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국 스타 감독 3인의 색깔로 치장한 옴니버스 호러 영화

지난 5월 말 개봉한 는 신인 감독 세명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 영화라는 ‘취약점’이 있음에도 흥행에 성공했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기도 했지만, 신하균·류승범·임원희·정재영 등 무료 출연한 배우의 스타성이 아무래도 한몫했을 것이다. 한국·타이·홍콩의 세 감독이 ‘호러’라는 장르만 정해놓고 각자 자유롭게 만든 옴니버스 영화 는 화제성이란 점에서 좀더 유리해보인다. 의 김지운(한국), 의 천커신(홍콩), 로 타이의 흥행감독으로 떠오른 논지 니미부트르 등 자국은 물론이고 아시아권에서 인지도가 있는 스타 감독들이 각자의 개성을 발휘했다. 아마도 이들 감독은 ‘3개국 스타 감독의 합작품’이라는 마케팅 차원의 호재에 손뼉치기보다는 바다 건너 멀리에서 만들어진 경쟁작보다 자기 것이 뒤지는 것은 아닌지 꽤 신경줄이 탔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한 가지 스타일과 장르로 진득하게 밀고가는 맛은 떨어질지 몰라도 다채로운 식단처럼 꾸민 세 작품을 한번에 즐길 수 있다.
이 만났네

의 첫장을 여는 에서 김지운 감독은 과 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던 농담기를 완벽하게 제거했다. 밝은 대낮에 펼쳐지는 공포감이 위압적이기까지 하다. 아내(김혜수)가 사라진 뒤 무서운 망상에 시달리는 남편(정보석)과, 길거리에 쓰러진 채 문득 깨어난 그의 아내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할 수가 없다. 아내는 잃어버린 집을, 기억을 되찾기 위해 종이 조각에 적힌 유일한 단서인 전화번호로 되풀이해서 다이얼을 돌려보지만 응답이 없다. 이들이 사는 신도시는 짜임새 있는 계획 아래 건설 중이고, 아파트 내부는 세련되게 꾸며져 있지만, 모든 게 낯설고 공포스럽다. 극의 흐름은 남편과 아내 사이에 벌어진 사건에 아주 조금씩 다가가면서 반전을 준비한다. 장면들과 호흡을 기교 넘치는 스타일로 세련되게 찍어가면서 공포를 직조해내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꿈이 현실로, 뉴타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펄럭이는 신도시는 중산층의 안락한 삶을 찬양하지만, 영화는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을지 모르는 내부를 차갑게 응시한다.

두 번째작 은 타이의 인형극과 가면극이라는 전통의 느낌과 이국성이 섞여 있다. 저주받은 인형이 자신에게 집착하는 인간들을 비극으로 몰아가는 이야기다. 타이 전통의 가면극을 업으로 삼는 타오의 가족이 꼭두각시 인형 때문에 모조리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 타오의 인형을 차지하려는 통 때문에 그를 둘러싼 가족과 동료에게도 저주가 내리기 시작한다. 욕망이 과하면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구도가 워낙 강해 타이판 ‘전설의 고향’을 보는 듯한 소박함이 넘친다.
천커신의 은 에서 보여준 범상치 않은 멜로와 미스터리 넘치는 공포감을 정교하게 엮어냈다. 철거 직전의 폐허 같은 아파트로 경찰 천과 어린 아들이 이사를 한다. 이웃이라고는 반신불수로 알려진 아내와 함께 사는 한의사(여명)뿐이다. 한의사는 아내를 돌보는 것 이외에는 외출도 하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어느 날 아들이 사라지자 천은 한의사를 의심하고 그의 집에 잠입한다. 한의사의 아내가 실은 주검이라는 걸 아는 순간 그는 한의사의 포로가 되고 만다. 미스터리와 공포감이 지배하던 흐름은 이때를 기점으로 달라진다. 틈틈히 유머를 끼워놓더니 가슴 뭉클한 반전을 겹으로 쌓아두고 기다린다. 가 공포의 형식미를 빌려 ‘너의 안락함이 정말 안전하다고 믿느냐’고 정색하고 묻는다면, 은 끈끈한 멜로적 감성을 더해 ‘너의 상식이 정말 옳다고 믿느냐’며 가슴 촉촉히 다가온다.
는 타이에서 지난달 개봉해 역대 타이 영화 흥행 3위를 기록했다. 홍콩에선 15일, 한국에선 23일 차례로 개봉할 예정이다.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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