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대형마트가 대중화될 때 주말마다 그 넓은 마트 안을 돌아다니며 허기진 듯 쇼핑을 했다. 처음에는 그래도 좀 신중했는데 점점 하나 더 주는 상품과 반값 할인, 기획 신제품 출시와 사은품 증정에 흥분해서 물건을 카트에 담아넣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집 안에 잡동사니가 늘어났다. 가계부는 구멍 나기 일쑤다. 냉장고는 가득 차 있지만 먹을 건 없는 이상한 날들이 이어졌다. 그 모든 잡동사니를 정리할 틈도 없이 주말이면 어느새 습관적으로 대형마트를 방문하고 생각 없이 집어든 상품을 신용카드로 망설임 없이 결제했다. 카드 결제일마다 마치 도둑맞은 듯한 기분이 반복되면서 가장 먼저 신용카드부터 잘라냈다.
체크카드를 쓰기 시작하니 물건을 살 때마다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혹시 잔액이 부족하지 않을까? 전두엽을 자극하는 무이자 할부와 공짜 사은품 앞에서 뜸들이기가 시작되었다. ‘한 번 더 생각하기’만으로도 일회용품이 줄고 묶음상품 구매가 차츰 줄어들었다. 한번은 급하게 장을 보고 결제하려다 잔액 부족으로 망신도 겪었다. 어쩔 수 없이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장보기를 하지 않은 그 주에 신기하게도 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냉장고 속이 가벼워졌다.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 달 동안 마트에 가지 않고, 필요한 것이 생기면 근처 생활협동조합이나 슈퍼에서 낱개로 구매했다. 잡동사니가 줄어들더니 결제가 사라진 월급날을 맞게 되었다. 집안일은 더욱 간편해졌고 여행 적금 통장을 하나 더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한다고 불행해지지 않는다. 사람은 작은 불편에 금세 익숙해지게 되어 있다. 익숙한 불편이 가져다주는 선물은 의외로 크다. 나의 경험을 상담에 적용해 많은 주부들의 소비 패턴을 바꿔보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심지어 어떤 주부는 ‘마술 같다’며 작은 변화에 크게 기뻐했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상당수가 돈에 대해 극도의 결핍감과 근원적 불안에 시달린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 지독한 결핍감과 경제적 불안은 대형마트와 신용카드가 우리 일상을 야금야금 균열 낸 결과다.
그들의 절교 선언, 다른 선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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