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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클럽’은 간데없고 ‘이재명 대선자금’만 나부껴

정진상 정무조정실장 구속 등 이재명 측근 수사 속도 내는 검찰
방향 튼 유동규 진술 의존해 입증 가능할까
등록 2022-11-19 03:04 수정 2023-02-01 09:32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022년 10월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한겨레 김혜윤 기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022년 10월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한겨레 김혜윤 기자

검찰이 ‘대장동 택지개발 비리 의혹 사건’을 ‘이재명 대선자금 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비서실 정진상 정무조정실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2022년 11월9일)한 데 이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11월19일)했다. 앞서 구속 기소(11월8일)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실장은 10여 년간 성남시, 경기도 등에서 이재명 대표를 보좌해온 최측근이다. 검찰은 정 실장의 압수수색 영장에 이 대표와 ‘정치적 공동체’라고 명시하는 등 이 대표를 이 사건의 핵심 공모자이자 수사의 최종 종착지로 보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검찰이 이처럼 이재명 대표 쪽으로 화력을 집중한 계기는 ‘유동규의 입’ 덕분이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구속 기소됐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1년 복역한 뒤 구속기간이 만료돼 2022년 10월20일 석방됐다. 그는 출소 뒤 언론을 만나 이 대표 쪽을 향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표 쪽과 관계를 맺은) 10년간 쌓인 게 너무 많다. 급하게 갈 것 없다. (이 대표 쪽을)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다. 검찰이 진심으로 대해줬고, 그래서 나도 허심탄회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검찰이 적용한 김용·정진상 두 사람의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뭉칫돈이 ‘유동규’를 거쳐 ‘김용·정진상’으로 흘러갔다고 검찰은 판단한다. ‘대장동 일당’이란, 김만배(㈜화천대유 소유·대장동 개발 초과이익 배당지분율 49%) 전 <머니투데이> 기자,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배당지분율 25%) 변호사, 정영학(㈜천화동인 5호 소유·배당지분율 16%) 회계사 등 세 사람을 일컫는다.

이재명 대표를 수사 종착지로 판단

세 가지 혐의는 다음과 같다. ‘대장동 일당’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①2013~2014년 네 차례 걸쳐 8천만원을, 또 2019~2020년 두 차례 걸쳐 6천만원을 (정진상이) 받았고, ②2021년 네 차례 걸쳐 8억4700만원을 (김용이) 받았으며, ③2015년 6월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뒤 김만배 지분 가운데 일부인 428억원(700억원 중 세금·비용 제외)을 받기로 (유동규·김용·정진상이) 약정했다는 혐의다.

‘대장동 일당’은 개발이익 5903억원 가운데 4040억원을 받아갔고, 이 과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조항을 갑작스레 사업협약서에서 빼는 등 유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1년 넘게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검찰은 이 과정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건네진 자금이 정말 김용·정진상 쪽으로 흘러갔는지, 그다음에 다시 이재명 대표까지 돈 흐름이 이어졌는지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김용 부원장이 대통령선거 경선 자금 용도로 20억원을 요구했고, 남욱 변호사가 2021년 4~8월 네 차례 걸쳐 8억4700만원을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건넸고, 유 전 본부장이 이 가운데 6억원을 김 부원장에게 줬다고 본다. 전달 장소는 ‘김용의 차 안’, 유 전 본부장의 차명회사인 ㈜유원홀딩스 사무실로 특정했다. 검찰은 남 변호사 쪽 회계 담당자가 돈을 건넨 시기와 액수 등을 적어놓은 메모, 돈을 전달했다는 시기의 휴대전화 정보 등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핵심 인물이라고 지목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왼쪽부터),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비서실 정무조정실장. 공동취재사진, 연합뉴스, 한겨레 자료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핵심 인물이라고 지목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왼쪽부터),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비서실 정무조정실장. 공동취재사진, 연합뉴스, 한겨레 자료

김용·정진상의 ‘428억원 약정’이 핵심

이 증거들이 유죄를 입증할 수 있을까. 검사 출신 ㄱ변호사는 “통상 수상한 자금이 만들어진 사실이 확인되고, 그 자금이 어떤 목적으로 누구에게 건네졌다는 공여자의 진술이 있고, 자금이 조성된 시기에 공여자가 수수자를 만났다는 사실과 수수 동기가 확인되면 ‘돈이 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검사장 출신 ㄴ변호사는 “지금까지 언론 등에서 ‘결정적’이라고 하는 증거들은 돈이 유동규에게 갔다는 증거는 될 수 있어도 김용에게까지 갔다는 증거는 안 된다. ‘메모’라는 것도 장부처럼 전달될 때마다 작성됐는지, 한 번에 작성됐는지에 따라 증거능력이 달라질 수 있다. 어느 날 누구한텐 돈 줬다고 죽 써놓았다는 것만으로 ‘돈을 줬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의 진술에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돈을 전달했다는 날짜와 시간, 현금을 전달한 방식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체포영장과 공소장의 전달 금액 등 일부 사실관계가 달라지기도 했다. ‘대장동 일당’이 ㈜화천대유 말단 직원인 ‘곽상도 전 국회의원의 아들’에게 50억원을 내주고, ‘고문’인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에게 100억원을 건넸는데 유력 대선 후보 최측근이 20억원을 요구했는데 6억원만 건넸다는 것이 의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428억원 약정’ 부분도 논란이다. 유동규·김용·정진상 등이 각종 특혜를 제공해 ‘대장동 일당’에게 428억원을 받기로 한 것은 검찰이 판단하는 이 사건의 뼈대이자 다른 혐의들을 묶어줄 대전제이다. 검찰의 새로운 수사팀은 이전 수사팀이 내렸던 ‘유동규 단독 수수’라는 결론을 ‘유동규·김용·정진상 공동 수수’로 뒤집었기 때문이다.

‘유동규·김용·정진상은 김만배가 가진 법조계 고위 관계자들의 인맥을 이용해 이재명의 법적 리스크를 관리하려 했고, 김만배는 정진상·유동규 등 시·공사 쪽 관계자들을 통해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인허가 편의를 원했던 관계로, 이재명(의 성남시장) 재선 직후인 2014년 6월 하순 유동규·김용·정진상·김만배 네 사람이 만나 술자리를 가지면서 ‘의형제’를 맺기로 했다.’ 검찰이 김용 부원장 공소장에서 밝힌 이들의 ‘유착관계’는 이렇다.

‘유동규 뇌물’ 결론 새 수사팀이 뒤집어

2015년 김만배가 ‘대장동 일당’과 배당 지분을 논의하면서 ‘내 지분 49.9% 정도인데 이 가운데 일부는 이재명 (성남)시장 쪽 지분’이라 말했고, 2021년 2월에는 ‘428억원 가운데 3분의 1은 유동규 것, 3분의 2는 형들(김용·정진상) 것’이라고 말했다는 관련자들의 진술도 검찰 쪽 증거로 제시됐다.

하지만 2020년 10월30일 김만배·정영학·유동규 세 사람이 경기도 성남 분당구 정자동의 한 노래방에서 주고받은 대화 녹취록을 보면 김만배는 ‘700억원이 유동규 전 본부장의 지분’이라고 명시적으로 말했을 뿐, 김용·정진상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2022년 10월28일 열린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된 남욱의 재판에서 남욱의 변호사가 정영학 회계사를 상대로 증인신문을 하면서 “2015년 2월이나 4월에 김만배씨가 나에게 25%만 받고 빠져라. 나도 지분이 12.5%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이 시장 쪽 지분이라고 얘기해 내가 반발하다가 25%를 수용한 것은 기억나느냐”고 물었지만 정영학은 “전혀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7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수익 배분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놓고도 ‘대장동 일당’ 사이에 기억이 엇갈리는 것이다. 김만배를 잘 아는 ㄷ변호사는 “평소 김만배 스타일로 볼 때 다른 일당을 속여서 자기가 낼 돈을 아끼려고 페이크를 쓰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정 실장 압수수색 영장에서 검찰이 밝힌 ‘유동규·김용·정진상’ 세 사람의 지분이 2015년 2월 37.5%에서 그해 6월 30%로, 2020년 10월 24.5%(700억원)로, 2021년 2월 428억원으로 ‘고무줄 약정’이 된 점, ‘대장동 일당’이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40억원을 약정했을 때 각서를 썼던 것과 달리 아무런 약정 문서가 없는 점도 앞으로 법정에서 다퉈질 쟁점이다. ‘대장동 일당’에게 428억원을 받기로 했던 김용 부원장이 남욱 변호사에게 ‘별도 20억원’을 요구해 8억4700만원을 받았다는 검찰 쪽 주장도 의구심을 자아낸다. ㄴ변호사는 “남욱 입장에선 이미 428억원에 돈을 보탰는데 굳이 혼자서 8억4700만원짜리 ‘독박’을 쓸 이유가 있었겠느냐”고 꼬집었다.

선처 바라는 유동규에게 의존하는 수사

유동규 전 본부장의 진술이 ‘오염’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로부터 수사 편의 등을 바라고 진술해줬다는 의심이다. 유 전 본부장은 사실혼 배우자에게 자기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받고 있다. 이후 검찰은 이 사실혼 배우자를 약식기소하는 ‘호의’를 보였고, 담당 재판부가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넘겼다. 또 검찰은 남욱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이 차명 보유한 ㈜유원홀딩스로 35억원을 보낸 사실을 포착해 차명 소유주인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에 대해선 뇌물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유 전 본부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ㄹ검사는 “가족(사실혼 배우자)을 수사했는데, 유동규의 진술이 오염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어떻게 했길래 검찰의 진심까지 느꼈을진 모르겠는데, 유동규가 한 진술은 검찰의 회유·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어낸 거라고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ㅁ검사도 “검찰 수사는 두려운 것이다. 소환되자마자 ‘검사님 원하는 진술을 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럴수록 뭘 바라고 이러는지 더 의심해야 하고 진술이 정확한지, 뒷받침할 증거가 있는지를 봐야지 공여자가 원하는 진술을 한다고 홀라당 받아먹으면 되겠냐. ‘김용·정진상’과 함께 받았다는 식으로 유동규 혐의를 보면 단순 전달자 위치로 떨어지고 지금까지 1년 산 것으로 갈음할 수 있다. 유동규 입장에선 진술만 잘하면 다시 감옥에 안 가도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사팀은 “(유동규에 대한) 회유나 압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검찰 수사팀의 정치적 편향성도 지적된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부터 고형권 4차장, 엄희준·강백신 부장 등 지휘부가 모두 ‘조국 전 민정수석 사건 수사’ 등에 참여하고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했던 ‘윤석열·한동훈 사단’으로 분류된다. 검찰이 이번 수사를 ‘이재명 대선자금 수사’라고 이름 붙인 것을 두고도 이재명이라는 타깃을 미리 정해놓고 하는 ‘사람 수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ㅁ검사는 “대선자금 수사라고 하려면 2003년처럼 당에서 몇십억, 몇백억의 거액을 모금했고 대선자금으로 실제 쓰인 것으로 확인돼 수사에 착수했어야 한다. 이 건은, 중간에서 (유동규가) 먹었는지 실제로 대선에 쓰였는지 확인이 안 됐다. (검찰이) 너무 의욕이 앞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구나 대장동 사건의 또 다른 축인 이른바 ‘50억 클럽 수사’는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2020년 10월 ‘대장동 일당’ 사이에 대화가 오간 녹취록을 보면 ‘50억 클럽’으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전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 회장 등에게 5억~50억원씩 모두 320억원을 약속했다는 발언이 등장한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 당시, 주임검사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박영수 전 특검을 통해 사건을 무마했다는 김만배의 2021년 육성 발언이 공개되는 등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 수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수사팀은 “인적·물적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모든 걸 한꺼번에 똑같이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답정너’ 수사로 ‘이재명 비리’ 결론?

판사 출신 ㅂ변호사는 “조사 과정에서 아무리 설명해도 검찰 기소 방침은 이미 정해져 있다. 특별수사부 검사는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불러서 조사한다. 필요하면 일부 혐의에 대해 기소를 안 하는 방식으로 봐줄 수 있다. 그런 걸 잘하는 사람들이 ‘특수통’ 소릴 듣는다. 이번 사건도 유동규 등 핵심 증인에 대해 비슷한 방식의 수사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장동 수사’에서도 유동규·남욱·정민용 등이 변호인 없이 검찰 조사를 반복적으로 받은 사실이 논란이 됐다. 김용·정진상 변호인 쪽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서, 검찰이 ‘답정너’ 수사를 한다며 진술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을 1년 넘게 수사한 검찰이 이 사건을 애초 의도대로 ‘이재명 비리’로 결론 낼지, 또 향후 법원은 검찰 주장을 어떻게 판단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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