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만난 한 선배의 차에는 세월호 리본이 붙어 있었다. 솔직해져야겠다. 그 리본을 보기 전까지 나의 머릿속에서, 나의 생활 속에서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노란 리본은 점점 그 색이 바래지고 있었다. 완전히 잊었다고는 할 수 없어도 이제 세월호는 역사 속 사건 가운데 하나가 된 것 같았다. 다행스럽게 여전히 세월호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여전히 거리에서, 광장에서 세월호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고, 여전히 차에 세월호 리본 스티커를 붙이고 가방에 세월호 리본 배지를 달고 다니며 망각을 거부하고 계속 환기시키는 이들이 있다.
음악가들도 있었다. 세월호 사건이 나고 많은 음악가들이 추모하는 노래를 발표해왔다. 김창완·말로·임형주 등의 음악가들 노래가 노란 리본과 함께 불렸다. 은 “세월호 500일을 앞두고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다짐이자 약속을” 담아낸 음반이다. 음악가뿐 아니라 문인 등을 포함한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이 함께했다.
좀더 자세히 설명해보자. 은 ‘세월호를 기억하는 노래 음반’과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 음반’ 두 장으로 구성돼 있다. 권나무·권오준·김목인·김성윤·김창기·도마·말로·박혜리·백자·사이·오종대·정민아·조동희·차현·최우준·하이미스터메모리 등의 음악가들이 노래를 만들고 부르고 연주했고, 공광규·김사이·도종환·백무산·송경동·안상학·안현미·요조·한동준·황현산 등의 문인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이 시를 쓰고 낭송했다. 대개 이런 음반은 의미가 내용을 압도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은 안의 결과물이 그 의미만큼이나 크고 아름답다.
권나무란 이름에서, 조동희·김목인·박혜리란 이름에서 노래의 성격을 먼저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짐작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들의 노래는 한결같이 나지막하고 차분하지만 그 때문에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와 정서는 더 분명하게 들린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지나가던 사람/ 나는 모른 채 지나가던 사람/ 나는 오늘도 지나가는 사람”이라는 자책은 나를 더욱 뜨끔하게 하고, “모두 잊겠지만 몸이 기억하여/ 이맘때면 잠깐의 감기라도 나눠 앓아서”라는 구절은 나를 더욱 아프게 한다. 굳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분노를 표출하지 않아도 그 담담함 속에서 더 큰 울림과 더 긴 여운이 이어진다.
나지막한 노래들 반대편에 시가 있다. 노래가 은유적이었다면 상대적으로 시는 더 선명하게 말한다. 도종환의 시가, 송경동의 시가, 공광규의 시가, 황현산의 시가 이제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을 것 같은 낭송을 통해 “잘 가라, 아니 잘 가지 말라” 하며 절절함과 안타까움을 전한다. 단순히 낭독만이 아니다. 권오준·김성윤·하이미스터메모리가 만든 음악은 시를 더 빛나게 하며 시가 가진 힘을, 언어가 가진 힘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은 사이가 만들고 함께 부른 표제곡 으로 시작한다. 노래의 후렴은 대략 이렇다. “오오 기울어진 봄/ 오오 변한 게 없는 봄/ 오오 질문하는 봄/ 오오 대답이 없는 봄/ 오오 부끄러운 봄/ 오오 기억하는 봄.” 세월호 참사가 있고 난 뒤 “잊지 않겠습니다”는 말이 가득했다. 이 간단한 약속을 지키고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의 노래와 시는 그때의 마음을 다잡게 한다. 질문하고 기억하는 세상을 위해.
8월25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음반 발매를 기념하는 공연이 열린다. 주최 쪽은 이문재 시인의 말을 빌려 세월호 참사 이후 노란색이 안타까움, 애도, 추모, 기다림, 원망, 절망, 분노, 각오, 공감, 연민, 연대 등 전에 없던 의미를 얻었다며 공연은 그렇게 노랑으로 물들인 시와 노래와 부디 잊지 말고 끝까지 기억하자는 마음이 함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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