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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망’이 불가능한 영화들

역사극 <밀정> <고산자, 대동여지도> 맞대결
등록 2016-09-11 22:26 수정 2020-05-03 04:28
추석 극장가는 올해도 대작 역사극이 주류를 이룬다. <밀정>(상단)과 <고산자, 대동여지도>(하단 왼쪽)가 맞붙었다. <이중섭의 아내>처럼 작고 따뜻한 영화들도 관객의 발걸음을 기다린다. 각 제작사 제공

추석 극장가는 올해도 대작 역사극이 주류를 이룬다. <밀정>(상단)과 <고산자, 대동여지도>(하단 왼쪽)가 맞붙었다. <이중섭의 아내>처럼 작고 따뜻한 영화들도 관객의 발걸음을 기다린다. 각 제작사 제공

지난해 추석 때, 극장가 흥행 1위는 였다. 사극 로 ‘관객 1천만 명 흥행 감독’ 대열에 합류한 이준익 감독과 ‘국민배우’ 송강호가 주연으로 합류해 일을 냈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지난해 주말을 낀 추석 연휴 4일간(9월26~29일) 가 끌어모은 관객이 218만9515명이었다. 나흘 만에 매출액이 176억9천만원에 이른다. 영화 제작·투자·배급사로서는 이 기간 동안 기꺼이 일전을 치를 가치가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 대목 전쟁’이 시작됐다. 명절 특성과 맞물려 추석마다 역사물이 인기를 얻었다. 이번에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9월7일 개봉)이 눈길을 끈다. 등을 만든 김지운 감독이 1920년대 일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하려는 항일단체의 활약상을 소재로 만들었다.

송강호 vs 차승원, 승자는?

은 일제강점기 무장 항일단체가 벌이는 액션과 ‘이중간첩’(밀정)이라는 스릴러적 요소를 더해 더 매력적이다. 게다가 조선인으로 임시정부에서 일하다가 일본 경찰로 변절한 이정출 역을 송강호가 맡았다. “넌 이 나라가 독립이 될 것 같냐?”는 정출의 대사에 영화가 말하고 싶은 내용이 담겼다. 송강호는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은 친일파처럼 아주 검거나, 독립투사처럼 아주 흰 인물로 비친다. 그러나 이정출은 조금 모호하고 회색빛을 띠는 인물이다. 개인의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여러 차례 갈등 끝에 삶의 방식을 정하는데, 영화적 인물로는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정출이 무장독립단체 의열단의 뒤를 캐면서 쫓는 인물이 의열단 책임자 김우진이다. 배우 공유가 역을 맡았다. 김지운 감독은 “누구도 송강호와 공유의 조합을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연기적으로도 완벽한 캐스팅이다”라고 했다. 특별출연 형식으로 이병헌도 출연한다. 애초부터 ‘폭망’이 불가능한 영화다. 개봉일인 9월7일 현재, 단숨에 누적 관객 30만 명을 모았다. 1219개 스크린을 확보했고, 개봉날 전국 상영 횟수만 5469번이었다.

김지운 감독이 의 메가폰을 쥐면서, 추석 경쟁작으로 나선 (이하 )의 강우석 감독과의 ‘1천만 관객 동원 중견 감독’ 대결도 관심을 모았다. 나란히 역사극을 소재로 했고, 개봉일을 맞췄다는 점도 닮았다. 강 감독은 2003년 로 1천만 이상 관객을 모았다. 비리 경찰을 소재로 한 으로 사회성 짙은 영화를 많이 만든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는 제대로 된 ‘조선 지도’를 만들기 위해 절반쯤 미친 사람이 돼 팔도를 누볐던 ‘고산자 김정호’의 일생을 다뤘다. 지금도 지도는 한국 정부가 인터넷 검색 업체 ‘구글’과 한국 지도 국외 반출 문제를 놓고 무역·외교 문제를 불사할 만큼 첨예한 문제다. 김정호가 살던 시절에도 지도는 권력을 쥐는 핵심 수단이자, 중요한 안보 사안이었다. 지도를 만들어 이를 백성과 나누려 하면서 권력층과 갈등을 빚는 내용이 다뤄진다. 제작비 124억원이 투입된 대작인데다, 국내 상업영화로는 처음 백두산에서 촬영해 화제를 모았다. ‘차줌마’로 인기를 끄는 차승원을 주연으로 내세웠다. 그는 “한 인간의 치열한 삶을 진중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내게는 전환점이 될 영화다”라고 했다.

감독, 이번엔 사회보장제

어르신들을 모시고 갈 만한 ‘외화’도 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걸작’ 명단 상단에 늘 이름을 올리는 리메이크작이 개봉(9월14일)을 기다린다. 지금도 전설로 통하는 역동적인 전차 경주 신을 기억하는 이가 많다. 10년의 제작 기간 동안 출연진 10만 명이 동원됐고, ‘할리우드의 별’ 찰턴 헤스턴이 그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는 등 11개 부문을 휩쓸었다. 리메이크판에는 잭 휴스턴(벤허), 모건 프리먼(벤허의 멘토 일데르임) 등 ‘요즘 잘나가는 배우’들이 원작의 이름값에 도전한다. 시사회를 본 관객 가운데 “아쉽지만, 원작의 경이로움을 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들이 나온다.

이번 추석 연휴는 최대 9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 ‘흔한 상업영화’ 대신 모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다양성 영화를 즐겨볼 만하다. (9월8일 개봉)는 끊임없이 문제작을 생산해온 마이클 무어 감독의 새 영화다. 그는 미국 의료보험의 충격적 진실을 다룬 (2007), 미국 9·11 참사가 벌어진 배경을 다룬 (2004) 등을 제작했던 인물이다. 이번에는 다른 나라의 장점을 빼앗고 싶어, 유럽 사회보장제도를 ‘침공’한다. 연간 8주 유급휴가와 13번 월급을 받는 이탈리아, 미슐랭 별 3개급 학교급식이 나오는 프랑스, 무상 대학교육의 슬로베니아 같은 내용을 다룬다.

일본 감독 사카이 아츠코가 화가 이중섭을 소재로 만든 다큐멘터리 도 있다. 1941년, 학교 복도에서 붓을 씻다가 선배인 이중섭을 만나 사랑에 빠진 야마모토 마사코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중섭의 아내 야마모토가 직접 출연한다. 이중섭이 글에서 ‘당신 곁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소/ 내 기쁨이여/ 늘 그대가 그립소…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열렬히 사랑하오’라고 표현했던 사람이다. 야마모토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중섭을 만날 목적 하나로 한국으로 건너와 지금의 북한 땅에서 결혼하고 이내 이별, 이중섭의 죽음을 감내하는 절절한 슬픔이 그려진다.

이창준 감독의 다큐 (이상 9월8일 개봉)는 ‘별종 중의 별종들’만 모였다는 서울 영등포 뒷골목 사람들을 그렸다. 화려한 타임스퀘어에 가려진 ‘안동네’의 왕초 ‘상현 형님’은 동네의 평화와 질서를 위해 아침부터 골목을 닦고 쓴다. 그와 그가 돌보는 사람들의 속 깊은 사연들이 담겼다.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출품작이다.

이중섭 아내 출연한 다큐멘터리

어린이들에게도 박한 추석 연휴가 되진 않겠다. 우리 궁궐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김현주 감독)이 9월7일 개봉했다. 우연히 창덕궁에 들렀던 13살 주리가 ‘달빛궁궐’로 통하는 문에 빠져 들어간다. 그곳에서 훈남 무사 ‘원’과 함께 시간을 움직이는 자격루의 열쇠를 찾아 달빛궁궐을 구한다는 판타지다. 애니메이션 는 눈물 한 방울에 장난감들이 살아난다는 내용이다. 어릴 적 한 번쯤 꿈꿨을 일이다. ‘컬투’ 개그맨 김태균, 정찬우가 한국말 더빙에 참여해 재미를 더한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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