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참~ 남자들이 이 프로그램 보겠다, 이걸.” 제시가 라미란에게 할리우드에서 먹히는 동양 여자 스타일로 화장을 해주며 말한다. 안 보면 어떤가? 남자들은 볼 게 많다. 버라이어티, 토크, 쿡방 프로그램을 독차지하며 남초 예능의 제국시대를 만들고 있다. 거기에서 탈출하고 싶은 여자들, 가부장과 여성 비하의 지뢰밭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만 불러모아도 성공이다. (KBS)는 그것만 해내도 세상의 절반을 얻을 수 있다.
시작은 걸그룹 트와이스의 노래처럼 ‘우-아-(Ooh-Ahh-)’했다. 최근 TV에서 종적을 감춘 여성 예능 프로그램이 지상파에서 당당히 부활했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곧바로 ‘이게 뭐야’였다. 왜 언니들은 (KBS) 멤버들에게 충고를 듣고 박보검, 송일국, 박진영 같은 남자들만 멘토로 삼아야 하나? 그래서 뜯어보니 뭔가 안이하게도 보였다. 각자의 묻어둔 꿈에 도전한다는 점에서는 (KBS)의 여성판 같았다. 왕성하게 활동하는 예능인보다 의외의 인물로 팀을 이룬 점에서 냄새도 났다. 김구라는 (MBC)에 출연한 민효린에게 대놓고 “1년 못 가”라며 악담을 퍼부었다.
언니들은 손 꼭 잡고 조심조심 일어났다. 엄마가 아닌 라미란, 남자 개그맨들에게 치이지 않는 홍진경, 예쁜 척 안 해도 되지만 그냥 러블리한 자신이 좋은 티파니가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김숙이 버스 운전면허 취득에 도전하고, 제시가 손을 잡아주자 묵직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민효린이 걸그룹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다시 아차 싶었다. 이건 Mnet의 과 따라하기 아닐까? 다시 이 세상이 여자 연예인들에게 바라는 ‘예쁜 꽃’의 전형에 다가가려는 게 아닌가? 그런데 뜻밖에 튀어올랐다. 자체 시청률을 경신하며 도약의 찬스를 잡은 것 같다.
따지고 보면 남자 예능은 눈치 보지 않는다. (JTBC), (tvNgo)는 어른 남자들이 애들처럼 노는 프로그램이다. 언니들의 예능 역시 그래도 되는 것이다. 여자애들끼리 놀 때 뭘 하고 노나? 서로 화장해주고 걸그룹 흉내를 낸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오글거리는 여자짓에 질겁하는 친구들도 있다. 제시와 김숙이 그런 역할을 한다. 멤버들이 티파니의 우유 빛깔 피부를 칭찬하자 라미란이 끼어든다. “야, 나도 괜찮아.” 그러자 김숙이 말한다. “야, 너 진짜 잘 늙었다.” 민효린은 트와이스를 만나자 영화 를 흉내 내며 소리친다. “네가 비주얼(담당)이야?” 여자들끼리의 기싸움 흉내, 이런 것도 재미있다.
왜 걸크러시가 시끄러울까? 여덕들은 왜 걸그룹 멤버끼리 짝을 짓고 ‘친목놀이’해주길 원할까? 세상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여자들끼리 있는 곳만이 안전하고 편안해 보인다. 의 가장 큰 장점은 남자 예능 곳곳에 숨어 있는, 여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암초를 원천봉쇄한다는 데 있다. 그러니 치명적인 걸크러시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한숨 쉬며 리모컨을 돌리는 여성들의 대피 구역만 되어도 큰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다 힘이 붙으면 좀더 나가자. ‘쑥크러시’가 운전하는 버스에 여성들을 태워 ‘걸파워-가슴을 열어라’로 시원한 소리를 내뱉게 하면 어떨까? 아니면 ‘공업용 미싱 돌리는 여자’ 특집도 좋겠다. “다 꿰매버리겠어!”라며 세상을 레이스로 뒤덮어버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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