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서 최고의 드라마를 선보이는 케이블 채널은 과 의 현대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악몽인 좀비가 스크린과 브라운관 곳곳에서 출몰한다. 우울한 자화상과 지독한 악몽을 상징하는 이 존재는 스스로를 공격하는 현대인을 닮았다. 영화 ‘웜 바디스‘. 서밋 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개봉한 영화 는 심지어 좀비와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기억과 의식이 전혀 없고 썩은 시체인 좀비가 어떻게 사랑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의 좀비는 우리가 알던 그 ‘괴물’이 아니다. 의 원작을 쓴 아이작 마리온은 ‘만약 좀비에게 의식이 있다면 어떨까’란 질문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육신이 조금 덜 썩었고 의식이 있다면 좀비도 의 뱀파이어나 늑대인간과 비슷하지 않을까? 인간과는 다르지만 또 다른 ‘종족’으로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무엇. 2008년에 나온 영국 영화 은 인간의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좀비를, 콜린이라는 좀비의 시점에서 바라본 세상을 보여주었다. 도, 도 일반적인 대중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좀비를 묘사하려 시도했다.
애초의 좀비는 부두교에서 시작했다. 카리브해 지역에서 성행했던 부두교에는 약물이나 저주를 통해 사람을 죽은 것처럼 가사상태에 빠트리고, 다시 깨어나면 의식이 사라져 노예처럼 부리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증명된 적은 없지만 괴담처럼 떠돌던 ‘좀비’는 할리우드의 (1932), (1943) 등을 통해 현대의 악몽으로 구체화된다. 마침내 조지 A. 로메로의 ‘좀비 3부작’인 (1968), (1978), (1985)에 이르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좀비의 거의 모든 것이 완성된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깨어난 시체들, 어기적거리며 탐욕스럽게 인육을 찾아헤매는 좀비, 좀비에게 물리면 다시 좀비가 되는 사람들, 사랑하는 이가 좀비가 되었을 때의 슬픔과 두려움 그리고 바이러스처럼 증식하며 다가오는 종말의 공포, 매스미디어에 세뇌돼 주체적인 사고력을 잃은 현대인에 대한 은유, 좀비보다도 야비하고 잔인한 인간에 대한 절망 등 ‘좀비’의 모든 것이 ‘좀비 3부작’에 담겨 있었다.
너무 잔인하고 끔찍했기에 비주류 공포영화로만 득세했던 좀비물이 21세기 들어 대중적인 공포로 부상하게 된 것은 대니 보일의 (2002) 덕분이다. 초자연적 설정을 배제하고 ‘분노 바이러스’ 때문에 괴물로 변한 사람들의 공포를 그린 는 그야말로 야수처럼 뛰어다니는 ‘좀비’들과 대결하는 액션영화였다. 을 리메이크한 (2004)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좀비물은 21세기를 장악했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소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로맨틱한 반영웅으로 변신하는 동안 좀비는 현대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악몽으로 확장되었다.
인류를 대체할 새로운 종
는 좀비가 나타나는 순간의 공포를 넘어, 현대문명의 종말을 맞이한 상태인 새로운 정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매일같이 좀비와 싸우면서 어떻게 그들이 미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지, 그들의 기괴한 일상과 절망을 우울하고 폭력적으로 그려낸다. 좀비의 공포를 정면으로 그린 는 지금 최고의 인기인 ‘좀비 아포칼립스’의 대표작이다. 반면 조지 A. 로메로는 여전히 ‘좀비’를 비판적으로 사고할 것을 주장한다. 3부작 이후 20년 만에 만든 (2005)에서 로메로는 학습하는, 진화하는 좀비를 보여준다. 즉, 좀비는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인간을 대체할 수도 있는 새로운 종일 가능성을 암시한다.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 에서 새롭게 지구를 장악한 변종 인류들의 ‘전설’이 마지막 살아남은 인간이었던 것처럼.
좀비물은 미국만이 아니라 일본과 한국 등 전세계에서 일상적인 문화현상이 되었다. 영화 와 , 드라마 , 만화 과 , 소설 과 등 이미 많은 국내 작품들이 우리 곁에 있다. 인류의 종말을 불러오는 끔찍한 존재에서 미래의 변종 인류, 심지어 사랑스러운 연인으로까지 확장된 ‘좀비’는 현대인의 우울한 자화상과 지독한 악몽 모두를 상징하고 또한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가해자이자 피해자로서의 좀비, 그것이야말로 현대인의 모습 그대로 아닌가.
김봉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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