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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SNS와 ‘자발적 거리두기’로 시간의 질, 집중력 향상시키는 디지털 디톡스
등록 2015-07-17 19:32 수정 2020-05-03 04:28
캐나다의 예술인 사회운동 네트워크 ‘애드버스터스’(Adbusters)가 제안한 ‘디지털 디톡스 주간’ 포스터. 애드버스터스 누리집 화면 갈무리

캐나다의 예술인 사회운동 네트워크 ‘애드버스터스’(Adbusters)가 제안한 ‘디지털 디톡스 주간’ 포스터. 애드버스터스 누리집 화면 갈무리

3%. 스마트폰 배터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집까지 15분은 더 걸어야 했다. 평소라면 스마트폰으로 팟캐스트를 들으며 포털이나 트위터·페이스북을 살펴보며 걸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지루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지 못하고 버린다’는 초조함도 스멀스멀 올라왔다. 스마트폰 충전은 내 몸에 밥을 넣는 것보다 더 열심히 챙기는 일이어서, 이런 상황은 무척 오랜만이었다.

스마트 세상과의 분리불안?

그리고 이상했다. 배터리가 0에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빨리 뛰었다. 3…2…1%. 스마트폰이 꺼지면 내 존재가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초조했다. ‘살려야 한다!’ 내 이성과 무관한 마음의 소리가 메아리쳤다. 스마트폰을 이어달리기 바통처럼 한 손에 꽉 움켜쥔 채 집으로 달음질쳐 왔다. 인공호흡하듯 황급히 충전기를 연결했다. 이건 무슨 증상이란 말인가. 당황스러웠다. ‘스마트 세상’과의 분리불안이 내 영혼까지 잠식하면 어쩌나.

다행히도 나 같은 사람이 지구에 많다(는 사실을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됐다). 이번 여름휴가의 테마를 ‘디지털 디톡스’로 정하기까지,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난 휴가를 돌이켜보니, 디지털 비만으로 망한 순간이 꽤 있었다. 노는 게 노는 게 아니고, 쉬는 게 쉬는 게 아닌 순간들. 어설픈 계획은 금물이었다.

앞서 디지털 단식에 도전한 선배들의 분투기를 통독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없이 40일 또는 6개월을 보낸 기자들, 18살·14살·15살 난 세 자녀와 함께 6개월간 TV·컴퓨터·스마트폰을 끊어버린 직장인 싱글맘(무려 집의 두꺼비집 전원을 차단했다) 등의 경험담이 생생했다. 주의사항과 보상으로 주어질 것들을 참조했다.

모두 초기 금단현상의 고통을 호소했다. ‘유령 진동’(실제 자극이 없는데도 있는 듯 느끼는 것)은 애교다. 지루함과 권태는 차라리 의연하게 맞서 싸울 수 있는 것이었다. 자존감 하락까지 버텨야 한단다. 전자우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은 느슨하게나마 나와 타인의 관계를 실시간 증명하는 통로다. 이것들을 스스로 끊었더라도, 문득 아무도 날 찾지 않는 것 같고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금단현상 버티면 보상 뒤따라

그래도 이들은 결국 시간의 질이 달라지고 집중력이 향상됐다고 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디지털 혐오자나 회의주의자는 아니라는 사실. 오히려 “영국 의 홈페이지에 가면 그 어떤 콘텐츠를 클릭하더라도 반짝이는 황금으로 가득한 터널이 끝없이 열릴 것 같은, 금광 입구에 선 듯한 기분”()을 느끼는 디지털 친화적 인물들이다.

이들이 인터넷·SNS와의 자발적 거리두기에 도전한 목적에는, 디지털의 단점을 직시하면서 강점을 살려 제대로 활용하기 위함이 있다. “전진하기 위해서는 다시 후퇴해야만 한다는 교훈”()이 언급되는 이유다. 디지털은 어디까지나 환경이고 수단이다. 사람이 중심이어야 한다. 그러니 디지털이여, 잠시만 안녕.

*참고 도서: (크리스토프 코흐 지음, 김정민 옮김, 율리시즈), (알렉스 륄레 지음, 김태정 옮김, 나무위의책), (수잔 모샤트 지음, 안진환·박아람 옮김, 민음인), (엔도 이사오·야마모트 다카아키 지음, 김정환 옮김, 와이즈베리)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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