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예능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이제 막 데뷔 2개월 된 신인 걸그룹 멤버 김세정이다. KBS 금요일 예능프로 를 진행한다. 첫 방송 때만 해도 ‘생방 요정’이라는 호칭 아래 미소 띤 얼굴로 대본을 읽는 역할이 전부였던 김세정은 회를 거듭할수록 무섭게 성장하더니 어느새 쇼를 지배할 정도로 존재감이 커졌다.
는 올해 대대적인 개편 작업을 한 KBS 예능국 최대 야심작이다. 예능국 최고 브랜드 서수민 CP가 기획했고, 지상파 예능 첫 진행을 맡은 이서진과 음주운전 사건 이후 지상파에 처음 복귀한 노홍철이 화제의 중심이었다. 여기에 김종국이 가세한 남성 메인 진행자 3명은 스타들이 기부한 재능상품을 홈쇼핑 형식으로 판매하며 실적 대결을 펼친다.
애초 김세정에게 부여된 임무는 메인 진행자들이 경연을 벌이는 본무대 바깥에서 규칙을 설명하거나 시간 경과를 알리는 ‘보조 진행’에 그쳤다. 이조차 순화된 표현이다. 김세정은 상품 판매가 진행되는 동안 뒤에 앉아 ‘꽃병풍 리액션’을 담당하고, 진행이 느슨해질 때마다 “응원 좀 해달라”는 요구에 ‘치어걸’ 역할을 해야 했다. 방송에선 김세정에게 “아재 쇼호스트들 사이에서 오아시스 같은 존재” “요정 등장” 등의 자막을 남발하고 ‘아재 진행자’들은 “프로그램의 꽃” “마스코트” 등의 표현을 내뱉는다.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 예능프로가 걸그룹을 소비하는 폭력적 태도가 여기에 다 들어 있다.
놀라운 건 김세정이 이 공고한 차별의 벽을 뚫고 재능을 발휘하는 과정이다. 전조는 2회부터다. ‘안정환의 축구교실’ 편에서 안정환은 ‘여성의 다이어트에 좋다’며 김세정에게 헤딩 시범을 요구한다. “세정씨를 헤딩시키면 어떡해”라는 이서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세정은 힘찬 헤딩을 선보였다. 이때만 해도 자막에서 “얼떨결에 파워 헤딩”이라는 표현으로 의외라는 시선을 반영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폴댄스’ 편에서는 박나래의 숙련된 동작을 곧바로 재연해내더니, ‘지코 랩교실’ 편에선 자작 랩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서커스단’ 편에선 고난도 요가 기술을 펼쳐 보였고 ‘시스타의 운동’ 편에선 전 멤버와의 근력 대결에서 완승을 거둔다. 김세정이 활약할 동안 ‘병풍’ 역할은 감탄하기 바쁜 남성 진행자의 몫이었다. 자막은 차츰 “만능 갓세정” “재능 치트키 세정” 등으로 달라졌다.
재밌는 건 이러한 재능 발휘가 포맷 변화로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재능 기부 홈쇼핑’이라는 말이 모순적이게도 김세정의 자질 발휘를 제한했던 방송은 재능상품의 ‘검증’ 과정을 도입하면서 의도치 않게 그녀가 활약할 틈을 내준다. 김세정은 재능상품을 시연해 보이는 짧은 틈새를 놓치지 않고 잠재력을 폭발했다. 지금 는 ‘김세정쇼’라 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다. 유리 천장을 멋지게 부순 이 만능 소녀의 재능이 쇼 자체보다 더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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