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누리집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한 것은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전 수행비서 공아무개(27·구속)씨와 그의 지시를 받은 강아무개(25·정보기술업체 사장·구속)씨 등 일당 5명의 범행이다.” 경찰은 12월9일 이런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배후’나 ‘윗선’에 대한 의혹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도대체 지난 10·26 서울시장 선거를 전후한 25일과 26일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멘토’가 말려도 혼자서 했다?
경찰의 수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선거 전날인 10월25일 저녁 박희태 국회의장의 의전비서 김아무개(30)씨, 한나라당 공성진 전 의원의 비서 박아무개(35)씨가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청와대 국내의전팀 박아무개(38·3급) 행정관, 정두언 의원의 수행비서 김아무개(34)씨가 동석했다. 한나라당 전·현직 의원들의 비서와 청와대 행정관까지 모인 이 자리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던 것일까? 경찰은 “1차 저녁 자리는 친목 모임이었고, 골프 얘기만 했다”는 김씨와 박씨의 말을 인정했다. 1차 참석자들의 사건 연루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다.
디도스 공격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공씨는 박 의장의 비서인 김씨와 공 전 의원의 비서인 박씨 등 2명이 서울 역삼동 룸살롱으로 2차를 가는 길에 전화를 받고 합류했다. 공씨 말고도 검찰수사관 출신인 리조트 사업가 김아무개(39)씨와 변호사 김아무개(33)씨, 피부과 원장인 의사 이아무개(37)씨가 ‘불려나와’, 2차 술자리엔 모두 6명이 함께했다.
범행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건 밤 11시40분께다. 공씨는 필리핀에 있던 공범 강씨에게 전화를 걸어 선관위 누리집을 시범 공격해 다운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이어 공씨는 “선거 당일 새벽 6시 이전에 선관위와 박원순 후보 누리집을 다운시키라”고 지시했고, 강씨는 선거 당일 새벽 5시50분부터 공격을 시작해 누리집을 다운시켰다. 두 사람은 밤새 29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
공씨는 통화 내용을 술자리에서 박 의장의 비서인 김씨에게 ‘보고’하고 동의를 구했지만, 김씨가 2차례에 걸쳐 “큰일 난다. 안 된다”고 말렸다고 한다. 김씨는 이전에 최구식 의원실에 근무했고, 경남 진주 출신으로 호형호제하던 사이인 공씨를 최 의원실에 취직시켜준 공씨의 ‘멘토’다. 선거 당일 아침 7~9시 사이 공씨와 김씨는 5차례 통화를 했다. 김씨는 “전화 통화를 하면서 공씨가 실제 범행을 저질렀음을 알았지만, 공씨가 ‘들키지 않을 것’이라고 해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멘토’인 김씨가 적극적으로 만류했는데도 공씨가 이를 어기고 단독으로 범행을 실행에 옮겼다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 사람이 사전에 공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엄청난 범행을 저지르고도 ‘들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진술도 상식을 벗어난다. 사건이 벌어진 뒤 김씨에게서 공씨의 범행 사실을 전해들었다는 공성진 전 의원의 비서 박씨와 김씨가 애초 “디도스의 ‘디’자로 몰랐다”고 부인하다가, 12월8일 새벽 비슷한 시점에 돌연 말을 바꾼 것은 이들이 대책회의를 열어 말을 맞췄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가 없이 했다는 믿기 어려운 설명
자신의 회사 직원 3명을 동원해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강씨가 아무 대가 없이 이유도 묻지 않고 공씨의 지시에 따랐다는 경찰의 설명도 상식 밖이다. 경찰은 공씨가 범행 이후 최구식 의원을 수행하고 고향인 경남 진주를 방문했을 당시 친구들에게 “내가 한 일이 아닌데 뒤집어쓰게 됐다”고 말했다는 의혹도 밝히지 못했다. 다만 경찰은 “공씨는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 언론의 추측성 보도다’라고 진술했다”고만 밝혔다.
유선희 기자 한겨레 24시팀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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