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로이터의 눈으로 읽다

보통 사람의 일상이 만든 드라마를 기록한 보도사진 450여 장 ‘로이터 사진전’
등록 2016-07-01 16:54 수정 2020-05-03 04:28
전시의 6개 섹션 중 하나인 ‘유니크’ 섹션에선 보도사진의 편견을 깬 구성과 색감이 돋보이는 사진 211장이 전시됐다.

전시의 6개 섹션 중 하나인 ‘유니크’ 섹션에선 보도사진의 편견을 깬 구성과 색감이 돋보이는 사진 211장이 전시됐다.

사진은 무엇인가. 이 말을 함께 읽어보자. “사진은 예술품보다는 심전도 기록에 가깝다.” 영국의 사진비평가 존 버거(90)의 말. 존 버거가 사진을 예술이 아닌 기록에 비견한 데는 까닭이 있다.

예술이 되길 거부한 다큐멘터리 사진

‘이데올로기 투쟁에서 사진의 역할’을 강조하는 그가 보기에, 사진은 ‘무기’다. 최근 ‘가수 아닌 화가’ 조영남 사건에서도 알 수 있는바, 예술이 재산으로 기능한 지 오래다. 존 버거의 문제의식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그래서 그는 사진을 의도적으로 ‘통념적 의미의 예술’ 바깥으로 밀어낸다. 그러면 사진은 매우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심전도 기록’과 다름없는 것이 된다. 김남주가 시를 ‘사랑의 무기’로 움켜쥔 것과 다르지 않은 지점이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무기” “우리를 향하고 있는 무기”(, 김현우 옮김, 열화당 펴냄, 2015)가 바로 사진이라고 본 그의 관점은 김남주와 멀지 않다.

그가 말한 심전도 기록에 가까운 사진이 다큐멘터리·보도 사진일 것이다. 지난 6월22일 단 하루, 는 세상의 심전도 기록 2962장을 출고했다. 17개로 분류된 주제 중 스포츠가 1811장이다. 그다음으로 정치 685장, 이어서 비즈니스·분쟁·선거·연예 사진 순서로 양이 많았다. 스포츠 부문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프랑스와 미국에서 열리는 축구 경기, ‘유로 2016’과 ‘코파아메리카 2016’ 사진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광고

세계에 흩어져 있는 소속 사진기자들이 매일 이렇게 쏟아낸 사진이 1300만 장의 아카이브를 이룬다고 한다. 그중에서 엄선된 사진 450여 장이 6월25일부터 9월25일까지 ‘로이터 사진전-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라는 이름으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된다. 퓰리처상이나 세계보도사진상 수상작 전시는 수차례 있었지만 통신사만의 사진전은 처음이다. ‘세계 최초 대규모 기획사진전’이다. 다른 통신사와 구별되는 ‘로이터의 눈’을 확인할 수 있다.

희로애락 기록하고 희망 기원하고
2009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작전에서 전사한 전우의 장례식에서 뒤엉켜 우는 이스라엘 군인들(‘이모션’ 섹션·위쪽), 2011년 인도 남부 페리야르강의 광주리 배에서 그물을 정리하는 남편과 노 젓는 아내(‘에필로그’ 섹션).

2009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작전에서 전사한 전우의 장례식에서 뒤엉켜 우는 이스라엘 군인들(‘이모션’ 섹션·위쪽), 2011년 인도 남부 페리야르강의 광주리 배에서 그물을 정리하는 남편과 노 젓는 아내(‘에필로그’ 섹션).

전시 구성은 6개 섹션과 에필로그로 짜였다. ‘REUTERS’를 딴 섹션은 로이터 클래식(Reuters Classic), 이모션(Emotion), 유니크(Unique), 트래블 온 어스(Travel on Earth), 리얼리티(Reality), 스포트라이트(Spotlight)다.

명도·색감·결이 점차 바뀌는 기법인 그러데이션(Gradation)을 활용한 ‘유니크’ 섹션. 보도사진의 편견을 깬 구성과 색감이 돋보이는 사진 211장이 눈여겨볼 만하다. 세상을 바꾸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사진들로 꾸린 ‘에필로그’도 기대된다. 두 섹션에는 ‘보통 사람들이 꾸려가는 일상이 드라마를 만든다’는 전시의 핵심 전언이 담겼다.

광고

‘에필로그’ 섹션의 사진 하나를 함께 보자. 큰 광주리에 사람이 들어가 있다. 광주리는 물에 떠 있다. 직부감(위에서 수직으로 아래를 향함)으로 찍은 사진. “2011.1.5 인도 남부 페리야르강에 어부가 배에서 그물을 정리하고 있다. 부인은 노를 젓고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큰 광주리에 갇힌 그들의 고단한 삶, 독특한 배 모양, 차림새, 생활도구 등 여러 정보가 보인다. 뉴스와 상관없이 기록물로도 손색없다.

‘로이터 클래식’ 섹션은 20세기 굵직한 사건의 순간들, 퓰리처 수상작 등 의 기념비적 사진 29장을 추렸다. ‘이모션’ 섹션에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은 사진 28장이 전시된다. ‘트래블 온 어스’ 섹션에는 자연·동물·문화를 담은 사진 33장, ‘리얼리티’ 섹션에는 현장감 넘치지만 의 시각이 돋보이는 사진, ‘스포트라이트’ 섹션에는 현재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는 사회적 이슈를 담은 사진들이 한데 모였다.

슬픔을 들여다보는 법

사진은 보이는 대로 찍는다. 그러나 보이는 대로 보면 안 된다. ‘이모션’ 섹션에 군인들이 뒤엉켜 우는 사진이 있다. 그것만 보지 말자. 사진 설명은 이렇다. “2009.1.7 가자지구 작전에서 전사한 전우의 장례식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슬퍼하고 있다.” 생사고락을 함께하던 전우의 죽음. 슬프다. 거기까지다. 이 사진에서 ‘2009.1.7 가자지구’를 더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저 슬픔의 이면을 독해할 수 있다.

전시 관람을 돕기 위해 베이징 주재 수석기자이며 북한을 여러 차례 취재한 다미르 사골리(Damir Sagolj)가 7월2일 사진전 안내(도슨트)를 맡는다. 참가 신청은 로이터 사진전 공식 페이스북( www.facebook.com/haniculture)과 인스타그램( @reutersdrama)에서 하면 된다.

광고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독자  퍼스트  언론,    정기구독으로  응원하기!


전화신청▶ 02-2013-1300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 캠페인 기간 중 정기구독 신청하신 분들을 위해 한겨레21 기자들의 1:1 자소서 첨삭 외 다양한 혜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광고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