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풀과 더불어 살아가기’ 비법 두 가지로 제 분수에 맞게 구획 나누기와, 나눈 구획 무조건 덮어주기를 강조했다. 그런데 오늘 새벽 우리 집 개 동동이와 아침 산책을 하며 문득 하나 더 깨달은 바 있어 잊기 전에 소개한다. 울창한(?) 잡초들의 영역도 예초기로 길을 내주고 가끔씩 깎아주면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운치도 있거니와 큰 힘 들이지 않고 마치 ‘나의 영역’ 같은 행복한 착각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구획 나누기를 할 때 덤으로 ‘저들’의 영역에 한발 슬쩍 걸쳐놓는 것도 과히 나쁘지 않다는 말이다. 미안하다, 풀들아!
각설하고, 풀과의 공생법 세 번째를 소개한다. 이전 글에서 예초기를 찬양하며 언급한바, 내 영역 중 덮어주고 남은 영역은 가차 없이 (날이 아닌) 끈 달린 예초기로 깎아준다. 우선적으로 올림밭 만들고 남은 길을 깎아주고 올림밭 안쪽 밭고랑 멀칭이 덜 된 부분에 난 풀도 깎아줄 일이다. 밭고랑의 경우 예초기로 풀을 치면 모양새가 흩어지고 작물도 다치기 쉬우니 풀이 아주 거세고 힘찬 녀석만 아니라면 호미가 제격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방식을 택한다. 호미는 써보니 참으로 우리 선조님들의 대단한 발명품이었다. 요 조그만 연장이 캐고, 긁고, 덮고 못하는 것이 없다. 그러나 1시간만 땡볕 아래서 호미질을 해보시라. 훈련소 시절 ‘총 들고 오리걸음’만큼 손목과 무릎 관절이 고되다. 많은 농촌 어르신들이 지팡이 대신 밀고 다니시는 유모차가 평생 호미질이 남긴 근골격계 질환 후유증의 산물임을 상기한다면 아내에게 함부로 “호미 잡고 일하다 맞는 행복한 죽음” 따위의 입바른 소리는 삼갈 일이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서서 일할 수 있는 연장인 ‘호’(hoe)라고 부르는 서양식 풀긁개다. 사다리꼴 모양의 까딱까딱 움직이는 머리를 긴 막대에 달아 날카로운 밑부분으로 풀을 잘라주고 긁어주기도 하는 도구인데, ‘잘 익은’ 밭에 난 풀은 큰 힘 들이지 않고 이 녀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외국에 체류할 때 하나 구입해 지금껏 10년 이상 쓰고 있는데 우리네 철물점에서는 아직 보지 못해 글을 쓰면서도 소개하기가 좀 꺼려지기는 했다. 하여간 핵심은 되도록 서서 일해야 허리며 다리, 그리고 손목 근육을 덜 상한다는 사실이다.
네 번째 비법은 잘못 소개하면 매 맞을 일이지만 실은 가장 효율적이고 손쉽고 연장도 필요 없는 방법이다. 보이는 대로 뽑아주라. 이 방법이 제일이다. “저 많은 풀 언제 다 뽑나?”라는 불만이 있다면 나는 언젠가 고모님에게서 전해들은 명언(?)으로 답하련다. “눈보다 게으른 것 없고, 손보다 부지런한 것 없다.” 일단 해보시라니까요. 하다보면 되거든요. 시작이 반이거든요.
마지막 비법은 더욱 한심하지만 알고 보면 고상하기 그지없는 해법이다. 힘들면 텃밭 한 부분을 풀밭으로 양보하라. 풀밭에 풀이 우거지면 텃밭에 모일 벌레들이 그리로 몰리고, 봄이면 새들이 그렇게 앙증맞고 튼실한 새집을 짓기도 하고, 고라니가 와서 숨기도 하고, 나중에 밭갈이를 할 때 묵은 밭이 선사하는 양질의 토양을 즐길 수도 있다. 그냥 내버려두고 즐기는 비법의 효용성은 우리 집 아이들 초·중·고 시절 성적표 등수를 가리고 그냥 도장 찍어주기에서 검증된 바다. 아이들 좋고 부모 좋고, 그래서 서로 사이좋아지고. 아무튼, 얘들아 잘 커줘서 정말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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