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들이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시간, 영화팬이라면 1년을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너무 많은 영화제가 실속 없이 범람한다고 비난하는 쪽도 있지만, 그럼에도 어떤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영화들이 있으므로.
하지만 일상의 번잡함 때문에 영화제 기간을 놓치는 것은 비일비재. 영화제에 참여하더라도 예매 전쟁에서 패하거나, 영화를 잘못 골라 정작 취향에 맞는 영화는 보지 못하기도 한다. 규모가 큰 영화제에서 호응이 좋았던 영화라면 시차를 두고 공식 개봉을 하지만, 군소 영화제에서 입소문을 얻은 작품들은 영화제를 놓치면 아예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떠나간 영화를 잊지 못하는 이들에게극장을 스치듯 지나간 영화들을 다시 불러올 수 없을까. 2월25일~3월1일 열리는 ‘FoFF 2017’(the Festival of Film Festivals 2017)은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6개 영화제에서 빛났던 영화들을 다시 모아 보는 영화제다.
FoFF는 ‘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모극장)을 중심으로 6개 영화제와 서울의 독립영화 극장들이 연대해 올해 처음 문을 여는 영화제다. 영화진흥위원회나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받지 않고, 연대한 단체들과 관객의 힘으로 영화제를 꾸리고 있다. 작고 힘센 이 영화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했다. 2월9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에서 과 만난 모극장 김선미 프로그래머와 박설아 마케터에게서 영화제 기획의 전말을 들었다.
영화제의 주축인 모극장은 2013년 영화 분야에서 처음 결성된 협동조합으로, 자본에 밀려 기회를 잃은 영화를 지원하고 지역 사회와 시민들이 공정한 문화 향유권을 얻을 수 있도록 연대한다. FoFF는 모극장이 그동안 주도해온 ‘비(非)극장 상영’ ‘팝업시네마’의 연장선상에 있다. 비극장 상영은 공동체가 영화를 선택해 자발적으로 관람하는 대안적 영화 유통 방식이고, 팝업시네마는 이들 공동체가 영화를 선택했을 때 각 배급사에 직접 연락하고 저작권료를 조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모극장이 대리인 구실을 하는 사업이다. FoFF는 지역사회에서 열리는 셀프 영화제의 확장판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제 비수기에 새로운 영화와 떠나간 영화에 목말라 방황하는 영화팬들의 마음을 채워줄 방법은 없을까. 영화제가 끝나면 항구를 떠난 배처럼 언제 돌아올지 기약 없는 영화를 극장에서 다시 볼 수는 없을까. 어느 영화 관계자가 읊조리듯 한 말에 모극장이 귀를 쫑긋 세웠다. 각종 영화제를 함께 다니며 내공을 쌓아온 모극장 소속 관객 집단 ‘청년기획단’이 이 기획을 듣고 시동을 걸었다.
대형 자본에 치인 작품들을 구하라우선, 좋은 영화를 만날 수 있던 작은 영화제들을 추렸다.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규모를 키우진 못하고 서울로 한정한 점은 마음에 걸렸지만 차차 영역을 넓혀나가기로 했다. 그렇게 꼽힌 6개 영화제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서울환경영화제, 인디다큐페스티벌, EBS국제다큐영화제, 유럽단편영화제다.
시장에서 90.7% 점유율을 차지하는 대형 배급사들이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작품들의 반대편에는 세계 영화계의 새로운 조류를 짚을 수 있는 독립예술 영화들이 있다. 하지만 올해 18회를 맞이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경우만 봐도, 지난해 총 118편의 상영작 중 극장 개봉으로 이어진 작품은 10여 편에 불과하다. 모극장은 영화제 작품들이 개봉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로 “너무 많은 영화제가 경쟁적으로 유치돼 공급 과잉인 측면도 있지만, 대기업과 대자본이 주도하는 영화산업의 불균형, 불공정 문제”를 꼽는다.
영화제는 총 4개의 섹션으로 꾸려진다. 지난해 각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거나 화제가 되었던 작품을 다시 보는 ‘그랑프리’, FoFF 2017을 기획하며 ‘씨네클럽 포프’로 이름을 바꾼 청년기획단이 꼽은 영화들인 ‘관객 초이스’, 독창적이고 신선하지만 조금 낯선 장르와 형식 때문에 다시 극장에서 만나기 힘든 ‘라스트 찬스’가 있다. 단편영화 20편은 따로 ‘단편’ 섹션으로 분류해 짧고 굵은 메시지를 전한다.
FoFF가 선정한 작품들은 박스오피스, 영화 전문기자와 평론가가 매긴 순위 밖의 영화들이다. 이를테면 이런 작품이다. 이동우 감독의 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다큐멘터리”일 것이다. 이 영화는 지난해 DMZ국제다큐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대구청년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 서울독립영화제에선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받은 작품이지만 극장에서 언제 만날지 요원하다. 펑크밴드 스컴레이드의 멤버이기도 한 이 감독이 한국 펑크신의 현실을 리드미컬하게 담았다. 이 영화를 추천 영화로 꼽은 씨네클럽 포프 멤버 채나씨는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그들의 음악과 삶은 동시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다”고 감상평을 전했다.
다시 돌아온이외에 로 유명한 도리스 되리 감독의 , 국제 환경운동의 맥락과 여정을 그린 , 사회문제를 새로운 시선으로 짚은 등이 눈에 띈다. 총 46편의 영화들이 FoFF의 시간표를 채운다. 이번에 또 놓치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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