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열도는 유라시아판에 속하는 동서 방향의 ‘서남 일본’과 북미판에 속하는 남북 방향의 ‘동북 일본’으로 구성돼 있다.(그림 참조) 이들 일본열도 아래로 각각 필리핀해판과 태평양판이 아래로 파고들고 있다. 필리핀판이 서남 일본 아래로 들어가는 곳을 난카이해구(해구는 바다 밑바닥의 도랑처럼 깊고 좁은 곳을 말함)라고 한다. 후지산 자락의 유라시아판에 한끝을 걸치고, 시즈오카 부근에서부터 낮은 각도로 ‘서남 일본’ 아래로 파고든다. 규슈 해안 부근에서 점점 큰 각도로 틀면서 오키나와∼대만 아래까지 이어진 섭입 구조를 류큐해구라고 한다.
이번 구마모토 지진은 난카이해구와 류큐해구가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했다. 화산호(Volcanic Arc)와 그 앞의 전이대에 속한다. 규슈에서 이 전이대는 서남 일본을 동서로 자르는 중앙구조선과 중첩돼 있다. 이 전이대를 따라 많은 활단층이 달리고 있는데, 1차(4월14일 규모 6.5) 지진이 일어난 하나구 단층과 2차 지진(4월16일 규모 7.3)이 일어난 후타카와 단층과 벳푸·마네야마 단층도 여기에 속한다.
지진 단층대에 원전과 화산 인접필리핀해판이 후지산 서쪽 해안에서부터 낮은 각도로 서남 일본으로 스며들면서 서남 일본을 서쪽으로 밀어내면 동쪽으로 그만큼의 반작용이 만들어져 서남 일본은 동서로 큰 압축응력을 받는다. 이 때문에 이번 지진이 발생한 동북동에서 북동 방향을 갖는 하나구 단층과 후타카와 단층을 따라 지층의 오른쪽이 앞쪽으로 밀리게 된다(우수향 주향이동단층). 인근 지역에 설치된 지진계로부터 지진파를 분석하면 어느 쪽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지진이 규슈 서쪽 연장부의 시코쿠섬에 놓인 중앙구조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주시하고 있다. 지난 2차 지진 때, 구마모토와 아소산 사이에 위치한 마시키초와 니시하라무라에서 ‘진도 7’(목조건물 완파, 철근콘크리트건물의 강성과 강도가 약한 층이 파괴되는 최고 단계 수준)의 강진이 동시에 발생했다. 일본 지진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2차 지진의 본진과 여진이 후타카와 단층의 긴 연장성을 가지고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구마모토 지진은 규모 3.5 이상의 여진이 3일 만에 165회나 발생했다. 단층대에 인접한 규슈 서쪽의 센다이 원자력발전소와 시코쿠 서쪽의 이카타 원자력발전소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인근 주민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약 9만 년 전 600km³의 분화물을 쏟아낸 세계 최대급의 아소화산(Aso-4·남한에서도 화산재가 발견됨)과 1792년 1만4524명, 1995년 43명의 인명을 앗아간 운젠화산이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강진에 아소화산 주변 미나미아소무라에서 단층이 1m 정도 어긋났다는 뉴스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단층이 마그마방(마그마가 가득 찬 지하 공간)까지 이어지면 마그마방의 압력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화산 분화를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지진 추이를 지켜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지진이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환자를 치료하려면 환자의 병력을 알아야 하듯이, 일본 지진의 영향을 파악하려면 한반도·일본의 지구 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2300만 년 전 일본열도는 한반도에 붙어 있었다. 필자처럼 의심이 많은 독자들은 한반도∼동해∼일본열도의 지도를 살펴보기 바란다.
먼저 함경도에 눈길이 닿는다면 2시 방향으로 길게 꺼진 지형이 눈에 띌 것이다. 바로 길주∼명천 지구대라고 부르는 곳이다. 지구대의 동해 해안선을 보면 오목하게 들어간 곳이 있다. 둘째,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중간쯤에 바가지를 엎어놓은 듯 해저에 가라앉아 있는 지형을 주목해보자. 해저 바닥에서 바라본다면 수천m의 높고 멋진 고원대지다. 그런데 이 바가지 모양은 어디서 본 것처럼 익숙하지 않은가?
자, 이젠 이 퍼즐 조각을 그림의 흰색 화살표 방향으로 한반도 길주∼명천 지구대에서 본 해안선에 맞춰보자. 와, 꼭 맞는다! 그렇다. 한때 이 해저 고원대지는 함경도에 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틈이 벌어져 동해가 생겨났다는 이야기가 된다.
일본열도는 판의 일부이기 때문에 한반도로 떨어져나갈 때 생긴 경계부 또한 암석권 단위의 거대한 구조대를 이룬다. 서남 일본과 한반도 사이에는 대한해협을 따라 쓰시마∼고토 구조대가 발달했다. 1500만 년 전 서남 일본이 한반도를 밀어붙여 울산 앞바다 석유가스전의 배사구조를 만든 것도 이 구조선이다.
내진설계 안 된 한국 건물 취약이번 구마모토 지진에서 발생한 에너지는 쓰시마∼고토 구조대를 따라 에너지가 퍼졌다. 한반도에도 에너지가 일부 전달됐으며, 이 때문에 남부 지역이 흔들렸다. 더 큰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이 구조대에 의해 한반도와 서남 일본이 지체구조(대규모 지각변동으로 넓은 지역에 걸쳐 만들어진 지질구조)적으로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2005년 규슈 북쪽 앞바다에서 발생한 후쿠오카 지진(규모 7.3) 때도 이번처럼 한반도를 흔들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지진으로 쓰나미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는 이 지진이 게고 단층(서남 방향)을 따라 왼쪽으로 수평이동했기 때문이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쓰나미를 일으킨 역단층과 다른 점이다.
일본에서 엄청난 재해를 일으킨 지진은 우리에게도 큰 공포감을 준다. 지진 재해에 무관심한 것도 문제지만, 학술적 근거 없이 무작정 두려워하는 것도 현명하지 못하다. 한반도는 히말라야조산대와 환태평양조산대 사이에서 중국과 일본이라는 보호막에 끼어 있어 큰 지진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서울∼인천∼홍성을 지나는 추가령·예성강 단층과 경주∼부산을 지나는 양산 단층을 따라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데, 내진설계가 안 된 구조물이 많아 작은 규모의 지진에서도 피해를 가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전, 댐 등 공공시설이 전문가들이 제시한 적정 규모의 지진에 안전한지 점검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카카오톡에서 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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