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언니 분명히 중독될 거야.”
‘캔디크러시 사가’를 소개하며 동생이 한 말은 저주이자 예언이었다. 게임 소개는 생략. 한때 테트리스와 지뢰찾기 중독자였다는 점만 밝혀둔다. 캔크에 중독되는 건 한나절이면 족했다.
약이 올랐다. 한 번만 더 움직이면 단계 성공인데 무브(move) 소진. 하트 및 아이템 구매가 시작됐다. 스마트폰 소액결제는 참 쉬웠다. 첫 달 2만원이던 결제금액이 4만원, 8만원으로 늘었다. 술 취해 침대에 누워 게임한 날은 하루 1만원을 넘기도 했다. 지하철 정거장을 지나치면서, 변기에 앉아서, 나는 소액결제 클릭을 해댔다. 410단계였던가. 일주일이 넘도록 깨지 못했다. 추가 무브와 온갖 찬스 아이템을 구매해 퍼부었지만 소용없었다. 소액결제 12만원 청구서가 날아온 뒤 앱을 삭제했다. 2, 4, 8, 12로 늘어나는 숫자가 무서웠다.
“소액결제 안 되게 설정할 수 있어.”
정아무개 기자의 말에 다시 ‘캔크’를 시작했다. 소액결제의 유혹에서 벗어났다는 생각 때문인지 한결 여유롭게 즐겼다. 그러나 애초 실패했던 단계를 넘어서자 중독 증세가 나타났다. 하트가 다시 생길 때까지 30분은 너무 길었다.
인터넷을 뒤졌다. 시간이나 날짜 설정을 바꿔 하트를 무한정 공급받을 수 있는 방법이 소개돼 있었다. 소액결제를 할 때보다 수면 시간이 더 줄었다. 하트는 끊임없이 공급되니까요! 508단계였던가. 내 스마트폰은 2017년 10월을 살고 있었다. 캔크를 할 때만 날짜를 바꾸었더니 문자메시지 주고받은 순서는 뒤죽박죽이 됐고, 깜빡 잊고 날짜를 되돌리지 않아 알람이 울리지 않는 바람에 지각하기도 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어느 날 갑자기 날짜 변경이 되지 않았다. 해결해보려다 앱이 삭제되고 말았다.
1단계부터 다시 시작해볼까 싶은 마음이 종종 든다. 내가 끊은 게 아니라 끊어졌기에 미련이 남은 게다. 소액결제 차단 설정을 해제하거나 날짜를 바꾸는 건 참 쉽다. 끊는 데 필요한 건 자기 의지만이 아니다.
그들의 절교 선언, 다른 선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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