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병든 인간이다…. 나는 악한 인간이다. 나는 호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내 고백을 시작하기에도 그보다 더 좋은 문장은 없을 것 같다. 나는 22년 전에 사람을 죽였다.”장강명의 새 소설 <재수사>(사진)는 22년 전 신촌에서 대학생 민소림을 죽인 범인의 회고록으로 시작된다. 또 다른 한 축에서는 연지혜 형사의 재수사가 시작된다. 2000년 8월, 신촌의 한 빌딩에서 벌어진 이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대학생 민소림으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민소림의 몸에서는 신원미상의 DNA가 발견됐다. 과거의 기록을 더듬어가던 연지혜는 민소림과 언쟁을 벌인 적이 있다는 이기언을 찾아낸다. 당시 민소림과 이기언이 미등록 도스토옙스키 독서 모임에 소속돼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200자 원고지 3천 쪽 분량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 막상 읽다보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 덕분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또한 이 책은 어떤 윤리가 우리에게 필요한지, 어떤 정의가 어떤 방식으로 집행돼야 하는지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면서 한국의 형사사법시스템을 되돌아보게 한다. 추석 연휴, 이 책을 끝까지 읽고 작가의 질문에 대답해보려 한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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