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1991) 출간 20주년 기념작으로 의미를 부여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2012년 신작 는 를 포함해 자신의 지난 작품들에 대한 오마주적 설정과 언급을 담고 있어 흥미롭다. 우선 이 소설의 주인공인 진화생물학자 다비드 웰즈는 의 중심 인물이던 에드몽 웰즈의 증손자다. 이 책에는 에드몽이 작성했다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수시로 인용되며, 에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냈던 성냥개비 수수께끼의 새로운 버전도 등장한다.
<font size="3"><font color="#006699">개미, 한국, 가이아, 거인족…</font></font>이 소설에서 캐나다인 억만장자가 거대 우주선을 이용한 외계 행성 진출 계획을 세울 때 영감을 얻었다는 소설 는 베르베르 자신의 소설 을 가리키는 것이 틀림없다. 그런가 하면 로봇과학자 프랜시스 프리드만이 한국 연구소에 들어가 언어 능력과 자의식을 지닌 로봇을 개발한다는 설정은 자신을 먼저 알아봐준 한국 독자들에 대한 작가 쪽의 고마움의 표시로 읽힌다.
지구 자체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관점은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에 곧바로 이어지며, 8천여 년 전 지구에 현생인류의 10배 크기인 ‘거인족’의 초고대 문명이 존재했다는 가설은 그레이엄 핸콕의 과 통한다. 소설에는 이 밖에도 톨킨의 판타지 과 구약성서의 십계명 등에 관한 직간접적 언급이 나와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소설 앞머리에서 다비드 웰즈의 부친(그러니까 에드몽의 손자)인 고생물학자 샤를 웰즈가 이끄는 탐사대는 남극 대륙빙 아래 3km 깊이의 빙저호(氷底湖)로 내려갔다가 8천 년 전에 소멸한 거인들의 유해와 그들이 남긴 벽화를 발견한다. 벽화는 그들이 현생인류를 창조했고 결국 자신들이 창조한 현생인류와의 싸움에서 져 멸종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소설의 다른 한 축은 인격화한 지구 ‘가이아’가 1인칭으로 나서 46억 년 전 자신의 탄생에서부터 생명의 출현, 공룡의 등장과 멸종, 그리고 거인족을 거쳐 현생인류가 지구의 지배자로 대두하기까지의 역사를 들려주는 장들이다. 샤를 웰즈의 탐사대가 빙저호 탐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죽음을 맞을 무렵 그의 아들 다비드는 진화 관련 학술 경연대회에서 종의 소형화에 인류의 미래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발표를 한다. 그는 수명 연장 프로그램을 발표한 다른 참가자에 밀려 상을 받지는 못하지만, 여성호르몬에 의한 면역체계 강화 프로젝트를 발표한 오로르 카메러와 함께 프랑스 대통령 직속 비밀 연구팀에 속해 새로운 인류를 탄생시키는 임무를 맡는다. 17cm 정도의 크기에 여성이 9할을 차지하는 이 신종 인간이 거인족과 현생인류의 뒤를 잇는 ‘제3인류’다.
<font size="3"><font color="#006699">2권, 초소형 인간의 결심으로 마무리돼</font></font>초소형 인간을 뜻하는 ‘Micro-Humains’의 두문자 엠(M), 아슈(H)를 연음으로 읽은 ‘에마슈’로 불리는 신인류는 작은 크기와 뛰어난 면역 능력을 이용해 임박한 제3차 세계대전을 막는 활약을 벌인다. 다비드와 오로르 등 연구진이 에마슈들을 탄생시키고 훈련하는 과정은 8천여 년 전 거인족과 현생인류의 관계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2권은 인간들의 추적을 피해 미국 뉴욕의 하수도에 근거지를 마련한 에마슈 ‘에마 109’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행동에 나서기로 결심”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최재봉 문화부 기자 bong@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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