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으로 치자면, 양현석이 ‘센터’다. 그 옆에는 좌(左)희열, 우(右)진영이 있다. ‘현석이형’이 1970년생, 유희열이 1971년생, 박진영이 1972년생. 나이도 나란한 SBS 1
공감으로 체온을 더하다
이렇게 유희열은 차가운 오디션 프로그램을 인간과 인간의 “슬픔과 아픔이 부딪치는 순간”으로 만들었다. 탈락한 제자에게 “3주 동안 거꾸로 많이 배웠어요”라는 역방향 감사도 잊지 않았다. 역지사지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그래서 “프로 가수들도 매주 어떤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대중을 감동시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요”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참가자의 어려움을 환기해 공감을 ‘먹고’ 들어간 것이다. 그는 다른 이들의 노래를 받쳐준 김기련도 ‘묵묵한 박지성’에 비유하며 발굴했다. 헌신을 높이 사지만, 자식 가진 부모처럼 세상에 나가 손해만 보라고 하지는 못하니 “근데 칼은 꺼내야 돼요. 나 이 정도로 잘해~ 해줘야 돼요”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유희열의 ‘근데’는 격려를 위한 접속어였다. 지적을 해도 그가 하면 독설이 아니라 직설이 되었다. 그의 심사엔 감사가 있었다. 자신이 작곡한 을 부르고 탈락 위기에 놓인 ‘짜리몽땅’에게는 “처음 쓸 때 아바를 생각하면 썼던 곡인데, 제가 까먹고 있었던 것을 짜리몽땅이 알려줬다”고 ‘뜨거운 안녕’도 잊지 않았다.
유희열이 소통하는 멘토라면, 박진영은 가르치려 드는 선생처럼 보였다. 김윤하 평론가는 “박진영은 가수가 되고 싶어 하는 아이돌을 만나왔고, 유희열은 자기 음악을 하는 뮤지션을 만나기 때문”이라고 차이를 지적했다. 박진영이 아이돌 기획사 대표로 가능성을 본다면, 유희열은 인간을 본다는 것이다. 박진영은 ‘JYP 음악스쿨’의 교장처럼 심사한다. 성공한 뮤지션이자 사업가인 그는 ‘자기계발’의 화신이다. 그는 “지금도 좋은 선생님이 있다면 제가 누구라고 말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신청하고 배우러 간다”고 끝없는 자기계발 노력을 스스로 증언한다. 교육과 노력의 신화를 믿는 그는 가르치고 다그치고 교정하고 평가하고 지적한다. 그의 ‘아, 근데’는 채찍질을 위한 접속어다. “크레센도 많이 없앴어요. 콧소리 많이 없앴어요. 제가 고마울 정도로 많이 없앴어요. 아, 근데… 또 가르치고 싶어. 저기서 콧소리 조금만 더 빼주면….” “3년째
차갑고 뜨거운 심사
그가 유난히 사랑하는 말은 “알아들었어요”. “엄청난 공부를 하고 연습을 하고 연구를 해서 매주 늘어 가지고 와요. 샤니스의 무대를 일주일 열심히 봤으면 좋겠다고 말한 이유를 알아들었어요.” 그렇게 칭찬받은 권진아는 99점을 받았다. 근데, 칭찬을 해도 자신을 중심에 놓으니 밉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똘똘이 스머프’처럼 말이다. 더구나 ‘일반인’이 알아듣기 힘든 심사도 한다. 샘 김의 솔(soul)을 칭찬하면서 “반주는 단조로 바꿔놓고 노래는 블루스 음계를 타고…”라고 말했다. 보는 이는 ‘뭐니’ 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가슴 터지는 일’에 몰두해온 사람만이 갖는 혜안이 보인다.
홍정희의 가 끝나고 그가 심사할 차례였다. 좋은 평일까, 나쁜 평일까. 긴장이 감도는 순간에 그는 한숨과 함께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하~
때로 아픈 구석을 찌르는 신기가 번득인다. 아이돌 지망생들의 선생님으로 오래 아이들을 만나고 가르치고 부대끼고 실망하고 기뻐하면서 쌓은 것이다. 욕망의 전차처럼 달리는 한국식 자기계발이 21세기 글로벌 문화와 만나면 박진영이 되는가 싶은 생각도 든다. 김윤하 평론가는 “의외로 맨땅에서 맨손으로 시작한 타입”이라고 말했다. 이민희 대중음악평론가는 다른 얘기도 했다. “10대들을 직접 가르쳐봐서 그들을 자극하는 방법을 안다. 그런데 약점이 있다. 일부에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려면 당신네 가수들부터 잘 가르쳐라’고 한다. JYP에 음악적 믿음을 주는 멤버가 별로 없다.”
본질 낚시의 달인
박진영이 내가 만들 사람을 찾는다면, 양현석은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는다. “이렇게 영향력 없는 ‘센터’는 처음”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양현석은 몰라서 잘 안다. 그는 작곡을 하지도 노래를 하지도 않지만, 직접 만드는 이들이 디테일에 빠져서 놓치는 본질을 건진다. 그렇게 아저씨들의 ‘시즌3’는 끝났다. 사실 유희열은 시합하기 좋은 포지션의 선수였다. 처음 경기에 나온 그가 공을 어디로 던질지 모르니 던지는 공마다 신선했다. 일단 유희열의 공감은 관객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 여기 치열한 현실에서 그런 공감의 멘토는 찾기 힘들다. 우리는 역시나 ‘판타지’를 보고 싶은 것이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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