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만큼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된 책이 있을까. 하도 많은 논자들이 을 거론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지 않고 지나가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공식은 딱 세 가지
읽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같은 분석 틀을 시대를 달리하며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문과 개념 설명, 처음 한두 시대에 적용한 실제 사례 정도를 보면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그 뒤로는 선택적으로 읽으면 된다.
‘부의 분배’를 연구하기 위해 피케티는 300년에 걸친 자본주의 역사에서 상속세 신고서를 비롯한 과세 자료를 긁어모아 시계열 자료를 만들었다. 여기서 이 책의 핵심 개념인 ‘자본소득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몫’(α)과 ‘자본/소득 비율’(β)을 도출해낸다.
공식은 딱 세 가지다. α=r×β, β=s/g, r>g. ‘자본소득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몫’(α)은 자본수익률(r)에 자본/소득 비율(β)을 곱한 값(α=r×β)인데, 여기서 자본/소득 비율(β)은 저축률(s)을 성장률(g)로 나눈 비율(β=s/g)이다.
유럽 지역의 자본/소득 비율(β)은 19세기 후반 7배까지 치솟았다가 1914년 제1차 세계대전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인 1949년까지 꾸준히 줄어들며, 1980년부터 다시 가파르게 늘어 2010년 현재 4~6배에 육박하고 있다. 20세기와 21세기의 초기만 놓고 보면, 부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모든 시계열 그래프는 U자형이다. 전체 소득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몫이 줄었다가 다시 늘고 있다. 즉, 불평등의 정도가 20세기 초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1950년대에 같은 방법론으로 경제를 분석했던 쿠즈네츠의 역U자이론을 정확히 반대로 뒤집은 것이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항상 높다1914~49년에 자본이 주춤했던 것은 두 번의 전쟁으로 기반·생산시설이 파괴되고 외국 국채가 휴지가 되었으며, 전쟁 자금 마련을 위해 혁명적으로 도입한 누진세 등이 불로소득의 비중을 낮췄기 때문이다. 1950년부터 1980년까지 30년 동안은 기본적으로 자본소득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이긴 했지만, 워낙 성장률이 높았고, 사회(민주)주의 세력이 컸을 때라 곡선의 기울기는 완만했다. 그러나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로 포장한 신자유주의가 득세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돈이 돈을 버는’ 현상은 다시 뚜렷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발견. 자본의 연평균 수익률(r)이 경제성장률(g)보다 항상 높다는 부등식(r>g)이다. 자본주의가 불평등해질 수밖에 없는 속성을 드러내는 법칙이다. 이는 자본주의 모든 역사에서 확인되는 법칙이자 미래에도 관철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피케티는 강조한다. 가만히 두면 “기업가는 필연적으로 자본소득자가 되”고, “자신의 노동력밖에 가진 게 없는 이들에 대해 갈수록 더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이는 “민주사회와 그 사회의 기반이 되는 사회정의의 가치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 될 강력한 양극화의 힘”으로 작용한다는 게 피케티의 결론이다. 가만히 두지 않는 방법은 누진적 자본세를 해마다 물리는 것이다.
이재성 문화부 책지성팀장 san@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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