 26번에 그쳤다. 절반 넘는 우주선들이 발사 실패, 통신 두절, 장치 결함으로 좌절했다. 화성까지 가서도 착륙하려다 충돌한 전례가 많았다. 이처럼 화성 여행이 험난한 까닭에 ‘화성의 저주’ ‘대은하의 악령’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화성 탐사선을 보낸 나라는 미국, 러시아(옛소련 포함), 유럽연합(EU), 인도뿐이다. 1964년 미국이 처음으로 화성 궤도에 탐사선을 진입시켰고, 1971년 소련이 뒤를 이었다. 2003년에는 유럽연합(EU)이, 2014년에는 인도가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초기엔 실패의 연속이었다. 1960년 10월 소련은 인류 최초의 화성 탐사선 마스닉 1호를 시작으로 1964년까지 여섯 차례나 화성 탐사선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지구 대기권을 벗어난 건 1962년 발사한 마스 1호가 유일했다. 마스 1호는 이듬해 화성 근처까지 접근했으나 안테나 고장으로 통신이 끊기면서 실종되고 말았다.
미국은 1964년 11월 매리너 4호를 발사한 지 7개월 보름 만에 최초로 화성 근접비행 기록을 세웠다. 1971년에는 매리너 9호가 최초로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하는 기록까지 추가했다. 소련도 가만있지 않았다. 미국이 화성 궤도 비행에 성공한 바로 다음달, 소련의 마스 3호가 화성 표면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최초의 ‘화성 착륙’이다. 그러나 마스 3호는 화성 사진을 전송하기 시작한 지 15초 만에 강력한 모래 폭풍에 휩싸이면서 통신이 영영 끊기는 불운을 맞았다.
제대로 된 화성 착륙은 1975년 여름 미국의 바이킹 1호와 바이킹 2호가 두 달 새 잇따라 성공했다.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1997년 7월 미국의 마스 패스파인더가 최초로 화성 표면에 6륜 로봇차량 소저너를 착륙시켜 이동식 탐사 시대를 열었다.
퍼시비어런스호는 ‘지구 귀환’ 목표
이제 인류의 화성 탐사는 무인 우주선을 통한 ‘탐색전’을 넘어 사람이 화성에 직접 발을 내딛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화성 주위와 지표면에선 미국과 유럽연합(EU), 인도의 우주선 또는 탐사로봇 등 모두 8대가 화성의 대기와 기후 관측, 지질 분석, 생명체 탐색, 인간 체류 가능성 분석 같은 임무를 수행 중이다. 이번에 발사된 미국 탐사선 퍼시비어런스호의 임무에서 주목되는 것은 화성 탐사선 중 최초의 ‘지구 귀환’이다. 화성까지 편도 여행이 아닌 왕복 여행을 시도하는 것이다.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31년께 화성의 암석과 토양 표본을 채취해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미국의 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엑스(X)도 야심찬 화성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2050년까지 화성에 상주인구 100만 명 규모의 식민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 <마션>(2015년)보다도 더 나아간 구상이다. 관건은 더 빠르고 안전한 초대형 우주왕복선 개발이다. 일론 머스크 회장은 현재 개발 중인 스타십 우주선으로 1천 대 선단을 구성해 한 번에 10만 명씩 운송한다는 구체적 계획까지 세워놓았다. 가능할까 고개가 갸우뚱해지지만, 마냥 허황된 꿈도 아니다. 웜홀과 화성의 중력을 이용한 행성 탐험을 그린 영화 <인터스텔라>의 유명한 대사는 이렇다.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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