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아흐마드 타우픽(Ahmad Taufik)/ 시사주간지 기자
린 체 웨이(Lin Che Wei)
- “하루빨리 법정에 서주세요”
‘립포 스캔들’ 폭로한 금융·증권 분석가… 그가 고통받는 만큼 인도네시아 경제는 투명해진다네

“심각하게 내 사안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위해 변호사가 돼야 한다.”
‘또’ 충격받은 금융·증권 분석가 린 체 웨이(1968년 반둥 출신)가 털어놓았다. “검사란 자가 날 잡아넣겠다는 거야!”
린 체 웨이는 또 쓸데없이 바빠졌다. 지난해 2월 린 체 웨이 고발건으로 세상이 시끄럽게 돌아가자 발을 뺐던 검찰이, 다시 11월13일 느닷없이 칼을 뽑아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린 체 웨이를 5년형으로 몰아붙이는 검찰은 제발 정신 나간 짓을 멈춰라!” 변호사·기자를 비롯한 전문가 그룹들은 그를 지원하고자 검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린 체 웨이는 (Kompas)에 립포은행(Lippo Bank) 이사 루디 바흐리(Rudi Bachrie)에게 굴욕적인 오점을 안겨주는 분석기사를 실어 이른바 ‘립포 스캔들’을 폭로했다.
이번달 법정에 서게 될 린 체 웨이가 고통받는 만큼 인도네시아 사회는 투명해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양심적인 세력들은 오히려 그가 하루빨리 법정에 서기를 손꼽아 기대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확실히 2004년은 린 체 웨이의 해가 될 듯!
- 당신의 경제 분석기사들이 어떤 그룹들을 화나게 했다고 믿나?
= 그렇지, 어떤 그룹이지. 수하르토 정권 때 고위관리를 지냈던 이가 내게 이런 말을 했어. “옛날 같으면 이미 넌 사라졌어!”
- 그래서 요즘 좀 ‘쫄고’ 있다는 말인가?
= 그럴 일도 없어. 그런 일로 겁내고 말고 할 만큼 인생이 긴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그이들과 아무 문제 없어. 내 전문 분야에서 나의 양심을 걸고 한 일들일 뿐인데, 뭐.
- 당신의 분석기사들로 경제개혁이 가능하다고 믿나. 시끄럽게만 만든다는 이들도 있는데?
= 어휴, 길게 보고 갑시다. 내 나이 이제 서른다섯이고, 사회 전체가 지금 어디론가 여행을 가고 있는 중이고, 가다보니 개가 짖고, 개 짖는다고 여행을 멈추는 경우는 없으니.
- 당신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
= 일은 숨쉬는 것과 같고, 아무도 멈출 수 없는 거지. 내게 일이란 건, 누군가에게 충격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어. 분석가란 ‘성경’ 같은 거야. 예언자께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또 최종 목적지는 어디인지 등을 가르쳤듯이. 기막히게 잘 맞히는 예언자가 있고 그렇지 않은 예언자가 있듯이 품질 차이는 나겠지만….
이눌 다라티스타(Inul Daratista) |
가슴과 엉덩이로 본때 보여주는 ‘당둣 가수’… 이슬람 강경파들에게 출연금지 위협까지 당해 
편집실이 한바탕 배 잡고 넘어갔다. 어느 날부턴가 편집실에서는 드릴(Drill)을 이눌로 부르기 시작했다. 한 텔레비전 사회자가 엉덩이와 가슴을 쉬지 않고 흔들어대는 가수 이눌을 드릴에 비유해서 ‘드릴 퀸’으로 부른 뒤부터다.
이눌을 모르는 이들은 분명 인도네시아 시민이 아니라고 장담해도 좋을 만큼 이눌 다라티스타는 2003년 인도네시아의 화두였다. ‘젖가슴과 여자’라는 뜻을 지닌 이름 이눌 다라티스타는 총선과 대선이 모두 걸린 올해 2004년 그 진가를 더욱 거세게 휘날릴 게 뻔하다.
“이눌을 대통령으로!”
정치에 식상한 시민들은 그렇게 이눌을 외쳐대고 있다. “이눌은 선거 보증수표다. 이눌을 잡는 정당이 승리한다.” 흘러다니는 이 말을 부정할 수 있는 정치평론가는 밥줄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1979년 동부 자와의 가난한 마을 케자파난에서 태어난 아이누르 로키마(Ainur Rokhmah)는 열두살 때부터 록 가수로 무대에 오르다가 지금은 당둣(Dangdut·인디아·아랍·말레이 혼성음악) 가수로 변신했다. 아이누르는 인도네시아 시골에서 오래 전부터 인기를 끈 당둣 가수가 되면서 이눌로 환생했다.
“록을 알아주는 이들이 없었어요. 그래서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죠. 나도 당둣 할 수 있다는….”
당둣 가수가 된 이눌은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녔다. 모든 당둣 가수들처럼. 그러던 어느 날 한 아마추어 비디오 카메라맨이 이눌을 찍어 VCD로 돌리면서 졸지에 ‘이눌 폭발’이 일어났다. 방송사들은 다투어 이눌을 올렸고, 시민들은 경악했다!
가슴을 강조한 웃옷에다 짝 달라붙은 바지를 입고 쉬지 않고 흔들어대는 이눌은 ‘섹시’의 상징이 되면서 인도네시아 전역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2003년, 시골 당둣 가수 이눌은 방송 쇼 한방에 2만1천달러(약 2500만원)를 웃도는 대형 가수가 되었다.
“메가와티 대통령이 가장 경계하는 인물이 이눌이다.” 선거 정국에 접어들면서 요즘 유행하는 농담만큼이나 이눌은 커졌다.
그러나 이눌에게도 ‘승리’만 있지는 않았다. 자리가 불편해진 ‘당둣 대왕’ 로마 이라마(Rhoma Irama)가 딴죽을 걸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건 진정한 당둣이 아니다. 천하게 섹스로 한몫 잡겠다는 거지.” 무슬림 강경파들도 맞장구를 쳤다. “이눌을 방송 금지시켜라. 방송사를 폭파해버리겠다.”
시민들은 이눌을 보호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 이눌은 일본으로 미국으로 네덜란드로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난 사람들에게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 게 전부다.” 이눌은 옛 당둣 가수들을 모조리 구석으로 처박아버렸다. 이눌은 신화로 떴다.
디타 인다 사리(Dita Indah Sari)
- 뭉칫돈이여, 그녀에게 쏟아져라
노동운동의 한길 걸으며 수하르토 정권에 맞섰던 여인은 지금도 지치지 않는다
“디타를 만나려면 노동자 시위현장으로 가라!”
이 말은 우스개가 아니다. 어디든, 노동자 시위가 있는 곳에 가면 디타를 찾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의 운명이 그런 대로 괜찮았다면, 오늘날 디타라는 이름이 유명해질 수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1972년 자카르타에서 태어나 북수마트라 메단에서 자란 디타는 1991년 인도네시아대학 법학과에 들어가면서부터 기질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칼날이 시퍼렇게 살아 있던 수하르토 독재 시절인 1992년부터 디타는 지하에서 불법 노동조합을 이끌며 인권운동을 벌였다. 1994년 인도네시아 노동투쟁센터 설치를 주도한 디타는 1997년 수라바야 노동자 2만명을 이끌고 기록적인 시위를 벌인 대가로 7년형을 선고받아 운동가의 ‘정도’를 걷기 시작했다.
수하르토가 쫓겨난 뒤 1999년 석방된 디타는 수하르토 독재세력 청소를 위해 인도네시아노동자투쟁국민전선(NFWSI)을 결성해 노동자들과 함께 온 인도네시아 현장을 누볐다.
“수하르토 없다고 끝난 게 아니다. 지금이 진짜 중요한 시기다.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하도록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일어나 불침번을 서야 한다.”
디타는 지치지 않는 ‘인내심’을 사람과 혁명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았다. 나는 언젠가 한번 디타를 슬쩍 떠본 적이 있다. “어이, 디타, 넌 그 성적 학대, 폭행 같은 별별 꼴을 다 겪으면서도 꼭 이 길을 가야 하나?” 디타는 대뜸 받아넘겼다. “만약 여기서 멈추면 내 인생도 의미가 없어질 거야. 내가 뭐가 될지도 모르고 말야.”
디타는 지금 노동자에게 적합한 민주화를 위해 싸우고 있다. 2001년 디타는 막사이사이상과 함께 상금으로 받은 1만5천달러를 노동운동 단체들에 모조리 기부했다. 비밀이지만, 그는 운동자금으로 쓰겠다고 10%에 이르는 막대한 돈 1500달러를 꿍쳤는데, 그마저도 며칠 만에 다 써버렸다는 소문이 있다. 노동운동판의 멋들어진 스캔들이다.
뜻있는 시민들은 올해도 디타에게 상복이 터져 뭉칫돈이 줄줄 쏟아지기를 기도하고 있다. 그게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을 이롭게 하는 일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에도 인도네시아는 디타를 부르고 있다. 나는 인도네시아에서 더 이상 디타를 볼 수 없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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