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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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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로 떠나요~ 음악여행 즐기러~

제주의 밤은 서울의 밤보다 즐겁고 아름답다, 제주판 ‘라이브 클럽 데이’인 ‘시티 비트’와 해변 무대에서 펼쳐질 ‘스테핑 스톤 페스티벌’과 함께라면
등록 2015-07-08 19:36 수정 2020-05-03 04:28

평생 ‘덕후’ 될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탐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지만 오래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데는 젬병이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고백한다. 덕질의 즐거움을 아는 몸이 되었다. 이게 다 3년 전 제주 음악여행 때문이다. 2012년 5월, 제주에서 ‘Great Escape Tour’(GET·이하 겟투어) 첫 번째 시즌이 2박3일에 걸쳐 진행됐다. 제주도, 인디음악도 별 관심 없었다. 그냥 떠나고 싶었던 때였다. 숙식을 해결해주고 생태여행 코스와 강의, 인디음악 공연을 한데 묶은 일종의 패키지 여행 프로그램이었다. 떠나고는 싶었으나 여행에 뒤따르는 절차는 귀찮았으니 겟투어만 한 선택지가 따로 없었다.

겟 컴퍼니, 스테핑 스톤 페스티벌 홈페이지 갈무리

겟 컴퍼니, 스테핑 스톤 페스티벌 홈페이지 갈무리

생면부지의 사람들 12명이 모여 겟투어는 시작됐고, 나는 그 뒤로 ‘제주빠’이자 ‘인디음악 덕후 입문자’(아직 덕후라고 하기엔 내공과 덕질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가 되고야 말았다. 제주와 음악이 어우러져 주는 감동에 흠뻑 빠져 허우적대기를 3년째. 첫 번째 겟투어를 다녀온 뒤 서너 달에 한 번꼴로 제주를 다녔고, 적어도 2주에 한 번은 서울 홍익대 앞 공연장을 찾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주와 공연장을 찾을 때면 흥미롭고 흥분된다.

제주와 인디밴드의 라이브 공연은 나를 실망시킨 적이 거의 없다. ‘무엇이 얼마나 좋길래?’라고 묻는다면, 내놓을 답은 없다. 당신이 경험해보는 수밖에. ‘아니, 이런 무책임한 답변이라니!’라고 화를 낼 만하다. 화는 가라앉히시길. 당장 다음주 7월10~11일 제주 곳곳에서 제대로 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연이 펼쳐진다.

우선 7월10일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제주판 ‘라이브 클럽 데이’인 ‘시티 비트’가 펼쳐진다. 올해 홍대 앞에서 ‘라이브 클럽 데이’가 부활했다. 티켓 한 장을 끊으면 10여 개의 라이브 클럽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모두 볼 수 있게 했다. 홍대 앞 공연장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제주에서도 과연 가능할까? 시티 비트에 출연하는 뮤지션들의 면면을 확인하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최근 결성 20주년 공연을 펼친 홍대 앞 터줏대감 ‘크라잉넛’, 사이키델릭 록의 정점을 보여주는 ‘서울전자음악단’, 최근 신곡 를 내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블루스록 밴드 ‘로다운30’을 비롯해 ‘페이션츠’와 ‘파블로프’, 전자음악 밴드 ‘히든 플라스틱’, 캐나다와 미국의 인디뮤지션 그리고 제주 현지 뮤지션인 묘한, 채동원 등의 공연이 펼쳐진다. 제주시 시청 인근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5개 공연장에서 24팀의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공연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예매 등은 시티 비트를 준비한 겟컴퍼니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모래사장과 낮은 수심의 해안, 그리고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는 제주 함덕에서는 야외 음악 페스티벌이 열린다. 12번째 ‘스테핑 스톤 페스티벌’이 7월11일 오후 5시 제주 함덕 서우봉 해변 특설무대에서 펼쳐진다. 이 공연의 입장료는 없다. 무대에 오르는 뮤지션도 돈을 받지 않고 재능기부를 한다. 페스티벌 현장에서 음식과 기념품 등을 팔아 얻은 수익금은 제주 지역 환경단체에 기부한다. 올해는 ‘데드 버튼즈’ ‘로만티카’ ‘아폴로18’ ‘아이앰낫’ 등 인디뮤지션과 제주 출신으로 이뤄져 가사 또한 제주어로 쓰는 스카 밴드 ‘사우스 카니발’과 ‘젠얼론’ 등 8개 팀이 공연을 펼친다.

제주의 밤은 너무 고요하고 심심하다고? 이제 그런 염려는 붙들어놓자. 제주에서 음악과 함께 즐기는 ‘불금’ ‘불토’는 분명히 서울이나 대도시의 한복판에서 즐기는 그것과 다를 것이다. 당신도 어쩌면 제주와 인디음악 ‘덕질’에 입문하게 될지도…. 물론 책임은 못 진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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