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남구현 교수, ‘연구 부적절 행위’ 통보받아

등록 2012-07-17 17:48 수정 2020-05-03 04:26

“남구현 교수가 잘못했다.”(이화여대 연구진실성위원회)
“조사 과정 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남구현 교수)
지난 5월 표지에 실린 논문을 둘러싸고 벌어진 남구현(33) 전 이화여대 초기우주과학기술연구소 특임교수와 이화여대 박사과정 대학원생 전진아(28)씨 사이의 공방(911호 이슈추적 ‘그 논문에는 내 이름이 있어야 했다?’ 참조)에 대해 이화여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남 교수에게 실험 결과를 빼앗겼다”고 주장해온 전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남 교수는 “조사 자체가 편파적으로 이뤄졌다”며 재심의를 요구하고 있어 논란은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논문의 연구 업적을 둘러싼 논란은 이화여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조사 결과만으로는 쉽게 매듭지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균열 제어를 통한 형태화’ 논문 샘플이 실린 지난 5월10일치 <네이처> 485호 표지.

논문의 연구 업적을 둘러싼 논란은 이화여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조사 결과만으로는 쉽게 매듭지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균열 제어를 통한 형태화’ 논문 샘플이 실린 지난 5월10일치 <네이처> 485호 표지.

남 교수 “재심의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질지 의문”

위원회는 지난 6월26일 “남 교수의 행위는 (이화여대의) 위원회 규정 제2조 2호의 ‘연구 부적절 행위’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담은 결과 보고서를 전씨와 남 교수에게 통보했다. 위원회 규정에는 논문 저자를 부당하게 표시한 경우를 ‘연구 부적절 행위’ 가운데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 위원회는 또 “논문에는 남 교수뿐만 아니라 전씨도 논문 저자로 표시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위원회가 에 전씨를 논문 저자로 표시해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남 교수는 공동 교신저자(연구 전체를 책임지는 사람)인 고승환(38) 카이스트 교수(기계공학) 및 제2저자인 박일흥(55) 이화여대 교수(물리학)와 함께 ‘균열 제어를 통한 형태화’(Patterning By Controlled Cracking)라는 논문을 지난 5월10일치 485호 표지로 발표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남 교수의 연구를 도왔던 전씨가 논문 발표 직전인 5월8일 “논문 내용에 결정적인 실험 결과를 얻었지만, 남 교수가 나를 논문 저자에서 배제했다”는 내용을 담은 글을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에 올려 논란이 불거졌다. 이틀 뒤 전씨는 위원회에 진상 조사를 의뢰했고, 위원회는 전씨가 제출한 연구노트 등을 바탕으로 지난 5월22일부터 본조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남 교수는 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전씨가 인터넷에 올린 글과 연구노트 등의 내용이 사실에 어긋나는 부분이 많은데도 이를 제대로 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연구 과정을 설명해줄 수 있는 증인을 신청하는 등 공식적으로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새롭거나 중요한 증거 또는 증인이 확보될 경우, 당사자가 결정 통지 10일 안에 재심의를 요청하고 위원회가 재심의 실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남 교수는 “재심의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법정 소송까지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이처 “당사자 문제해결이 우선”

재심의 여부에 대해 이화여대는 “여전히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를 펴내고 있는 영국 네이처출판그룹 관계자는 “논문 저자들과 당사자 사이의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며 “문제제기와 그 결과가 명확해진 뒤 교육기관·당사자들과 접촉해 (논문 저자 수정 등의)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위원회 결과만으로는 논란을 명쾌하게 풀어내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