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병든 인간이다…. 나는 악한 인간이다. 나는 호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내 고백을 시작하기에도 그보다 더 좋은 문장은 없을 것 같다. 나는 22년 전에 사람을 죽였다.”장강명의 새 소설 <재수사>(사진)는 22년 전 신촌에서 대학생 민소림을 죽인 범인의 회고록으로 시작된다. 또 다른 한 축에서는 연지혜 형사의 재수사가 시작된다. 2000년 8월, 신촌의 한 빌딩에서 벌어진 이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대학생 민소림으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민소림의 몸에서는 신원미상의 DNA가 발견됐다. 과거의 기록을 더듬어가던 연지혜는 민소림과 언쟁을 벌인 적이 있다는 이기언을 찾아낸다. 당시 민소림과 이기언이 미등록 도스토옙스키 독서 모임에 소속돼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200자 원고지 3천 쪽 분량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 막상 읽다보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 덕분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또한 이 책은 어떤 윤리가 우리에게 필요한지, 어떤 정의가 어떤 방식으로 집행돼야 하는지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면서 한국의 형사사법시스템을 되돌아보게 한다. 추석 연휴, 이 책을 끝까지 읽고 작가의 질문에 대답해보려 한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속보] 윤석열 지지자 17명 현장 체포…서부지법 담 넘어 난입
[속보] 윤석열 구속영장 심사 저녁 6시50분 종료…4시간50분 진행
전광훈 “탄핵 반대 집회에 사람 데려오면 1인당 5만원 주겠다”
윤석열, 법정 중앙에 앉아…구속영장 심사 진행 중
윤석열, 구속영장 심사서 40분 발언…3시간 공방, 휴정 뒤 재개
“우리 엄마 해줘서 고마워, 매일 올게”…눈물의 제주항공 추모식
윤석열 구속되면 수용복 입고 ‘머그샷’
“사필귀정, 윤석열 구속 의심치 않아”…광화문에 응원봉 15만개 [영상]
경호처 ‘윤석열, 하늘이 보낸 대통령’ 원곡자 “정말 당혹”
지지자 몰려 ‘아수라장’…“고생한다고 대통령이 손 흔들어주셔”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