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1mm의 과학/ DNA 치료]
생명체의 세포는 현미경 슬라이드 위에서나 확인할 수 있다. 1조배를 확대해도 수mm를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세포 안에서는 무수한 생화학적 반응이 일어난다. 이 세포 속에는 수천개의 유전자로 구성된 DNA가 있다. DNA가 생화학적 작용을 하는 데는 RNA가 필수적이다. DNA 이중나선은 단일 가닥으로 풀리면서 RNA로 전사된 뒤 내포된 정보를 단백질의 형태로 바꾸게 된다. 만일 유전자들이 모두 RNA로 발현되면 생명체가 혼돈에 빠진다. 인간이라면 암이나 질병에 걸리는 것이다.
유전자는 특정 단백질 생산을 최종 목표로 삼는다. 유전인자들이 RNA 정보를 마음대로 퍼뜨려 생명력을 발휘하려고 몸부림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일 모든 유전자가 단백질로 발현되면 생명체가 암 덩어리로 바뀔 수 있다. 마치 바이러스가 유전 정보를 퍼뜨리면 세포의 단백질 생산 공장이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되는 것이다.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유전자가 발현되지 못하도록 해야만 생명이 유지되는 셈이다.
모든 유전자가 멋대로 단백질이 되는 것은 ‘마이크로 RNA’에 달려 있다. 인간은 200여종의 마이크로 RNA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해 세포가 적절한 시기에 조직과 기관으로 분화하도록 한다. 바로 적대적인 유전자로부터 세포를 보호하고 성장과 발생 과정에서 정상적인 유전자 활동을 돕는 ‘RNA 간섭(interference)’(RNAi)이 이뤄지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인위적으로 RNAi를 유도하면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토록 신비한 생명체의 메커니즘이 차츰 밝혀지고 있다. RNAi가 작용하는 과정은 이렇다. 세포 내에서 이중 가닥 RNA가 특정 효소와 마주치면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22개의 핵산으로 이뤄진 RNA 단편을 분해한다. RNAi를 이용한 유전자 억제 기술은 바이러스 감염이나 특정 유전·단백질 질환 등의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소아마비, C형 간염 바이러스, HIV 등의 바이러스가 인체에서 증식하지 못하는 데 일부 성공했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간염의 진행을 늦췄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환상적인 유전자 억제 기술을 인체에 적용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야 한다. RNA 단편을 인위적으로 체내에 주입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게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RNA 단편은 기존의 약물보다 성분이 커서 경구용으로 복용하면 소화관에 흡수되지 않고 파괴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관심을 모으는 방법은 유전자 치료에 이용하는 변형 아데노 바이러스에 RNA 단편을 넣어 체내에 전달하는 것이다. 유전자 검사가 예방의학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면, RNA 간섭은 치료의학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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