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멜로디를 강조하고 싶어 우쿨렐레를 세게 치고 나중에 들어보면 오히려 별로였고, 기계로 만진 노래보다 그냥 목소리가 더 좋았다”고 녹음 과정을 말했다. 하와이안 멜레 트리오 ‘마푸키키’ 멤버인 김영진, 이동걸, 조태준(왼쪽부터).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하와이의 향기를 내뿜는 남자들, ‘마푸키키’가 음반을 냈다. 하와이말로 마푸는 ‘향기’, 키키는 ‘쏘다’를 뜻한다. 흥겨운 음반은 뜻밖의 위기에서 시작됐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석사를 하던 이동걸(보컬·우쿨렐레)은 학업의 위기를 겪었고, 서울 홍익대 앞에서 인디음악을 하던 조태준(보컬·기타)은 음악을 계속할까 회의가 들었고, 클래식을 전공하고 테크노 음악을 하던 김영진(보컬·베이스)도 위기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동걸, 조태준, 김영진 차례로 “다크한 시절”에 하와이가 찾아왔다. 위기를 겪으며 서서히 하와이 음악에 물든 세 남자의 합이 (Shall We Hula?)에 담겼다. 멜레(하와이말로 노래) 원곡과 창작곡이 조화를 이룬 음반이다. 이들은 하와이가 주었던 위로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 한다.
장래 희망은? 하와이 문화원 원장태초에 우쿨렐레가 있었다. 이동걸은 미국 인디애나에서 유학하고 있었다. 석사과정을 마칠 무렵 학업에 회의가 들었다. 출구로 우쿨렐레를 배웠는데 그 단순함이 큰 위로가 되었다. “하기 싫은 공부 여기서 하면 낫겠다 싶어서” 하와이주립대로 옮겼다. 여기서 멜레를 듣고 훌라를 배우며 하와이 문화에 매료됐다. 지금 그의 장래 희망은? 하와이 문화원 원장. 그는 훌라춤도 추는데, 유튜브 훌라춤 영상에는 ‘하와이 원주민? ㅋㅋㅋ’라는 댓글이 있다.
조태준에게는 하와이가 먼저 왔다. ‘하찌와 TJ’를 하면서 같은 알려진 노래도 불렀다. 그러나 위기는 훈남 뮤지션도 비켜가지 않았다. “음악적으로나 청춘으로나 갈등이 많았던 시기에 동걸이 형의 하와이 집에 놀러갔는데 뭔가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이었어요. 두려움은 당분간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래, (음악을) 계속하자, 생각하게 됐죠.” 베스트셀러 우쿨렐레 교재 를 쓴 그이지만, 이렇게 말했다. “하와이가 먼저 오고, 이동걸이 오고, 하와이 음악이 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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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이 제 스튜디오에 연습하러 왔어요. 하는 걸 보니까 좋아요. 제가 베이스를 치니까 같이 했죠. 그리고 고가의 장비를 팔아서 하와이로 갔죠. 최고의 가이드 동걸이 형과 함께.” 김영진의 하와이 음악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동걸은 “하와이에 다녀오자 하루 걸러 한 곡씩 쏟아냈다”고 전했다. 이번 음반의 타이틀 곡 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원래는 반주만 하려고 했다. 이동걸 동생이 하는 훌라춤 공연의 음악을 의뢰받았다. 이동걸이 솔로를 준비하던 조태준에게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다. “카페에서 연습을 하는데 지나가는 아들이 너무 좋다는 거예요.” 부산 사나이 조태준은 사투리로 계속 전했다. “돈을 받고 하려면 합이 맞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 일단 하와이안 레스토랑에서 일요일마다 공연을 했어요. 두어 달 하니까 되겠다 싶더라고요. 마침 저한테 대구에서 행사가 들어왔어요. ‘마푸키키로 갑니다’ 했죠. 집에 올라갈 때 따뜻함을 보면 반응을 알거든요. 주최자가 너무 잘해주는 거예요.”
오래된 미래에서 온 음악멜레는 오래된 미래에서 온 음악이다. 산과 바다와 나무에 깃든 신령을 믿었던 하와이 문화의 향기가 멜레에 고스란히 담겼다. 하와이 전통에 팝적 요소가 더해져 친숙하다. 단순하고 흥겨운 것이 1980년대 상큼한 CM송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이 만든 같은 노래가 그렇다. 어떤 가사는 자연을 노래할 뿐인데 아릿한 슬픔이 전해져 눈물이 핑 돈다. 마우이섬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Kipahulu)가 그렇다. 하와이안 멜레의 명곡인 이 노래를 다른 뮤지션이 부른 버전과 비교해 들어보면 마푸키키의 만만찮은 음악적 수준이 보인다. 이동걸은 “하와이 음악을 얘기할 때 ‘나헤나헤’(nahenahe)라고 하는데, 풀어진 편안함을 뜻해요. 템포가 느리거나 빠르거나 그게 핵심이죠”라고 말했다. 이들의 음반엔 스윙풍 트로트를 들을 때처럼 어깨를 흔들게 하는 흥도 있다. 묘하게 한국적 정서와 통하는 것이다.
자연 속의 오늘을 사는 하와이안의 지혜처럼, 멜레의 가사는 구질구질한 과거에 미련을 두지 않고, 허황된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지금 여기, 산이 보이고 바다가 있고 내가 있으니 행복하지 아니한가, 그렇게 노래한다. 멜레를 들으면 가사를 몰라도 뭔 말인지 알겠고 자꾸만 풍경을 상상하게 된다. 지금 하와이 공기를 실어나르는 트리오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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